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10 월 18:29
> 뉴스 > 에세이
       
비둘기가 말했지 "그런 거야, 사랑이란"
[오달의 전설따라 삼천리] Tales of Alhambra
2013년 10월 07일 (월) 16:36:15 김지영 기자 acroeditor@gmail.com
김지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클릭!  

사랑이란,
하나에는 고통,
둘에는 축복,
셋에는 불화.

It is the torment of one,
the felicity of two and
the strife and enmity of three.

비둘기가 말한다. 한 아랍 왕자에게. 사랑이란 그런 거라고.

봄날 나른한 사랑에 빠져 있던 비둘기 한 마리, 갑자기 나타난 매의 추격을 피해 왕자의 방으로 날아든다. 아흐메드라는 왕자. 그는 알함브라 궁전, 헤네랄리페(Generalife)라는 요새에 갇혀 있는 신세다. 무슨 죄인이라서가 아니라 태어날 때 점성술사의 예언 때문에 세상과 격리되어 자라나고 있다. 점성술사의 예언은 아흐메드 왕자가 사랑에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알함브라(Alhambra)는 스페인에 있는 성. 남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은 무어(the Moors)라고 불리는 아랍계 무슬림의 나라였다.

8세기 중엽부터 1492년 무어인의 나라가 기독교 스페인에게 망할 때까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대부분은 아랍 세계였다. 중세 유럽에서 가장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었다.

아흐메드 왕자의 부왕은 아들이 사랑이라는 병에 걸리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하여 알함브라 궁에서 가장 한적한 헤네랄리페에서 기른다. 가장 좋은 선생님을 모시고 온갖 호화로움 속에서 아무 것도 부족함이 없이 키운다. 단 한 가지 엄격한 조건은 아흐메드가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어떤 것도 허용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그 왕자가 사랑을 아는 날에는 선생님은 목이 달아나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서 사랑이란 남녀 간의 사랑을 뜻한다.

아흐메드는 건강하고 훌륭한 미남으로 자란다. 시문과 음악, 그리고 당시에 알고 있는 모든 지식에 능통하게 된다.

그러나 열다섯 살이 넘으면서 점점 마음이 허전한 때가 많아진다. 한때는 헤네랄리페의 아름다운 정원의 나무와, 풀, 꽃에 깊은 애착과 애정을 보인다. 그러나 그것도 곧 시들해지고, 마음에 점점 더 큰 외로움이 생긴다.

식물에 애정을 느끼는 아흐메드를 보고 깜짝 놀란 선생님이 아흐메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하여 새들의 말을 가르친다. 아흐메드는 곧 선생님보다 더 새들의 말에 능통하게 된다. 그리고 새들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그러나 그것도 한때, 곧 허전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종달새들이 서로 사랑하는 대화를 들으며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 ” 하는 풀 수 없는 질문의 노예가 된다.

   
Karmic Golden Net: 두 사람에게는 넘실넘실.

어느 봄 날 헤네랄리페 요새의 높은 창문에 비둘기 한마리가 들어온다. 무서운 매의 쫓김을 받아 생사의 기로에 있던 비둘기를 거두어 정성껏 보살핀다. 그러나 그 비둘기가 슬픈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아흐메드가 묻는다. “너는 황금으로 만든 새장에서 네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데 왜 슬피 우느냐 ”

비둘기가 대답한다. “황금 새장이 무슨 소용이고, 가장 좋은 곡식을 먹으면 무얼 합니까? 이 좋은 봄, 사랑의 계절에, 내 사랑, 내 짝을 잃었는데요.”

“사랑? 사랑이란 게 무엇이냐? ” 아흐메드가 묻는다.

“왕자님, 왕자님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고요” 비둘기가 말한다.

그리고 왕자에게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해준다.

“사랑은 하나에게는 고통이요, 둘에게는 축복, 셋에게는 불화.”

부왕의 엄격한 폐쇄 감시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눈을 뜬 아흐메드 왕자,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요.

이 이야기는 미국 작가 Washington Irving이 1832년에 쓴 Tales of Alhambra 중에서 Legend of Prince Ahmed Al Kamel에 나온다.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성채 뒤 쪽 헤네랄리페의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 모두 사랑에 빠졌거나, 사랑에 지쳤거나, 사랑을 갈구하며, 꽃길, 물길을 걷는다. 그곳 비둘기들은 아직도 아흐메드 왕자에게 말해준 사랑 이야기를 구구거린다.

   
A Lacerated Heart: 세 사람이 되면 까실까실.

LA에도 가을이 깊다. 이 가을에 사랑을 느끼는 두 사람들, 그 행복이 오래가기를 빌며, 혼자이어서 아픈 사람들, 셋이 되어서 더 아파진 사람들, 그들의 아픔도 세월이 가면 무지근한 평안이 된다는 삶의 엄정한 질서를 생각해본다.

오달 김지영 (영어교육 69)


배경음악: SUEÑOS DE LA ALHAMBRA - MAESTRO RODRIGO
ⓒ 아크로폴리스타임스(http://www.acropolis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쓰기
이름 비밀번호
제목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현재 0 byte/최대 400byte)
전체기사의견(18)
  오랜 수수께끼 하나 Shin 2013-10-11 23:21:35
풀렸어요.
어려서 듣던 그 노래, 'La Paloma' 제목이 왜 그런 지--
오달 선사님 절 받으세요. 꾸우벅.
평화의 상징이 아니었어요

항상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얘깃거리. 감사해요.
추천0 반대0
(50.XXX.XXX.224)
  두달 후 그 곳에 가는데 2013-10-11 11:53:33
마침 아름다운 얘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스페인 쪽 새는 참 지혜로운가봐요.우리나라 새는 머리 나쁘다고 구박받는데...

다음 얘기 궁금해요...해피엔딩이길...
추천0 반대0
(72.XXX.XXX.42)
  이국 중의 이국 오달 2013-10-11 20:23:14
딴 나라에 가서 또 딴 나라를 보는 재미
사연도 많고 볼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기억할 것도 많고 쓸것도 많고
다녀와서 꼭 아크로에 쓰세요
추천0 반대0
(108.XXX.XXX.241)
  좋은 글 좋은 음악 박변 2013-10-07 22:42:07
이 가을에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추천0 반대0
(24.XXX.XXX.69)
  마음은 가끔씩 흔들어 주어야 오달 2013-10-11 20:21:35
필요없는 먼지가 끼지 않습니다.
추천0 반대0
(108.XXX.XXX.241)
  새만도 못한..... 모원균 2013-10-07 20:27:12
얼마전 다녀온 알함브라....이런 story가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추천0 반대0
(203.XXX.XXX.239)
  없는 사연도 오달 2013-10-07 22:08:44
만들어 드립니다.
좋은 사진좀 보내세요,
모모씨 가는 곳에 사연이 왜 없겠어요?
라성에는 모모씨 후일담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 많아요.
추천0 반대0
(97.XXX.XXX.0)
  알함브라에 가시면 오달 2013-10-07 12:15:28
아흐메드 왕자도 생각해 주세요.
헤네랄리페는 알함브라 본 성채와
떨어져 뒤쪽에 있습니다.
위 비데오 첫 시작부분에 나오는 곳입니다.
정원을 아주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위 글은 2004년 4월 로스안젤레스 중앙일보 "이 아침에" 칼럼에 썼던 내용을 살짝 수정한 것입니다.
추천0 반대0
(108.XXX.XXX.241)
  Washington Irving은 오달 2013-10-07 22:17:59
그라나다에서는 영웅이며 은인입니다.
그의 이름을 딴 학교도 있고, 호텔도 있고.
작가란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함브라가 세계적 관광지가 된것은 어빙의 재미있는 소개 덕분이지요.
추천0 반대0
(97.XXX.XXX.0)
  짝사랑과 짝수 사랑 엉겅퀴 2013-10-07 10:56:31
0, 2, ... 짝수가 관계하는 사랑은 해피엔딩인 반면,
1, 3, ... 홀수가 관계하는 사랑은 엔딩해피인 이유가 뭘까요?
even love, odd love... 그건 소숫점 이하를 몰라서
꼭 나누어 떨어져야만 풀 수 있었던 고대 산수의 한계 때문일까요?
추천1 반대0
(216.XXX.XXX.228)
  티벳 사람이 아니곤 오달 2013-10-07 22:10:55
셋의 역학 관계를 다룰 지혜가 없나봅니다.
추천0 반대0
(97.XXX.XXX.0)
  짝사랑 도사들은 엉겅퀴 2013-10-08 08:25:18
얼마든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1/2+0 사랑에도 홀로 나름 행복할 수 있는 그들.
중세 유럽에서 가장 문화가 발달했다니 드는 생각은..
'유럽'과 '아랍'.. 얘네들 같은 애들 아닐까요?
이름이 너무 비슷해서요. 제임스와 야고보처럼.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쓸쓸한 가을에 딱 어울리는 글과 사진 그리고 음악! 감사!! 산들바람 2013-10-07 03:11:45
트레몰로의 애절한 떨림이 그곳 비둘기들의 구구 지저귀는 사랑 이야기였다는...
사랑은 그 축복은 하나도 셋도 아닌 둘이라는..
이곡의 작곡자 타레가도 유부남이면서 어느 과부를 사랑했다지요, 아마도.
흘러가는 수많은 사랑의 기쁨과 슬픔, 모두에게 평안 있기를~~
추천0 반대0
(203.XXX.XXX.138)
  산들바람 님 오달 2013-10-07 22:12:53
글이 산들산들하네요.
단골나그네 역만 하시지 말고
좋은 글을 좀 보내주세요.
한국에 계신가요 ?
추천0 반대0
(97.XXX.XXX.0)
  아크로의 첫 시도 김종하 2013-10-07 00:13:18
오늘의 사진과 이어지는 연작 글.
오달님 감사
추천0 반대0
(107.XXX.XXX.123)
  이어지는 글, 기대됩니다. 단골나그네 2013-10-07 03:48:23
사랑에 눈을 뜬 아흐메드 왕자, 그 다음 이야기가 무진장 궁금해요.
추천0 반대0
(203.XXX.XXX.138)
  이어지는 이야기는 오달 2013-10-07 22:15:12
더욱 동화 같아요.
때가 되면 후일담을 전할께요.
저도 쓸데없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춘향과 이도령은 애를 몇명 낳았을까?
걔들이 커가며 속 썩이지 않았을까 ?
추천0 반대0
(97.XXX.XXX.0)
  오달님 그러고보니 김종하 2013-10-08 13:03:39
줄리엣과 춘향 비교 연구
어음 발행하신지 꽤 된 거 같은데요^^
추천0 반대0
(76.XXX.XXX.131)
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3600 Wilshire Blvd., #1214 LA, CA, 90010, USA|Tel 1-818-744-100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훈
Copyright since 2009 by The Acropolis Tim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itor@acropolis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