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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라는데
[변변의 大說 시리즈] 나비부인 vs. 보봐리부인
2013년 11월 20일 (수) 12:59:01 변우진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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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 중 '어떤 갠 날')

[결혼은 미친 짓이다] 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제목에는 필자도 격렬히 공감한다. 이성이 서로를 그리워하면 언젠가는 결혼을 해서 관계를 평생 가지고픈 욕망이 생긴다. 결혼을 하면 처녀와 총각은 [부인]과 [남편]이 되어 온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은 [가족]이라는 단위가 되어 한 지붕 밑에 살게 된다. 그런데 요새는 결혼하지 않고도 가족이 되기도 하고 또 아이를 낳아서 부모가 되는 사람들도 주위에 꽤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공산주의 북한에서도 [미혼모]가 있는 모양인데 북한에서는 이들을 [해방녀성]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결혼에 속박되지 않고 애를 낳았으니 제도나 전통에서 해방된 사람이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여 이 용어의 타당성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지를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이 시는 박목월의 것이다. 필자는 중학교 때 이 시를 접하면서 필이 꽂혀 지금도 기회가 되면 혼자서 이 노래를 부른다. 노래 가사로만 보면 헤어진 가족과 친구 혹은 연인을 그리워하면서 혹은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쓴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청록파] 시인답게 4월의 봄, 새로운 생명의 등불에 대한 외경을 느낄 수도 있어서 좋다.

주말에 [나비 부인]을 보다가 갑자기 이 시가 생각난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 내친 김에 [부인] 시리즈를 모두 섭렵해서 앞으로 어디 술자리에 가서 [부인]이 화두로 나왔을 때 말빨로 뒤지지 않아야지 하는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검색을 해보니 [차탈리 부인] [젖소 부인] [보봐리 부인] 등등 수많은 [부인]들이 동서고금을 넘나들면서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없어서 [차탈리 부인]과 [젖소 부인]은 일단 뒤로 미루고 [보봐리 부인]을 우선적으로 섭렵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 미루어둔 [부인] 시리즈를 모두 섭렵하려는 계획은 아직 포기한 것은 아니다.

[마담 버터플라이]와 [마담 보봐리]를 보면서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노우트를 해가면서 보았는데, 혹시 독자 제위께도 참고가 될까 해서 몇 자 적는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표를 만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마담 버터플라이는 이태리의 푸치니가 약 100년 전에 만든 오페라이고 마담 보봐리는 프랑스의 플로베르가 약 150년 전에 쓴 소설이다. 두 스토리는 공통점도 많다. 한쪽은 기생으로 한쪽은 평범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서 남편 잘 만나서 호강해보려는 소박한 생각을 품었고,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 것도 유사하다. 나비부인(마담 버터플라이)은 오랫동안 끈질기게 남편을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까 자살하고, 보봐리 부인은 스스로 비참한 종말을 자초하는 경우다.
 
둘 다 자살을 택하는 비극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과정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나비부인은 3년을 목이 빠져라 기다려도 미국으로 돌아간 남편이 오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제 가족으로부터도 버림을 받게 되고 미국으로 갈 수도 없게 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끝에 큰 슬픔을 견딜 수 없어 나비부인은 종국에 자살을 택한다.
 
나비부인이 눈물로 세월을 지내는 3년은 다음의 시가 대변해준다. 이 시는 나비부인과 아무 상관없이 쓰여진 것이지만 필자 생각에는 나비 부인의 하염없는 기다림의 심정이 이 속에 절절이 담겨있다.
 
눈물

만일 내가 무엇인가로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다면,
나는 너의 눈물이 되어
돌아오리라.
너의 가슴에서 잉태되고
너의 눈에서 태어나
너의 뺨에서 잠시 살다가
너의 입술에서 죽는
그런 눈물로 돌아오리라
 
나비부인이 지극히 동양적이고 고전적인 비극이라면 보봐리 부인의 비극은 다소 현대적이다. 보봐리 부인은 명품에 중독된 사람이다. 의사 남편을 만나 갑자기 현찰이 생긴 보봐리 부인은, 단 3일이 멀다하고 바람을 피우고, 명품 산다고 카드를 긁어대더니, 결국은 자신의 빚 땜에 남편의 병원이 문을 닫을 처지에 봉착하자, 독약을 먹고 자살을 한다. 이미 150년 전에 소위 [크레디트] 거래를 할 줄 알았으니 프랑스 상인들의 상술은 정말이지 시대를 앞서가고 있었다는 느낌이다.
 
자살 후 피해자가 누구인가를 살펴보면 좀 차이가 난다. 나비부인은 자살하기 전이나 후에 누구에게도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일본의 친가 쪽 사람들은 이미 이방인과 정분이 난 나비부인에 대해서 등을 돌린 상태라 어차피 피해가 갈 상황은 아니었고 남자 쪽은 어차피 태평양 건너이니 피해가 갈 리 없다. 그러나 보봐리 부인은 자신의 실수로 인해서 성업 중이던 남편의 병원도 망하게 하였고, 남편도 실의에 빠져 곧 사망하게 만들었고 하나뿐인 딸도 졸지에 고아로 만들어 먼 친척에게 입양되게 하여, 큰 비극의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다.

   

이 두 영화에서 굳이 교훈을 찾자면 이렇다. 나비 부인에는 [오지도 않을 사람 기다려봤자 본인만 가슴 아프고, 은장도에 피 묻힐 일 생길지 모르니 분명히 아닌 사람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내용의 교훈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그에 비해 마담 보봐리에는 [사흘이 멀다 하고 바람을 피우고 명품을 사기 위해서 카드를 긁다보면 잘나가는 남편의 병원도 말아먹고 가정에 비극이 온다]는 다소 권선징악적인 교훈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남편이라는 작자들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나비 부인의 미국 남편은 군인으로 일본에 주둔하면서 기생을 사랑하다가 고국으로 돌아가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부인을 잊어버렸지만(out of sight out of mind), 의사인 보봐리씨는 자기 직업에는 충실하지만 눈치가 좀 없다. 그래서 부인이 바람피우고 명품 산다고 외상을 긁고 다니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사랑하는 부인을 따라 본인도 곧 죽어버리는 순진가련형 남편상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또 교훈을 찾자면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여자를 착각하게 만들면 자살로 치닫을 수 있다]는 교훈이 마담 버터플라이에 담겨있고, [가끔씩은 마누라가 밖에 나가서 누구를 만나는지, 혹시 명품을 외상으로 구입하는 것은 아닌지, 꺼진 불 다시 보듯이, 자는 마누라도 한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교훈이 마담 보봐리에 담겨있다고 보면 되겠다.
 
최후의 승리자는 장사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비부인을 미군에게 소개한 중매쟁이와 보봐리 부인에게 명품을 외상으로 판매한 장사꾼은 둘 다 큰돈을 벌었고 두 부인의 죽음 후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사업을 계속 한다.
 
또 하나 필자가 재미있게 발견한 사실은, 너무 정절을 지키려고 애써도 비참해지고 너무 바람피우고 밖으로 나돌아도 결국은 비참해진다는 거다. 그래봐야 은장도 만드는 아저씨나 명품 파는 아저씨 장사시켜주는 결과밖에 없다.
 
마담 보봐리는 무려 150년 전 프랑스의 얘기이고 마담 버터플라이도 무려 100년 전 일본의 얘기이지만 오늘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본다. 잊을 것은 빨리 잊자! 명품 좋다고 외상으로 사지 말자! 바람피우지 말자!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함부로 사랑한다고 속삭이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이 태평양을 건너가면 무언가를 담보로 잡아두자! 부인이 갑자기 친절해지고 꾸미고 다니면 뭔가 있다! 가산 탕진하고 아이들 비참해지기 전에, 자는 부인도 다시 보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은장도나 독약처럼 목숨을 창졸지간에 앗아갈 물건을 머리맡에 두지 말자! 은행에서 크레디트 카드 명세서가 오면 자세히 보아서 배우자의 경제적 동선을 파악해두자!

변우진 (언어 81, 변호사)


오페라 나비부인 중 ‘어떤 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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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1)
  오랫만에 깔깔대며 Shin 2013-11-26 19:31:03
맘 놓고 웃은 글입니다.

'어떤 개인 날' 이란 비장한 음악과 함께 하는 교훈,
잘 얻겠습니다.;D
추천0 반대0
(50.XXX.XXX.224)
  오페라 나비부인의 화면과 음악을 보고들으며 감동의글을 김석두 2013-11-21 11:12:27
읽고나니 100년전 나비부인같은 여인들과 오늘날의 여인들이 얼마나 달라진 세상 삶을 살고있는지 깨우치게 됩니다.그래서 제목을 "결혼은 미친짓"이라는데 라고단 연유를 동감합니다.인륜지대사인 결혼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정화목은 부창부수 동고동락 백년해로부부의 요체임을 깨닫게하는 글입니다.그리고 김종하 편집장님의 음악과 화면을 보고들을수 있게 하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250)
  변변은 심각한 글만 박변 2013-11-20 21:21:34
쓰는 줄 알았더니 이런 재미난 글까지. 비교표는 정말 압권. 대상항목을 늘려주세요. 너무 재미있어요. 하긴 묘비명까지 관심있으니 변변의 관심사의 그 깊이와 폭은 무변무량무한.
추천1 반대1
(24.XXX.XXX.69)
  공통점 엉겅퀴 2013-11-20 17:38:17
두 작품의 공통점을 더 꼽자면, 남자와 결혼했다, 남작 (남자작가) 이 썼다.
100-150년이 지난 요즘이라면 꼭 보장할 수 없는 공통점이 되겠습니다.
B형 남자 얘긴 많이 들어봤어도... 마담 B 까지 이리 대센준...^^
추천1 반대1
(216.XXX.XXX.228)
  해설은 언뜻 현실적이고 박찬민 2013-11-20 10:52:28
튀지 않아 보이나, 모든 표현에서 변변의 삶의 깊이가 보이는 듯. 너무 재미있게 잘읽었네.
추천1 반대1
(76.XXX.XXX.207)
  대입준비 이상희 2013-11-20 08:50:26
기가 막힌 발상만큼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압권은 두 작품을 비교한 표입니다. 대입 학력고사 참고서 한샘국어에 나옴직합니다... ㅋㅋ (아, 81학번이면 학력고사를 치루지 않으셨겠군요)
추천1 반대1
(138.XXX.XXX.185)
  ㅋㅋ 한샘국어 편집자 2013-11-20 10:59:27
표를 좀더 글씨가 잘 보이도록 업뎃했습니다^^
추천1 반대1
(76.XXX.XXX.131)
  3학년 1학기 까지는 80 학번까지 보았다는, 소위 [예비고사] 와 [본고사] 를 함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3학년 2학기에 갑자기 본고사가 없어졌습니다. 변변 2013-11-20 10:32:04
아마도 우리가 시험치를 쯤 해서는 이름이 [학력고사]로 바뀌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당시 연고대에는 [특차] 가 있어서 이 친구들은 본고사 없이 들어가는 문호가 있어서 [예비고사] 만 준비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나중에 이 친구들이 서울대 많이 들어갔습니다.
추천2 반대1
(75.XXX.XXX.233)
  부인 씨리즈를 쓰고 있는데 감명을 받다니 역시 81 학번들 답습니다. 변변 2013-11-20 07:38:23
고3 의 1학기까지 본고사 준비를 하다가 2학기에 갑자기 본고사가 폐지되어 대학진학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우리 81 학번들은 어딘가 좀 주변인같은 엉뚱한 데가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과연 아래의 댓글을 보니 그렇네요. 김종하 편집장님께서 적재적소에 음악과 배경 화면을 넣어주셔서 읽는 재미가 격렬히 증폭된 느낌입니다.
추천1 반대1
(75.XXX.XXX.233)
  읽을 수록 재미가... 이종호 2013-11-20 06:24:52
풍부한 상식과 넘치는 유머가 변변님 글의 매력입니다. 발상의 신선함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젖소부인은 애마부인의 아류였던가요. 아무튼 부인 시리즈에 필이 꽂혔다니 엉뚱하면서도 재미있고...그리고 이렇게 멋진 '썰'을 풀어나가니 그 또한 경이롭네요. 잘 읽었습니다.
추천1 반대1
(71.XXX.XXX.53)
  먼 곳에서 이병철 2013-11-19 21:32:32
다소 졸린 오후 점심시간에 이 글을 읽고 득도하는 듯한 기분이다. 변변 참 글 잘 쓰네. 고마우이. 특히 책임지지 못할 일은 하지 말자. 감명깊다.
추천1 반대1
(27.XXX.XXX.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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