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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은 것이 어찌 세월호만일까
한국이 다시 일어서길 바라며 토하는 고언(苦言)
2014년 04월 25일 (금) 16:22:46 이종호/이원영 기자 acroeditor@gmail.com

#. 아무 말도 못했다. 억장 무너지는 참담함 앞에 가슴만 쓸어내렸다. 이제 일주일. 희망은 절망이 되고 기대는 좌절로 변했다. 가라앉은 것이 어찌 세월호만일까.

한 시사주간지는 작금의 사태를 '고장난 나라-비겁한 선장, 무능한 정부, 한심한 언론'이라고 압축해 표현했다. 정말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호는 속수무책이다. 승선한 국민들은 집단 멀미에 어지러워하고 있다. 나 역시 언론 종사자로서 그동안 무책임한 말들, 분노를 부추기는 말들을 열심히 실어 나르지는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 그럼에도 또 쓴다. 한국이 다시 일어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 2년 전쯤 '미국이 좋은 이유 10가지'라는 칼럼을 썼었다. 엊그제 그 글을 다시 읽었다. 이번 참사를 보면서 우리도 그랬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북받쳤다. 요즘 한국 사람들, 미국을 우습게 본다. 그래도 한국이 못 따라 오는 것들은 여전히 많다. 좋은 것은 배워야 한다. 옳은 길이라면 따라 가야 한다. 그러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몇 가지만 다시 짚어 본다.

첫째, 미국은 공정한 룰이 지배한다. 편법과 억지는 통하지 않는다. 한국은 어땠나. 맘대로 고치고 적당히 봐 주고, 누이 좋고 매부 좋으면 그냥 넘어갔다.

둘째, 미국은 공권력이 존중받는 나라다. 제복입은 사람을 신뢰하고 존중한다. 한국은 공무원과 경찰이 '봉'이다. 툭하면 소리치고 멱살 잡고 심지어 구타까지 한다. 이게 나라인가. 질서가 잡힐 리 없다. 시스템이 돌아갈 리 없다.

셋째, 미국은 리더를 인정한다. 정치적 의견이 달라도 국익 앞에선 하나가 될 줄 안다. 한국은 아예 리더를 만들지 않는다. 탈법과 술수로 올라간 자리들이어서 그럴까. 그것만은 아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싫은 거다. 나보다 잘 난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거다. 리더가 없으니 모두가 우왕좌왕이다.

넷째, 미국은 약자를 배려하는 나라다. 어디를 가든 어린이와 임신부, 노인들을 위하고 양보한다. 어린 학생들만 남겨놓고 어른들이 먼저 살겠다고 도망가는 일은 없다. 한국은 강자의 나라다. 돈 없고 힘없으면 살 수가 없다는 말, 수십 년 전에도 들었지만 지금도 듣는다.

다섯째, 미국은 무엇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그래서 따지고 또 따진다. 보고 또 본다. 대충대충 얼렁뚱땅은 한국의 고질병이다.

#. 겉만 번지르르한 나라, 속으로 골병든 한국. 이제라도 바로 서려면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은 또 있다. 미국에 14년 살면서 미국이 좋은 이유, 보고 느낀대로 몇 가지만 더 꼽아본다.

여섯째, 미국은 말을 아낀다. 아무리 큰 사건에도 남을 난도질 하는 말을 마구 내뱉진 않는다. 말은 칼이다. 제어되지 않는 말은 총칼보다 무섭다. 언론도 그것을 안다.

일곱째, 미국은 실패에서 배운다.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노스리지 지진이 나자 모든 건축법규는 다시 정비되었다. 테러가 나면 검색을 강화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지만 다수의 안전을 위한 것이기에 불편해도 감수한다.

여덟째, 미국은 그래도 법과 정의가 살아있다. 의원도, 시장도, 경찰도, 부자도 법을 어기면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는 한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아홉째, 미국은 더불어 살려고 애쓰는 나라다. 피부색이 달라도, 영어가 서툴러도 얼마든지 와서 살 수 있다. 이 정도나마 일구고 사는 우리 한인들이 그 증거다.

열째, 미국은 개성을 존중한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살아도 뭐라 하는 사람 없다. 전 국민이 명품 안 들어도 되고, 연예인 얼굴로 똑같이 안 뜯어 고쳐도 된다. 획일화된 사회, 그것만큼 피곤한 곳은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사람 사는 곳이다. 한 꺼풀 벗겨보면 똑같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시스템은 하늘과 땅 차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역시 너무 차이가 난다. 아직도 한국은 부지런히 더 배워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이 제대로 서는 길이다. (2014. 4. 24)

-이종호 (동양사 81, 언론인) *LA 중앙일보 칼럼

 

   

 

세월호 침몰의 아픔이 너무 큽니다. '대한민국호'가 침몰했다고 합니다. 온 국민이 애통과 분노,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의 아픔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내 아들, 딸 같은 아이들이 눈 뜨고 수장됐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동병상련의 아픔에 갇혀 있습니다. 사회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호'를 이끌고 있는 선장인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은 누구보다도 비장할 것입니다. 수많은 고민 속에서 밤잠을 이루지 못할 것입니다.

사고 원인의 철저한 규명, 책임자 엄단, 재발 방지책 마련…수없이 들어온 말입니다. 대형 참사 뒤에는 그런 단어들이 어김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했습니다. 이제 그런 말에 감동받을 국민은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위로가 되는 그 무엇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집단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대통령도 지금 '무엇'이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깊이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호를 다시 움직일 유일한 위로는 '국가 개조'에 대한 비전과 확신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진짜 달라지겠구나' 하는 공감이 필요합니다. 생때같은 내 새끼의 죽음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훨씬 인간다운 나라, 행복한 나라, 안전한 나라로 '개조' 된다면 유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지 않을까요. 무너졌던 5000만 국민들의 절망감도 조금씩 살아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선 정부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합니다. 사고 뒤처리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잘잘못에 관계없이 내각을 총사퇴시키고 여야를 가리지 말고 인재를 발탁해 거국내각을 갖춰주기 바랍니다. 국민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국민을 사랑하는 성품을 가진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해 주십시오. 지금 옆에 있는참모들의 정신과 머리는 빌리지 마십시오. 애민(愛民)보다는 보신과 개인 영달에 눈이 어두운 이들에게 어찌 '국가 개조'의 의지와 실천을 기대하겠습니까.

탕평 거국내각을 새로 짜지 않으면 또다시 권력 주변을 맴도는 속물 정치인들로 채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또 다른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애민 정신이 투철한 공복들로 거국내각을 구성하면서 통절한 자기반성이 담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 좋겠습니다. 국가 운영을 잘못했다, 나부터 바뀌겠다는 메시지라야 감동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 사고에서도 드러났지만 기득권층이 그들만의 이익을 서로 주고 받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나라에서는 진정한 애민정책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봉사보다는 권력, 안전보다는 이익,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속물 기득권자들의 속성입니다. 대한민국이 '가진 자들의 리그'로 운영되고 그 탐욕이 증폭되고 승계되고 있음을 절감하기에 국민들이 희망을 거두고 있습니다.

기득권층의 이런 이기적 지배구조를 허물어야 국가 개조의 비전이 보일 것입니다. 그 실마리는 '남북 분단' 해소에 있다고 봅니다. 분단이라는 기형적 구조는 지배층의 기득권 유지와 사회의 숱한 모순을 온존시킨 도구가 되어 온 것이 현대사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분단 스트레스를 없애 주십시오. 분단 해소는 사회를 곪게 만든 기득권층의 부패 연대를 끊어지게 할 것입니다. 국민의 자존감은 높아져 비로소 '사람 사는 세상'이 보일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담판을 지으십시오. 대통령이 크게 움직여야 국가 개조의 빛이 보입니다. 넘어진 국민들이 붙잡고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위로이자 희망입니다.

-이원영 (정치 81, 언론인, 한의학박사) *LA 중앙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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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4)
  흠... 과객G 2014-04-26 18:49:30
누구 말대로 박학다식하시고 최고의 경륜과 필력을 자랑하는 두 언론인께서
이 끔찍하고 어이없는 사건을 접하고 쓰신 글이
미국이 좋은 이유와 대통령 전상서 (마치 상소같은....) 인가요.
중앙일보에 쓰신 글이라 그런건지, 진정 이게 두분이 이시점에서 절박하게 쓸 내용이라 생각해선지 모르겠습니다. 전자라면 두분 정도라면 아크로용으로 좀더 솔직한 글을 써주셨음 하고 후자라면... 저도 유구무언입니다.
추천1 반대1
(68.XXX.XXX.21)
  무언가 심각하게 잘 못되어 가고 있다. 양민 2014-04-26 10:02:03
함께...

대각성이 필요하다...
추천2 반대1
(70.XXX.XXX.154)
  세쩨, 여섯째, 열째 덕목 오달 2014-04-26 06:12:16
특히 공감합니다.
추천1 반대1
(24.XXX.XXX.123)
  有구無언 애독자 2014-04-25 16:48:40
할 말은 많지만...침묵. -_-
추천2 반대1
(74.XXX.XXX.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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