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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通)하면, 통(統)하리라
[정연진의 원코리아 이야기] 남북문제, 사고의 틀을 바꾸자
2013년 10월 03일 (목) 17:26:32 정연진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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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공화국의 슬픈 자화상

드넓은 북방 진출 가능성이 철조망으로 끊겨 섬 아닌 섬이 되어 버린 한반도의 반쪽 나라. 외부로 펼쳐야할 겨레의 에너지가 반쪽 안에서만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며 지지고 볶아온 결과, 이제는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어떠한 이슈가 떠오르면 이것이 나무기둥인지 잔가지인지 헤아려보려 하지 않는다. 고위공직자의 혼외자식 문제가 인사청문회 시점도 아니고 난데없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서 제기되어도 과연 그러한 생뚱맞음이 온당한 것인가를 헤아릴 겨를이 없다. 사회 전체가 곧바로 혼외자식 여부가 사실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수꼴, 좌빨 종북, 온갖 험악한 말과 부정적인 에너지로 서로가 서로를 적대시한다. 인터넷 매체의 댓글에 온갖 욕설과 저주가 넘쳐난다. 어떠한 논리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편가르기 광풍이 시도 때도 없이 휘몰아치는 곳. 꼬리에 꼬리는 무는 분열과 반목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나의 조국, 아, 슬픈 대한민국.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더욱 가관이다. 한 때 천만이라 추산되었던 이산가족들. 한 번에 겨우 100명 정도 선심 쓰듯 알량하게 만나게 해주면서 상봉기회 마저도 남북 정권의 기싸움의 재물이 되고 있다. 이산가족들에게는 한 평생을 기다려온 기회이자 어쩌면 세상을 뜨기 전 생애 단 한 번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데.

2000년도부터 전체 상봉 신청자 중에 상봉을 실제 이룬 사람들은 1.5%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리고 이산가족이 애타게 원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생사확인'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생사확인인 된 사람들이 전체 신청자 중에 6.3%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참으로 뭐라 할 말이 없다.

세상 어느 천지에 ‘가족이 만나야 한다’라는 천륜을 거역하는 나라가 있단 말인가. 한평생 그리운 가족을 못보고 애가 타는 사람들에게 북이나 남이나 양 정권은 그야말로 반인륜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꼴이다.

분단 1세대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 부르기에 이제 정말 지쳤다. 한편 자라나는 세대는 남과 북이 한 형제여서 통일해야 한다는데 절실함을 느끼지 못한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호소력을 갖기 위해선 ‘얘들아, 잘 들어봐. 통일이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란다, 니들에게도 엄청 이익이란다. 직업창출의 블루 오션이 펼쳐진다.’ 등등 손익계산과 대차대조표를 내밀어야한다. 젊은 세대가 이해타산을 따져 통일시대에 합류한다고 한들, 과연 그들이 북녘동포를 더불어 살아갈 동료로 품을 수 있을 것인가.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통일서적들. 대한민국에서 통일은 어째서 선거 이슈도 되지 못하고 국민적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는가.

이제 우리들 스스로 담대한 사고의 전환을 이루지 않고는 이 답답한 현실을 뛰어넘어 DMZ 철조망을 걷어 치워버릴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 생애 내에 말이다.

   
‘만남’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그림. (1995) 빼앗긴 역사의 처절한 희생자였던 일본군’위안부’도 남과 북이 하나 되는 한반도를 꿈꾸었다.

남도 우리고 북도 우리이다. 남과 북을 아우르는, 우리보다 더 큰 ‘우리’가 되지 않고는 분단시대를 극복할 수 없다. 통일시대에 걸맞는 사고의 틀을 갖추지 못한다면, 설사 한반도의 국제기류가 호전되어 분단시대를 끝낼 수 있는 천운이 온다한들, 한국인들의 손에 ‘절체절명의 기회’ 가 쥐어진다 한들, 그 기회를 과연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 알아차릴 수나 있을 것인가?

이젠 사고의 틀을 바꾸자 – 역발상의 힘

조선왕조부터 자신을 스스로 낮추어 소중화로 여겨온 ‘뼛속 깊은’ 한국인의 사대주의는 일제강점기에는 친일로 발전했고 해방 이후는 친미로 진화했다. 분단 70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어떠한가.

나라의 힘이 과거와 다르게 크게 성장했는데도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오히려 친미에서 더욱 업그레이드되었다. 이제는 미국적 사고와 미국적 잣대가 무조건 옳고 따라야한다고 여기는 종미, 아니 어쩌면 숭미의 단계로까지 한국인의 사고방식에 내재화되었다.

한국인들이야 스스로를 5천년 역사를 지닌 자랑스러운 문화민족이라 생각하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자. 300년도 못되는 역사를 가진 미국이 볼 때, 한국은 2차 대전 직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신생 독립국중의 한 나라일 뿐이다. 우리 안에 깊숙이 내재된 서구 중심의 사고는 그들이 우리를 얼마나 하잘 것 없는 존재로 대해왔는지조차 깨닫지 못한 채 열심히 강대국의 이익에 봉사하고 있는 꼴이다.

통일을 이야기 할 때마다 항상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해야 하고 중국이 어떻게 해야 하고… 러시아, 일본이… 하면서 강대국 입장을 귀가 따갑게 듣는다. 왜 당사국인 스스로의 입장보다 주변 강국의 입장이 더 중요한가. 강대국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통일도 못하겠다는 건가. 통일코리아에 살아갈 사람들은 주변 강대국의 국민이 아닌 남과 북 동포들이다. 그들의 한반도 전략에, 강대국의 외적인 변화에 우리 스스로의 운명을 맡기겠다는 말인가?

우선 언어를 들여다보자. 서구 패권국이 쓰는 언어에 그들의 사고와 세계관이 스며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예를 들어, 외교정책을 들 때 강경 회유책은 stick or carrot policy 라는 영어로 표현된다.

강경한 정책은 상대방을 때리는 ‘막대기 (또는 채찍)’이고 유화정책은 ‘당근’이란다. 몽둥이 또는 당근을 주는 정책? 외교의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가 있는 언어인가, 아니 대등한 파트너 대접은 고사하고 이것이 도대체 사람으로 대우하는 언어인가? 도대체 상대방을 인간으로 여기고 있기나 하나? 이건 도무지 짐승이나 가축에게나 쓰고 있는 언어가 아닌가!

서구제국의 식민지 전략은 바로 ‘분열시켜 정복하라 Divide and Conquer,’ 즉 서로 헐뜯고 싸우고 증오하게 해서 분열하게 만들어 식민지 백성으로 복속시키는 것이었다. 수많은 아시아, 아프리카의 국가와 민족들이 분할하여 점령하는 식민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다. 식민시대 뿐 아니라 수단 다프루의 인종간의 전쟁처럼 아프리카에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일상적인 비극이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서구 역사 발전에서 태동된 역사적 산물일 뿐이다. 세계가 냉전을 이미 끝낸 21세기에 서구의 역사발전의 산물인 이념의 끝자락을 아직까지 부여잡고 형제가 형제를 죽이는 이 제로섬 게임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거꾸로 보는 한반도. 기존의 국제질서를 당연시하지 말고 끊임없는 역발상을 시도해 사고의 틀을 바꾸어보자.

우리보다 더 큰 우리가 되자 – 통일보다 일통이 먼저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이질적으로 살아온 남과 북의 동포들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여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남과 북 두 정상이 화해하자고 악수한다고 통일이 될까? 통일조국을 살아갈 사람들, 사람들의 마음이 먼저 열려야한다. 그들의 마음이 먼저 통해야 한다. 한 마음으로 통(一通) 해야 비로소 통일(統一)의 길이 열릴 것이다. 마음이 열려야 길이 보인다.

어렵게 통일했다가 다시 쪼개져버린 예멘의 경우를 보자. 통일을 이루더라도 금방 분열되고 쪼개지고 만다면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비극이 될 것이다.

우리 시대는 새로운 전환점을 필요로 한다.

보통사람들의 마음에서, 일상에서 멀어져버린 통일이라는 화두를 다시 일상의 관심사로 돌리는 전환점, 복잡하고 어렵기만한 정치공학적인 통일 담론을 누구나 쉽고 흥미 있게 얘기할 수 있는 전환점. 그러한 전환점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비로소 통일을 이루고 통일시대를 견인해 낼 수 있는 국민적 역량이 생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이제는 서구중심 사고의 틀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지금의 우리보다 더 큰 ‘우리’를 꿈꾸고 상상하고 당차게 이루어내자. 보통시민들이 행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위풍당당한 통일나라의 미래를 너와 내가 함께 만들어 나가자. 역발상과 상상력의 힘이 우리들의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통일(統一)을 말하기 전에 일통 (一通) 이 먼저다.

통(通)하면, 통(統)할 것이다. 아니 통(通)해야, 통(統)할 것이다.

   
찌르레기 새 떼의 집단군무. 통일에 이르는 긴 여정을 준비하자. 철조망 둘러싸인 육지를 바라보지 말고 아무런 장벽이 없는 푸르른 창공을 보며.

정연진 (서양사 81, 액션 포 원 코리아 대표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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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9)
  위의 글은 통일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저의 정연진 2013-10-13 05:39:58
정연진의 원코리아운동 이야기, 라는 연재칼럼을
아크로 독자들을 위해 좀 더 다듬어 제개한 것입니다.
반응이 좋으면 종종 싣도록 하겠습니다.
통일뉴스 칼럼은 매주 목요일 통일뉴스 웹사이트의 오른쪽 부분을 보시면 떠있습니다.
www.tongilnews.com
추천0 반대0
(71.XXX.XXX.44)
  그러잖아도 단골나그네 2013-10-03 15:18:54
글을 못쓰는 사람이 먹먹해지는 마음을 글로 표현할 재주가 더욱 없네요. 잘 읽었습니다.
추천0 반대0
(203.XXX.XXX.138)
  고맙습니다. 정연진 2013-10-13 05:32:52
먹먹해지는 마음까지야..... 감동을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천1 반대1
(71.XXX.XXX.44)
  오늘밤 통일아카데미 잔치 의 " 강의를 전주곡으로 속시원하게 김석두 2013-10-03 12:03:20
들려주시니 감사합니다. 양대종이신문에도 기고 하여주시길 바랍니다. 인터넷신문인 아크로독자가 아닌 많은 동포들에게도 나누고싶은 감명깊은 글입니다. 두차레 댓글이 불발되어 이만즐입니다.
추천1 반대1
(76.XXX.XXX.250)
  항상 뜨거운 성원감사드립니다. 정연진 2013-10-13 05:35:06
김석두 선생님, 원코리아 행사때마다 항상 뜨거운 성원 깊이 깊이 감사드립니다.
추천1 반대1
(71.XXX.XXX.44)
  인력수출 엉겅퀴 2013-10-03 08:35:10
"남도 우리고 북도 우리이다" 이 뻔한 중요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리 많으니 걱정입니다.
다른 반쪽에 적대하기 위해 그 어떠한 외세와도 작당하는 순간, 그건 반민족 아닐까요.
거꾸로 본 북동아시아 지도, 신선합니다. 끊임없는 역발상 좋습니다.
남북의 지배층 백만명씩을 일본에 보내 후쿠시마 청소시키면.. 동해 양쪽이 동시에 깨끗해질 듯.
추천2 반대1
(216.XXX.XXX.228)
  끊임없는 역발상을 시도하는 엉겅퀴님을 정연진 2013-10-13 05:36:52
기대해 봅니다. 거꾸로 본 북동아시아 지도, 신선하지요?
세상을 거꾸로 보면 많은 가능성들이 보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하늘이 무너저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라고 말했지요.
역경속에서 '솟아난다' 정말 멋지 동사입니다. 솟아날 구멍.... 세상을 거꾸로 보면
틀림없이 보입니다.
추천1 반대1
(71.XXX.XXX.44)
  베를린에서 김종하 2013-10-03 00:47:31
지금은 관광지로 일부분만 남겨놓은, 무너진 장벽을 보며 비통함이 치밀어오르더이다. 가운데 한 부분이 한국의 분단 상황을 나타내는 벽화로 장식돼 있는...
마음이 먼저 통하자는 건전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양쪽에서 대다수가 되어 힘을 얻을 날이 언제나 올까요
추천1 반대1
(107.XXX.XXX.123)
  베를린에서 느낀 소감을 정연진 2013-10-13 05:37:43
언제 잔잔한 글로 써보면 좋겠습니다~
추천1 반대1
(71.XXX.XXX.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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