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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사회'의 불편한 진실
[워낭의 진맥 세상] ‘경쟁의 내면화’ 지양하고 ‘상생.상극’으로
2014년 03월 20일 (목) 16:08:58 이원영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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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가고자 하는 대학을 결정했다. 간호학을 하겠다며 여러 대학에 원서를 냈었다. 원하는 학교를 캘스테이트(CSU)계 한 곳과 UC계 한 곳으로 압축하더니 캘스테이트로 마음을 굳혔단다. UC계 입학도 가능한 성적인데 한 등급 아래 대학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간판'을 무시하지 못하는 속물 아빠로서는 서운하기도 했다.

이유가 심플했다. 간호사 되는 건 똑 같다, 학비가 훨씬 저렴해 빚 안내도 된다, 머리 터지게 경쟁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게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 경쟁을 이겨내고 탁월한 사회인이 되는 게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품고 있는 '로망'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보면 딸의 '경쟁회피형' 심리는 일종의 패배주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딸의 결정을 지지하기로 했다. 평생을 경쟁 시스템에서 살아온 부모 세대의 곤고한 삶을 반복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사람들은 왜 경쟁사회에 순응하게 되었을까. 인간성을 파괴하는 경쟁과 분열보다는 '연대와 협동'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강수돌 고려대 교수의 역저 '팔꿈치 사회-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엔 불편한 진실이 가득하다.

'팔꿈치 사회'는 옆 사람을 팔꿈치로 치며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사회를 일컫는다. 마라톤이나 빙속 경기에서도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팔꿈치가 동원된다. 현대사회의 경쟁은 이런 '너 죽고 나 살기' 식이다. 우리들은 왜 많은 부문에서 경쟁을 하게 되었을까. 강 교수는 생존경쟁을 마치 자신의 삶의 논리인 것처럼 굳게 받아들이는 것을 '경쟁의 내면화'라 정의했다. 경쟁의 내면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런 예를 든다.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는 깡패를 만나 도망갈 수도 없고 대항할 수도 없을 때, 그 앞에 무릎 꿇고 "형님, 알아서 모시겠습니다"고 충성을 맹세한다. 그러면 엄청난 공포심이 모종의 안도감으로 변한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일심동체가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자신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이 요청하는 것과는 달라진다.

생존을 위해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논리로 경쟁을 '내면화'하면서 본질과 멀어지는 '자기 소외'는 가속화된다. 강 교수는 이를 "겉으로는 부와 권력, 명예, 외모를 과시하되, 속으로는 끊임없는 두려움과 불만족에 시달리는 표리부동한 삶"으로 규정한다. 상생을 위한 놀이경쟁이 아닌 공멸을 향한 생존경쟁을 추구하는 한 현대사회의 비인간화는 극복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 어떡하라고?

강 교수는 돈벌이, 출세가 중심이 아닌 연대와 협동, 우애와 호혜의 정신을 나누는 '작은 모임'부터 출발하자고 한다. 그런 작은 모임이 그물망처럼 사회를 엮어줄 때 스웨덴, 덴마크 같은 인간다운 선진국 모델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제언한다.

오행이론에서 사람의 오장육부를 보면 간은 심장을, 심장은 비장을, 비장은 폐를, 폐는 신장을, 신장은 간을 살려주는 상생의 순환 시스템이 작동한다. 만약 오장육부 중에서 어느 하나가 돌출되면 '상극'의 시스템이 가동돼 억제시킨다. 이런 상생.상극 관계가 깨지고 특정 장부의 기능이 항진된다면 질병과 죽음으로 치닫게 된다. 상생.상극이 아닌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사회도 그럴 것이다.

딸이 '경쟁의 내면화'를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음모를 간파한 혜안으로 그런 결정을 한 것 같지는 않지만 수많은 아빠.엄마들이 겪어온 '피로 사회'를 동경하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딸의 선택이 숨 막히는 경쟁보다는 사랑과 나눔이 넘치는 사회를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 해석하고 싶다.

이원영 (정치 81, 언론인, 한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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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6)
  지나고 보면 거기서 거긴데 김삿갓 2014-03-25 08:04:05
우린 당장의 일에 너무 일희일비 하죠.... 입시때 재수나 삼수하는 것도 예전엔 큰일인줄 알았는데 20년, 30년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니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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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은 오달 2014-03-23 01:53:40
뭘해도 다 예뻐요,
추천0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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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딸내미는 황의준 2014-03-22 16:08:30
좋은 대학 들어갔다고 좋아했더니 졸업하고 백수 90% 확률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영화 연출을 하겠다네요. 자신의 좋아 하는 일 저는 적극 후원하고 있습니다. 안스러울때도 있지만
추천0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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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미국에서 살아보니 서울대학 나온 사람이나 서울시립대학 나온 사람이나 서울교육대학 나온 사람이나 변변 2014-03-20 07:52:57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따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일류대학 이름을 이마에 그려놓고 사는 것도 아니고 하니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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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니얼 이상희 2014-03-20 07:36:57
지금의 20대들은 확실히 우리때와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악물고 머리 터지게 치달리지 않지요. 가족과의 시간이 중요하다면서 5시에 칼하교(?)하는 대학원생들을 보면 20년전 제 모습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밤늦게 연구실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중노년의 교수들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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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백의 천사 김종하 2014-03-19 23:28:39
알렉스가 현명한 결정을 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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