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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 만두’에 화들짝 놀란 이유는
[변변의 大說시리즈] 마누라 얼리기
2013년 12월 23일 (월) 15:52:28 변우진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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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선생님이 중국인이다. 중국 북경의 유명한 컨서버토리를 졸업했는데 원래 전공은 클라리넷이지만 색소폰도 가르칠 자신이 있다고 해서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색소폰을 배우기로 작정했다. 처음에는 정말 성실하던 선생님이 점점 땡땡이를 치기 시작하더니 하루는 아예 자신의 악기도 안 가져왔다. 그날은 나를 보더니 대뜸 [오늘 수업할 기분이 아니니 낚시나 가자]고 유혹을 했다. 그래서 살얼음 걷듯이 교장실을 통과하여 그가 준비해온 보트를 타고 호수로 나가서 낚시를 하기에 이르렀다. 낚시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최근에 중국의 북경과 상하이의 이혼율에 대해서 듣고 깜짝 놀랐다. 요새 중국의 이혼율은 거의 50% 에 육박하여 미국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혼 離婚]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서는 뭐라고 하느냐고 물으니 [분도 分道]라는 단어를 주로 쓰고 있다고 했다. 이혼이 [혼인이 깨어진다]는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반해서, [분도]는 결혼이 깨어진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고 [헤어져서 각자 다른 살 길을 찾아간다] 는 다소 진취적인 뜻도 담겨있는 것 같아서 중국인들이 더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자의반 타의반 헤어지는 부부들이 워낙 많아서, 친구들에게 배우자의 안부를 묻기가 망설여지거나 두려울 때가 있다. 이미 헤어져 부부 사이가 아닌 친구들도 있고, 사별한 친구들도 있고, 이제 막 헤어지는 과정에 있는 친구들도 있고 해서 [부인도 잘 계시나?] [남편도 잘 계시나?] 같은 인사치레는 이제는 친구들의 입장을 몹시 난처하게 하는 것 같아서 생략한 지 한 이삼년 되었다. 어떤 친구는 재혼을 두 번 혹은 세 번을 해서 [부인도 잘 계시나?]라는 간단한 질문에, 어느 부인을 얘기하는지 한참을 머리를 긁적거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서로 겸연쩍어지니 요새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아무리 반가워도, 배우자의  안부는 묻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부인 이야기 없이 한참 이야기를 하다보면 대화 속에서 대략 감이 잡히는 경우도 있고 요행히 부인이 남편의 핸폰에 연락이라도 해오면 저절로 [부부관계의 명암 내지는 허실]이 드러나 곁눈질로 안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그나마 다행이다.

낮에 만나 저녁까지 거하게 먹으며 반나절을 같이 웃고 떠들었는데 부인 얘기가 나오지 않으면 필시 둘 사이에 무언가 있다는 심증은 가지만, 그렇다고 해서 헤어지는 마당에 친구의 멱살을 잡고 [너는 이 자식아, 오늘 나 만나서 무려 다섯 시간을 웃고 떠들면서 왜 부인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는 것이야? 부인은 인간도 아니야? 뭐라고 말을 좀 해봐!]하고 격렬히 따져버리면, 정말이지 오랜만에 친구와 모범적으로 잘 보낸 하루를 막판뒤집기로 시궁창에 내팽겨쳐버리는 파국을 초래하고 만다. 이런 형편없는 반전은 교양인이 함부로 보일 매너가 아니다. 요새는 좌우지간 만남에 대한 최종적인 강평을 할 권리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음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친구 부인의 안부가 몹시 궁금하더라도, 그냥 조용히 헤어지는 지혜를 발휘해줄 줄 알아야 비로소 [교양인]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교양인이라면, 헤어지는 친구의 뒤통수에 대고 비장하게 [그래, 친구야, 이 험난한 세상, 혼자서 얼마나 외롭것냐. 아무쪼록 남은 여생 잘 살거라. 집에 부인이 너를 기다리고 있건 없건 내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다. 이 어려운 시국에 오대양 육대주 어디 가서 박혀 살든 몸 건강하게 생존만 해다오. 언젠가는 좋은 세상이 올 것이니까. 살아있으면 그때 또 만나 술 한 잔 하자. 내 가끔 안부 삼아 이메일 보낼 테니까...]라고 속으로 깔끔하게 기도나 해주면 되고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에 나도 샥 길모퉁이를 돌아서서 헤어지면 그만인 세상이다.

[공존의 이유 12]

- 조병화

깊이 사귀지 마세
작별이 잦은 우리들의 생애

가벼운 정도로
사귀세

악수가 서로 짐이 되면
작별을 하세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기로 하세

너만이라든지
우리들만이라든지

이것은 비밀일세라든지
같은 말들은

하지 않기로 하세

내가 너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나를 생각하는 깊이를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어디메쯤 간다는 것을
보일 수가 없기 때문에

작별이 올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사귀세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

작별이 오면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악수를 하세

이 시는 [만남]과 [이별]에 관하여 수많은 시를 남긴 조병화 시인의 연작시의 일부분이다. [작별을 하며 작별을 하며 사세]라는 그의 시는 오늘 우리 현대인들에게 아주 명료한 디렉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헤어지는 것에 대하여 쓴다는 것이 첨에는 너무 섬뜩한 주제가 아닌가 하여 좀 망설여졌지만, 그러나 이제 이런 현상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필자 나름대로의 판단이 있어서 그냥 밀고 나가려고 생각한다. 군데군데 다소 투박한 표현을 쓴 것은, 글을 재미있게 하려는 필자의 의도 때문이지, 필자가 여성비하주의자이거나 남성우월주의자는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필자는 이런 시시한 글 따위로 사회운동을 일으켜 볼만큼 통이 큰 위인이 못된다는 것도 미리 밝혀둔다.

필자의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은 [직할시]를 거쳐서 지금은 인구 5백만을 거느린 거대한 [광역시]로 독립을 했지만 과거에는 문화적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경상도의 한 조그만 항구 도시였다. 부산을 포함한 소위 경상도 출신의 남자들은 [아아는? 밥도! 자자!] 이 세 마디로 결혼생활이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무뚝뚝한 사람들이다. 필자도 그런 문화배경 속에서 성장한 사람인데, 운명의 장난인지, 미국서 태어나서 미국에서만 성장한 마누라를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하고 처음 한 10년 정도는 그런대로 살만했다. 그런데 한 10년 지나고 나니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마누라에게 설명하는 일이 엄청난 과제이자 고역으로 등장했다. 특히 마누라에게 [남편 알기를 하늘같이 하라] 식의 고전적인 동양의 가르침을 주입시키는데 어려움이 많음을 통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뿐인가. 물 한컵 건네주면서도 Thank You와 You’re Welcome을 반복해야 하니, [아,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은 이래서 이혼을 하는가보다] 하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집사람은 나에게는 행운과도 같은 사람이다. 집사람은 나보다 두 살이 위이고 직장생활도 나보다 더 많이 해서 소견은 나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된다. 내가 공부를 하는 동안에 돈을 벌어서 나를 보살펴준 고마운 사람이기도 하고 결혼 후 내가 그렇게도 원하던 딸을 둘씩이나 낳아주었으니 사실은 더 바랄 것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나를 섭섭하게 하기도 한다. 미국식으로 50대 50의 가사분담을 요구해올 때라든지 기념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필자를 가차 없이 탓할 때는 섭섭할 뿐만 아니라 우리 둘 사이에 문화적 차이가 엄존함을 통감하게 된다.

필자도 신혼 초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매일 매순간 마누라가 그리운 적도 있었다. 신혼 초에는 필자도 가사분담 50대50 에 아무 거부감 없이 흔쾌히 동의했고 각종 기념일을 꼬박꼬박 잘도 기억했다. 그러나 그렇게 살갑게 지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한지붕 밑에서 한이불 밑에서 한 20년 같이 살면서 애낳아 키우고 지지고 볶고 살다 보면, 소 닭 쳐다보듯 소원해지는 날이 필연적으로 오게 마련인데, 필자는 이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20년을 매일 같이 살면서 매순간이 그립고 40대 50대가 되어서도 20대 때처럼 깨가 쏟아지는 그런 재미가 있는 부부라면 요즘 같은 세상에 정말이지 멸종위기의 표창감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친구들에게 물으니 대부분의 경우 한 20년 살고 보니 마누라가 그립기는커녕 솔직히 어떤 날은 보기 싫어지는 경우도 가끔 있다는 투정들을 한다. 심지어 어떤 친구는 어느날 별 것 아닌 일이 싸움으로 발전했는데, [소리 없이 마누라를 없애버리는 방법은 없을까] 와 같은 섬뜩한 생각이 머리에 드는 순간도 있었고 그런 생각을 실천에 옮긴 CSI 같은 드라마를 온 신경을 집중하여 시청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O. J. Simpson 사건]이나 한국서 일어난 [치과의사 부인 살인사건] 같은 것을 주의해서 읽기도 했다고 하니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치과의사 부인 살인사건]을 다룬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보면, [이런 나쁜 놈을 봤나] [깊이 반성해라] [치과의사 니는 인자 인생 종쳤다]처럼 선을 권하고 악을 징벌하는 내용의 댓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봐서 아직은 대부분의 세상 남자들은 마누라를 데리고 사는 삶이 그래도 괜찮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듣자하니 요새는 [부인]들이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남편] 흉보기가 대유행이라고 한다. 어디서 들으니 요새는 남편이 (특히 밤에) 제 구실을 못하는 경우, 당장 쫓겨나거나 이혼의 원인이 되는 모양이다. 부인에게 하루에 세끼를 챙겨달라는 소위 [삼식새끼]들은 정말 간이 큰 케이스이고, 이사갈 때 일찌감치 알아서 운전석 옆에 앉아있지 않으면 새 집은 구경조차 못하고 영영 미아(?)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참 세상 돌아가는 모양이 우습다. 농담인지 모르나 아침에 일어나 마누라와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로 쫓겨난 남편도 있다고 하니 세상은 점점 말세를 향해 질주해가는 느낌이다.

대학 동창 친구들 몇이 모인 곳에 가서 밤늦게 수다를 떨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남자들만 만나서 그런지 이야기의 주제가 [여자]에서 [마누라]로 옮겨갔다. 그리고는 곧 [마누라 흉보기]로 옮겨가서, 어디서 생겨났는지 모두 초인적인 정력을 동원하여, 새벽 3시까지 열띤 토론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혼자서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 비슷한 경험이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 필자에게는 아주 알차고 재미난 시간이었다. 중국의 식인문화부터 일본의 쓰나미, 또 최근에 돌아가신 로버트 에팅거 (Robert Ettinger)씨에 관한 이야기까지 동서고금을 오가며 우리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밤이 깊어가는 줄을 몰랐다. 지금도 기억나는 얘기 몇 토막을 여기 옮겨볼까 한다.

1. 마누라를 잡아 만두로 빚은 중국인 이야기

일전에, 인류학을 하시는 이상희 교수가 쓴 글을 읽는 중에 [인육]에 관한 얘기가 좀 나왔다. 필자도 [인육]에 대해서 늘 궁금하던 차에, 이 주제를 늘 숙제처럼 생각하다가 짬이 좀 나서 약간의 리서치를 한 후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것은 터부이지만 우리 뇌리 속에서 쉬이 떨어져나가지 않는 쫀득이같은 흥미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아마존의 오지에서는 인육을 먹는 전통을 가진 미개한 부족이 꽤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이제는 문명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거의 없어져, 21세기에 들어 인육은 전설이 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아프리카의 독재자 쟝 보카사(Jean Bocassa)는 정적을 숙청하여 인육을 먹은 악독한 지도자였다고 전해지고, 러시아에서는 살인적인 추위와 기근이 닥친 1920년대에 너도 나도 인육을 먹고 생존을 시도했다고 하니, 인육을 먹은 사람들이 20세기에 이르러서도 꽤 있었던 모양이다. 최근에 나오는 영화나 소설 속에도,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배가 난파하는 등의 극한 상황에 처하면, 사람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인육을 먹고 생존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결국 인류의 무의식 속에 [인육]은 아직도  살아있는 주제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아주 오랜 기간 인육을 먹어온 나라가 있으니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인육 문화가 역사적으로 기록이 되어있는 재미있는 나라이다. 훌륭한 사람에게 부하가 최고의 충성심을 표현하기 위해서 인육을 대접하기도 하고 죄인의 시체를 고기로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도 중국의 역사 기록에는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가하면, 비교적 근대 소설인 [아Q 정전]에도 인육이 들어간 만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중국은 확실히 인육의 전통이 있는 민족으로 보인다.

사마천의 [사기]에 보면, 은나라의 주왕이 인육을 만들어 보급했다는 기록이 있다. 인체를 잘게 썰어 젓갈처럼 만든 것은 [해(醢)], 인체를 쥐포처럼 말리고 눌러버리면 [포(脯)], 인체를 바베큐한 고기는 [자(炙)]로 불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공자(孔子) 마저 해(醢)를 가끔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이니 중국에는 분명 식인문화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 한국의 경상도 지방에 가면, 가끔 [너 자꾸 이러면 아주 포를 떠버린다]라는 무시무시한 대화가 들리는데, 여기서 포는 중국이 그 시발점이다. 요새 미국의 그로서리를 가면 말린 소고기(beef jerky)를 파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필자는 그 기원이 중국의 [포(脯)]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에서 오늘날 자주 쓰이는 표현 중에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 표현도 중국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에서는 생선회는 인기가 없지만 육회를 먹는 풍습은 오랜 기간 있었다. 여기서 [회 膾]는 고기회, 곧 肉膾(육회)를 뜻한다. 한자어 膾는 月과 會의 합성자이다. 여기서 月은 '달'이 아니라 '고기[肉]'임에 주목해야 한다. 둘 다 '月'로 표시하지만 내부에 있는 '='의 모양이 하나는 [계수나무]를 뜻하고 또 하나는 [고깃덩어리]다. 여기서 둘의 구분법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달이나 시간과 관계가 있으면 月, 고기나 신체와 관계가 있으면 肉으로 보면 된다. 예를 들어 朝(아침 조), 明(밝을 명), 朔(초하루 삭), 望(보름 망), 期(기약할 기), 朗(밝을 랑) 등이면 月[달]이고, 肝(간 간), 脂(기름 지), 胸(가슴 흉), 育(기를 육), 胎(태 태) 膣(여성의 거시기 질) 등은肉[고기]로 보면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여성의 생식기인 질(膣)의 경우 [고기가 들어가는 방(室)]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겠는데, 고대 중국인들이 한자를 만들면서 인간의 생리현상을 이 상형문자에 제대로 삽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몹시 흥미롭다.

[회 膾]는 풀어 설명하면, 고기[月]를 잘게 썰어 지방분을 빼고 살점만 모아 놓았다[會]는 뜻이 된다. 본디 중국 사람들은 날 것을 먹지 않는다. 그들은 채소까지도 삶거나 튀겨 먹는 민족이다. 생선도 일본인들처럼 회를 만들어 날것으로 먹는 습관은 중국에는 없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육회 肉膾] 만은 매우 즐겼던 모양이다. 주로 제사용으로 이 육회를 사용했는데, 나중에는 보편화되어 공자와 맹자도 육회를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한편 [자 炙]는 구운 고기가 되겠다. 자구 그대로 해석을 하면 불[火] 위에 고기[月]가 있으니 영락없는 바베큐다. 한국의 불고기에 해당된다고 보면 되겠다.

그러니까 [회자 膾炙]는 결국 육회와 바베큐를 통째로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를 하면 되겠고 따라서 [인구 人口에 회자膾炙 된다] 라는 표현은 중국인들이 생고기와 구운 고기를 자주 즐기던 풍습에서 나왔다고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는 뜻으로 쓰였던 이 표현은 요새는 뜻이 약간 변질되어 [널리 사람들에게 알려져 일컬어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것 같다.

그럼 역사적인 인육의 시식 장면을 하나 찾아보자.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소설인 [삼국지]를 읽으면 유비가 인육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삼국지에서 가장 엽기적인 장면 중의 하나로 꼽아야할 이 대목은, 사실 주인공인 유비의 생존에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씬이다. 이 장면이 없으면 유비는 없어지고 따라서 삼국지는 여기서 끝나 버린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하후돈]이 화살에 꽂힌 자신의 눈알을 눈깔사탕처럼 깨작깨작 씹어 먹는 장면이 훨씬 엽기적이고 요새 영화로 만들면 대박이 터질 만큼 호쾌하고 코믹한 장면이지만 그러나 하후돈은 삼국지의 큰 줄거리를 위해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극히 지엽적인 인물이라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하후돈은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먹는 좀 바보 같은 짓을 했으니 도덕적으로는 좀 상위에 있다고 하겠지만 크게 이목을 끌 행동은 아니다. 그런데 유비는 인육을 먹었으니 이건 분명히 [사건]이다.

유비의 인육 시식의 배경은 이렇다. 때는 유비가 서주를 장악하고 있을 시절이었다. 여포는 장요, 고순 등과 함께 군사를 일으켜 3군으로 나누어 유비ㆍ관우ㆍ장비를 공격하러 나선다. 강력한 여포 군대의 총공격을 받자 미처 준비가 덜된 유비의 군대는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패퇴하고 만다. 관우와 장비는 몇 명의 패잔병과 함께 산속으로 달아났고 여포군은 소패성을 점령하기에 이른다. 유비는 잡히면 살아남지 못할 것을 감지하고 처자식들을 그냥 버려 둔 채 성을 포기하고 서문으로 빠져 나와 말을 달려 도망을 친다.

유비가 홀로 말을 몰아 달아나는데 뒤에서 어떤 사람이 [태수님]하고 불러 뒤돌아보니 심복 손건이었다. 유비는 손건과 함께 큰 길을 피해 샛길을 따라서 [허창]으로 말을 달렸다. 초겨울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왔고 서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하루 반나절을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에 배가 너무 고파 화전민(火田民)에게 가서 요기(療飢) 라도 할 셈으로 산길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유안(劉安)이라는 화전민의 집에 들러 먹을 것을 요구하자 얼마 후 유안이 고기, 만두, 산나물이 갖추어진 거나한 저녁상을 차려왔다. 이런 두메산골에 이런 제대로 갖추어진 식량이 있을리 없다고 생각한 유비가 [이게 도대체 무슨 고기냐]고 물으니 유안은 [늑대] 고기라고 대답하였고 유비와 손건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도 않고 맛있는 고기와 만두로 배불리 저녁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아 유비는 길을 떠나려 후원에 메어둔 말을 끌어내기 위해 그 집 뒤꼍으로 가다가 보니 부엌에 눈부시도록 아리따운 여자가 잠자고 있는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평화롭게 자고 있는 여자는, 사실은 자는 것이 아니라 숨져있었고 자세히 보니 그 여자의 허벅지와 팔 다리와 옆구리는 예리한 칼로 베어져 있었다. 유비가 깜짝 놀라서 유안을 불러 자초지종을 물으니 유안이 눈물만 뚝뚝 흘리다가 대답하기를, [여기 죽은 여자는 사실은 소인의 아내인데 평소 존경하고 흠모해마지않던 유비 선생께서 이 누추한 곳에 오셨는데, 이 불경기에 대접할 것도 마땅치 않아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아내를 잡아 고기도 굽고 만두도 빚게 되었습니다] 라고 이실직고를 했다. 꾸중을 해야 할지 칭찬을 해야 할지, 상을 내려야할지 벌을 내려야할지 잘 판단이 서지 않던 유비는 무거운 마음으로 말없이 유안의 집을 떠났다.
 
필자도 이 세상에 존경하는 선생님이 몇 분 계시지만 과연 이런 극한상황을 만났을 때 과연 마누라를 잡아서 만두를 빚어 대접하는 그런 용기를 실천에 옮길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더구나 마누라는 삼국지를 읽어본 적도 없고 따라서 [내 미천한 이 한 목숨 바쳐 기꺼이 남편이 존경하는 선생님의 저녁거리가 되어보겠습니다] 류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니 그런 가능성은 더더욱 없어 보인다. (어쩌면 그래서 필자는 세상에서 출세 대열에 끼지 못하고 낙오하지 않았는가 생각해본 적도 있기는 있다.)

삼국지에 의학적인 절차나 과정에 대한 설명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에 관해서 필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 유안이 부인을 잡을 때 부부가 합심하여 결국 만두를 빚었는지, 아니면 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부인을 잡는 비결이 남편에게 따로 있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부인이 자는 틈을 타서 혹은 몰래 뒤에서 도끼로 머리를 내려쳐 부인을 잡았는지, 부인을 잡는 순간 부인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은 튀어나오지 않았는지, 또 부인의 살점으로 만두를 빚으면서 유안이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는지, 유비가 떠나고 나서 유안은 부인의 장례식을 근엄하게 치루었는지, 그러나 결국은 또 배가 고파 부인의 살점이 들어간 만두를 본인도 좀 먹었는지 등등 궁금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래저래 고전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우리 보통 사람들이 감히 흉내 낼 일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2. 마누라를 얼려버린 에팅거 씨

[크라이오닉스(Cryonics)]는 인간의 몸을 죽기 전에 얼리는 과학이자 사업이다. 이 사업의 창시자는 [로버트 에팅거(Robert Ettinger)]라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Cryonics Institutue를 만들어 그의 사업은 지금 이 세계적인 불경기에도 그럭저럭 잘 굴러가고 있다. 이 사람은 2011년 7월에, 자신의 최후가 왔음을 직감하고 죽기 전에 자신의 전신을 얼렸다. 50년 후쯤에 인류가 모든 질병을 정복한 세상에 다시 깨어나서 제2의 삶을 살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사람의 최초의 실험 대상은 바로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에팅거씨는 자신의 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을 모두 사망하기 전에 얼렸고 종국에는 자신도 얼려버렸다.  2062년쯤에 모두 깨어날 원대한 계획을 가진 이들은 현재 모두 꽁꽁 언 상태로 차분히 누워 다음 세상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가진 의문 한 가지는, 과연2062년에 모두 깨어났을 때 어머니와 부인 둘이 함께 깨어나면 그게 무슨 재미있는 세상인 것인지 도통 이 사람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촌수도, 세대간의 격차도, 시간과 공간도 모두 뛰어넘어서 흐물거리면서 깨어난 사람들이 무슨 재미로 새 세상을 갈아갈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들은 오늘 현재 인류가 가진 최첨단의 과학을 총동원하여 [잠자는 미녀] 흉내를 내며 나란히 누워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화전민 유안이 마누라를 잡아서 만두를 빚어 유비를 대접하는 바람에 유비가 천하통일의 위업을 이루고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은 수천만 삼국지 독자들을 위해서 크게 다행스런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유안의 죽은 마누라 입장에서는, 과연 자신이 만두속이 되어, 죽어가는 삼국지를 살리는 재료나 계기가 되기로 동의를 했는지는, 그녀를 다시 깨우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남편 알기를 하늘처럼 생각하는 문화에서 성장했다고 해도 과연 목숨을 버리고 초개처럼 만두속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인지, 필자는 유안의 부인을 한번 깨워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에 반해서 에팅거의 부인 둘은 [냉동고]에 들어가기로 문서상의 동의를 하고 50년 후를 내다보고 긴 잠을 자고 있으니 [유안의 부인]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유안의 부인은 깨어나지 못하니 글렀지만 에팅거씨의 부인 둘은 냉동이나 해동과정에 불만이 있었다면 2062년에 깨어난 직후 바로 변호사 고용해서 소송도 하면 될 것이고 또 정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성형도 좀 해서 보기 싫은 주름을 지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필자도 장수하고 싶은 이유가 여러 가지 있다. 그런데 에팅거씨 이야기를 읽고 나서 필자에게는 이제 장수의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2062년에 긴 잠에서 깨어날 [에팅거]씨와 어머니, 그리고 부인 둘을 해외토픽에서 꼭 보고 싶은 것이 이제 필자의 장수의 이유 중의 하나로 등장해 있다. 그런데 그런 날을 보자면 필자도 스스로를 얼려서 생명을 한 오십년 연장해야할 판이다. 현재 이 회사의 웹사이트에 의하면 약 3만불 내면 바로 얼려주고 매년 관리비가 약 300불 정도 드는 모양이다. 단, 주의할 점은 관리비가 일정기간 연체되면 사정없이 해동해버린다고 하니 관리비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만 50년 후 쯤에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깨어난다는 보장은 아직은 없다고 한다. 만일 후손 중의 한 놈이 [깨어나지도 못할 걸 할아버지는 얼기는 왜 얼어… 관리비만 자꾸 들게시리. 관리비 그만 내고 차라리 그 돈으로 로또나 사서 인생 확 바꿔버릴까보다] 해버리면 그길로 바로 해동되어 버리니, 혹시라도 이 [해동]의 가능성이 귀에 거슬리는 독자가 계신다면, 무엇보다, 후손들에게 관리비를 두둑이 남겨두고 가셔야만, 50년 후에 다시 깨어날 확률의 불씨를 그나마 살려둘 수 있다는 점을 깊이 명심하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또 하나 명심할 것이 있다. 그건 뭔고 하니, 50년 뒤에 깨어났을 때, 지금 까까머리 손주 녀석을 [형님]으로 불러야할 수도 있고, 한때는 명문대학 나와서 추앙받는 집안의 어른이었는데 50년 뒤에 깨어나는 순간에는 집안에서 서열이 엄청나게 강등되어있을 수도 있고, 또 빛의 속도로 바뀌어버린 세상에 적응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 생각에는, 이런 해괴망측한 순간을 대비해서, [본인이 깨어나는 순간 원하지 않는 상황이 생겨있을 때에는 도로 얼려서 100년 후에 다시 깨어날 수도 있다] 같은 option 조항을 넣어놓는 것이, 본인이 50년 후에 잠시 깨어났을 때, 일시적이나마 사회적 체면을 세우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3. 마누라를 쓰나미에 흘려보낸 토바 시장

최근에 정말이지 억울하게 마누라를 잃은 사람이 있다. 일본의 동북부에 위치한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라는 도시는 2011년 3월 11일의 전대미문의 지진과 해일의 피해로 인해서 도시 전체 인구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2,300 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이 되는 불행을 겪은 도시이다.

그날 아침에 시장 [토바]씨는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오랜만에 저녁에 아이들과 외식이나 한번 하자]는 아주 일상적인 대화를 하고나서 바로 쓰나미 통보를 받았다. 순간, 해변 가까운 곳에 있는 집의 부인을 구하러 갈 것인지 아니면 우선 시청 직원들부터 살리고 봐야 하는 것인지 토바 시장에게는 일생일대의 결단의 순간이 왔다. 토바 시장은 부인에게 달려가는 것을 미루고 일단 시청 직원들부터 대피를 시켰다. 그리고 소방서와 경찰청에 연락을 해서 시민들의 구호 활동을 지시했다. 반나절이 꼬박 지나고 나서 집에 전화를 해보니 이미 전화와 전기가 끊겨 연락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서 부인이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며칠 후 쓰나미로 인해 익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행히 아이들 둘은 학교의 옥상에 대피하여 목숨을 건졌지만 살아남은 시민들과 함께 시를 다시 재건하는데 온 힘을 쏟기 위해서 토바 시장은 초등학생 아이 둘을 먼 곳의 친척에게 보내는 또 다른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토바 시장은 정말이지 대단한 사람이다. 일단 시민들부터 살리고 보자는 그의 정신은 그야말로 살신성인의 표상이라고 하겠다. 쓰나미가 휩쓸고 간 도시를 다시 살리기 위한 그의 노력도 정말 피눈물 나는 것이다. 그는 곧 야전침대를 시청에 가져다놓고 거기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주민들의 이탈을 막고 도시의 재건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붓고 있다. 아이들이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을 돕기 위해서 친척들을 불러 모아 돌아가면서 엄마 노릇을 해줄 것을 당부하고 자신의 삶은 24 시간을 도시의 재건에 쏟아 붓고 있다고 하니 세상에 이런 이 영웅 같은 시장이 또 있을까 싶다.

최근 들어서 이 사람의 헌신적 노력을 지켜본 시민들로부터 [이런 사람에게 일본 정부가 훈장을 주어야 한다] [이 사람을 승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곧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첫째, 쓰나미의 결과 부인이 돌아가셔서 훈장을 주고받기에는 좀 침울한 분위기이고, 둘째는 자신의 목숨을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포상을 하기에는 배경 드라마가 좀 약하다. 또 시장을 갑자기 승진을 시키자면 도지사 자리를 주어야 하는데 그러자니 멀쩡히 일 잘 하고 있는 도지사를 갑자기 끌어내릴 명분이 없다. 부인을 잃은 토바 시장은 이래저래 참 불행한 경우를 만났다고 보겠다. 

앞서 삼국지의 유안이나 크라이오닉스를 제창한 에팅거씨의 경우에는 마누라를 본인들의 손으로 저 세상으로 (에팅거 씨의 경우에는 냉동고로) 가게 만들었지만 토바 시장의 경우에는 불가항력에 부인을 잃었으니 정말이지 억울한 케이스라고 봐야겠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필자는 [과연 나에게 이런 사생결단의 순간이 찾아오면 마누라를 먼저 구할 것인가 아니면 시민들을 먼저 구할 것인가?]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러나 역시 쉬운 결정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이렇게 망설이는 필자를 보게 되면 마누라는 필자에게 크게 실망하겠지만…

   

친구들과 정신없이 떠들었더니 어느덧 시계는 새벽 3시를 넘고 있었다. 부랴부랴 밤늦게 차를 몰고 가면서 졸음이 왔지만 곧 [마누라를 잡아서 예쁘게 만두속으로 빚어 평소 존경해마지않던 선생님께 대접해버리는 엽기적인 상상]도 해보고 [3만불 주고 마누라를 얼려서, 마누라 생명을 한 50년 연장해보나?] 같은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혼자 등신처럼 히죽거렸더니, 신기하게도 잠이 확 달아나고 피로와 스트레스가 싹 가시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앞으로 피곤이 엄습해오거나 스트레스가 생길 때마다 이런 [마누라 얼리기] 상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집에 도착했다.

거의 새벽 세 시 반이 되어 집에 왔더니 아이들과 일상의 씨름을 끝낸 흔적이 여기저기 역력한 마누라가 곤히 잠들어있었다. 오늘 하루도 얼마나 사는 것이 힘들었으면 입을 반쯤 벌리고 남편 들어온 것도 모르고 사정없이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일까. 순진한 마누라의 잠든 얼굴을 보는 순간 필자는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이렇게 고생하는 마누라를 잡을 생각을 왜 했을까? 이런 착한 마누라를 왜 얼리나? 왜 하필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마누라를 잡아 만두를 빚으려고 작정을 했을까? 마누라를 쓰나미 물에 그냥 떠내려보다니... 이런 저런 불경스런 잡생각을 잠시나마 했다는 것에 대해서 반성을 하니 눈물이 찔끔 나왔다. 마누라가 인기척에 잠을 깼다.

[이제 왔어? 얼마나 걱정했는데. 늦는다고 전화나 한번 하지 그랬어. 그런데, 당신 우는 거야? 왜 울어?]

[미안해. 웃고 떠든다고 전화하는 걸 잊어버렸네…. 우는 거 아니야. 잠이 와서 하품하는 바람에 나는 눈물이야. 어서 자.]

[냉장고에 저녁 넣어놨으니까 꺼내 먹어. 만두도 좀 덥혀놨는데…]

말다툼을 하고 집을 나간 남편을 위해서 마누라는 저녁을 준비해두고 있었다. 감동. 그리고 반성.

자다 깨어난 마누라의 입에서 나온 말이 하필이면 [냉장고]와 [만두]라서, 잠시나마 필자의 엽기적인 생각이 노출된 것 같아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괜찮아. 친구 집에서 많이 먹었어. 어서 자.]

마누라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필자는 속으로는 [하느님, 이 벌레보다 못한 남편을 용서하소서]라고 수없이 빌면서도 마누라를 향해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자애로운 남편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다짐했다. [내 살아있는 동안에는 마누라를 얼리지 않을 것이다. 마누라를 잡아서 포를 뜨지도 않을 것이고 해를 만들지도 않을 것이고 만두를 빚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쓰나미가 오면 내 몸을 던져 마누라를 제일착으로 먼저 구할 것이다.]

살그머니 옆에 누워 자세히 보니, 마누라의 화장기 없는 얼굴이 갑자기 측은해 보였다.

변우진 (언어 81,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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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8)
  위에 숫자가 정확하지 않은 곳이 있어서 알립니다. 변변 2013-12-27 10:33:55
리쿠젠타카타(陸前高田)라는 도시는 2011년 3월 11일의 전대미문의 지진과 해일의 피해로 인해서 도시 전체 인구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2,30 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이 되는 불행을 겪은 도시이다. --> 여기서 2,300 명 이상이 옳은 숫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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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XXX.XXX.102)
  길지만 필독!!! 워낭 2013-12-26 11:34:56
글이 길길래 언제 시간 내서 근엄하게 읽어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순식간에 읽었다. 그것도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울고 웃으면서...변변이라는 이 양반 정말 미네소타에 살기엔 너무 아까운 인물이다. 지금이라도 한국말, 한글 맘껏 말하고 쓰는 곳으로 이사해라. 지금 중앙신인문학상 모집 중이니 응모하시길. 언어의 마술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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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XXX.XXX.3)
  근엄한 독자들에게 걸맞는 읽을거리를 제공해야한다는 책임, 지금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 변변 2013-12-26 13:54:57
올해도 아크로와 함께 즐거운 한해를 보냈습니다. 저에게 이런 투고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새 인터넷만 있으면 하와이에 있든지 뉴욕에 있든지 투고가 가능하니 글쓰는 사람과 독자들이 꼭 한 도시에 살 필요는 없을 듯. 그러나 친구들을 찾아서 로스앤젤리스로 이사를 가는 계획은 항상 제 머리 속에 있습니다. 신인문학상 정보 감사합니다. 시간 나면 한번 챙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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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XXX.XXX.102)
  십 수번의 파안대소 Shin Jeong 2013-12-25 12:22:05
으흐흐흐, 변변님 등단하셔야겠네요.
덕분에 실컷 웃었어요.
댁에서도 이렇게 마눌님 많이 웃겨드리시나요? 그러시겠지요.

한글을 못 읽는 친구들이 갑자기 불쌍해 지는 이 애매모호한 감정 어찌 표현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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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XXX.XXX.224)
  제 마누라가 웃다가 배꼽이 빠져 이제 더이상 애를 낳지 못한다는... 변변 2013-12-27 10:11:16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 불쌍하지요. 저도 동의합니다. 실컷 웃으셨다니 큰 다행입니다. 내년에도 웃으실 일 많이 생기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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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XXX.XXX.102)
  ㅋㅋㅋㅋ 양민 2013-12-29 23:20:52
아 저간에 그런 사정이...ㅋㅋㅋ
추천0 반대0
(24.XXX.XXX.44)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양민 2013-12-24 22:55:30
그런데, 변변.. 아쉽게도 여성독자들에게는 점수를 못 받으시겠습니다.
만두를 잘 빚어서 마눌에게 줘야 하는 남편들에게는 어쩔라나...
재밌게 읽었습니다...
추천0 반대0
(24.XXX.XXX.44)
  선배님에게 웃음의 기회를 드린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변변 2013-12-25 03:44:31
이번 글의 내용이나 표현들이 너무 과격해서 그리고 여성들에게는 충격적인 내용이라 지금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합니다. 그나마 웃음을 선사했다니 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Merry Christmas to your family!
추천0 반대0
(67.XXX.XXX.130)
  유안, 이 나쁜 놈! 엉겅퀴 2013-12-24 09:54:43
뭐? 부인을 잡아서 만두 속으로?? 유안, 이 멍청하고 나쁜 놈아!
정답은 네 놈이 다소곳이 만두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
왜냐 하면, 고기는 좀 질기겠지만, 고무줄로도 솜사탕 만들어내는
요리 솜씨, 너보담 네 마눌님 아니것냐,
주군의 입맛은 안중에도 없는 이 너뿐인 나쁜 넘아!
(변변님의 대설, 김지하 이미 찜쪄드셨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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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228)
  대개 멍청한 친구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닌데, 졸지에 유안이 두 개의 감투를 쓰고 말았군요. 변변 2013-12-26 13:34:38
시시한 만두 얘기 써넣고 감히 김지하와 비교가 되다니 큰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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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XXX.XXX.102)
  대단타 이병철 2013-12-24 06:32:58
애시당초 비범타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고 다시 한번 감탄한다. 놀랍다, 변변의 글빨. 다음에 다시 정신 가다듬고 정독해야겠다. 유익한 글 고마와. 이전의 섬이야기가 생각난다.
추천1 반대1
(139.XXX.XXX.150)
  병철 동문, 인도네시아의 겨울은 안녕하신지? 변변 2013-12-28 13:13:13
요새는 [안녕하지 못하다] 는 사람들이 많아서 인사 묻기도 참 조심스럽네. 아무쪼록 Happy New Year to your family!
추천1 반대1
(183.XXX.XXX.102)
  일상은 일상이 아니고, 뉴스는 뉴스가 아니고, 옛이야기는 옛이야기가 아니네. 박찬민 2013-12-23 18:21:50
어떻게 그렇게 다 연결시켰는 지? 정말 놀라울 뿐. 물론 더불어 재미도 굉장하고.
추천1 반대1
(76.XXX.XXX.195)
  연결은 컴퓨터가 알아서 다 해주는 시대이니 생각보다는 간단합니다. 변변 2013-12-28 13:14:42
찬민 동문, 밝아오는 2014년에 좋은 일 많이 생기기를 기원하네. Happy New Year to your family!
추천1 반대1
(183.XXX.XXX.102)
  만두와 마누라 오달 2013-12-23 08:59:47
변변님 상상의 폭이 참 넓습니다.
그리고 그 긴거리에 다리를 놓는 솜씨,
꼼꼼하고 진지하고...
잘 읽었습니다.
추천1 반대1
(108.XXX.XXX.241)
  요새 이런 다리는 컴퓨터가 다 놓아주니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변변 2013-12-28 13:15:43
선배님 올해도 잘 보내시고, Happy New Year to you and your family!
추천1 반대1
(183.XXX.XXX.102)
  아~ 정말 김종하 2013-12-22 23:22:21
변변님의 대단한 썰을 빠져들 듯 읽다가 형수님 냉장고와 만두 이야기에서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남푠들이 꼭 읽어야 할 글입니다.^^ 감사.
추천1 반대1
(107.XXX.XXX.123)
  올해도 아크로와 함께 즐거운 한해를 보냈습니다. 저에게 이런 투고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변 2013-12-28 13:18:13
올해도 아크로 편집하신다고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런 투고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Happy New Year to you!
추천1 반대1
(183.XXX.XXX.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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