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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간에서 좀 만나보자”
[워낭의 진맥세상] ‘틀림’이 아닌 ‘다름’임을 인정해야
2013년 08월 28일 (수) 12:53:17 이원영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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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로부터 들은 얘기다. 이혼 위기에 처했던 후배 부부의 파경을 극적으로 막았던 경험담을 들려줬다. 남자 후배는 통일운동을 하는 활동가였는데 동학이나 민족 전통사상 등에 관심이 많았다. 반면 부인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신앙의 차이 때문에 둘은 자주 마찰을 빚었다. 특히 남자는 기성 종교에 매우 부정적이어서 심지어 집안에 있는 십자가조차 없애버리라고 요구할 정도였다.

남자 쪽은 맹목적으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한심하게 생각했다.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부인의 신앙생활이 영 못마땅했다. 부인의 입장에서는 엉뚱한 소리나 해대는 남편이 탐탁스러울리 없었다. 서로 그런 눈으로 바라보았으니 살얼음판을 걷듯 관계가 위태위태했다. 작은 일로 마찰을 빚어도 억하심정이 솟아 갈등의 골이 커졌다. 심각하게 이혼을 고려하고 있을 즈음 선배가 후배로부터 그 사연을 듣게 된다.

후배의 푸념을 들은 선배가 말한다. "자네 통일운동 한다는 사람 아닌가. 연방제든, 연합제든 남북이 이념이나 체제의 다름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통일하자는 거잖아. 나라 통일은 그렇게 하자면서 왜 가정에선 그게 안되나." 이 한마디로 그 집 가정을 구했다는 요지다.

옳고 그름의 잣대로 보자면 영영 해결이 안 될 것도 '다름'의 차원으로 이해하면 금세 풀리는 게 세상의 이치다. 연애학 기초에도 나오는 얘기다.

사실은 나도 불과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내와 언쟁을 한 뒤 e메일로 내 생각을 분풀이하듯 퍼부었다. 뒤틀린 심사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e메일 답신이 왔다. 첫 문장이 "우리 중간에서 좀 만나보자…"였다. 어디서 만나 한바탕 '맞짱'을 뜨자는 얘긴가 싶어 속으로 뜨끔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서로 자기 생각을 반씩 비우고 반은 상대방 생각을 품어주자는 얘기였다.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금언이었지만 잊고 있었다. '중간에서 만나자'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스르르 풀리니 신기할 노릇이다. 그렇지, 사람 생각이 서로 다른 게 당연하지, 꽁한 마음을 품었던 스스로가 계면쩍다.

'약방에 감초'라고 한다. 감초는 쓴 약을 달게 하고 약의 독성을 없애는 기능이 있어 약제의 필수 성분이다. 약초가 제각각 튀는 약성을 나타내면 좋은 처방이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 감초로 약성을 중화시킴으로써 약효를 높이는 것이다. 부드러움이 독한 것을 이긴다는 것을 선조들은 이미 경험으로 알았던 것이다.

남과 북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실무회담을 일곱 번 가진 끝에 거둔 성과다. 그동안 회담이 풀리지 않았던 것은 존엄·책임·원칙 이런 것들을 내세우며 서로 양보를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번 개성공단 합의 과정을 놓고 북한이 백기를 들었네, 우리가 후퇴를 많이 했네 하는 식의 평가도 있지만 합의와 타협을 승패의 시각으로 재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양쪽 다 양보한 것이고, 양쪽 다 승리한 것이다.

개성공단 타협 과정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면서 타협이나 통합이란 결국 '다름'의 인정과 양보의 산물임을 깨닫는다. 남북이 70년이 다 되어가도록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본질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문제 전문가들도 예외 없이 남북이 서로를 인정하는 것만이 통일의 첫걸음임을 강조한다.

남북이 서로 합의하고 악수를 교환하는 반가운 모습을 실로 오랜만에 본다. 이번의 경험이 통일로 가는 신작로에 작은 밑돌이 되길 기대한다.

이원영 (정치 81,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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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1)
  성인반열에 오른 아내 입니다. 김석두 2013-09-05 20:08:36
100에 1도 찾아볼수없는 가정입니다. 내아내,내며느리도 내 딸도 그렇게 못할것이기때문입니다.
가정 화목의 근간이 부창부수라고 가르처 주신 옛 성현들 선조님들의 정신을 지켜가야함을 일깨워주시는 글입니다.통일운동가 아내로서 통일가정의 선구자로 행동을 보여주시고 통일 언론 전문가로서 남편으로서 통일가정의 표양을 생생한 체험의 글을 실어주심에 만인의 심금을 울려주십니다.한국통일은가정에서부터사회,국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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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건데 김삿갓 2013-09-01 07:48:15
사실 말이 쉽지 일상에서 '실천'하기 힘든건데 누님과 형님이 그렇게 '중간에서 만나는'일을 하신다니...진정한 통일 운동가 가정이다 싶습니다 ㅎㅎ
추천0 반대0
(108.XXX.XXX.151)
  '아님 말구' 이상희 2013-08-29 18:13:20
자주 들리는 말 중에 '아님 말구' 제가 답답해 하는 표현입니다. 언뜻 상대의 다른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뜻일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보면 "네 생각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알고 싶지도 않아!" 라고 들립니다. 중간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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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4)
  이상희 교수님 워낭 2013-08-30 06:13:14
요즘 뭐 하셔요? 아크로에 글도 안보내고...살짝 눈팅만 하고..ㅋ
아니라구요? 아님말구 ㅎㅎ. 씨유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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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40)
  잣대 엉겅퀴 2013-08-28 08:22:56
많은 경우 옳고그름의 잣대는 제각각이라 그걸로 따지겠다는 건
온도계로 속도 재겠다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해치지 않는 다른 의견, 얼마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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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228)
  정말 기발한 발상이라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온도계] 로 [속도] 잴 수 있지 않나요? 변변 2013-08-29 04:40:00
예를 들어서 방금 [사랑 행위] 를 끝낸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들의 [온도] 를 재어보면 그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 로 행위를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온도와 속도의 상관관계를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택시를 잡아타면 미터기 옆에 말이 달립니다. 이 말은 엔진이 돌아가기만 하면 (즉 열이 나기만 하면) 정차 중에도 달려갑니다. 이 말이 달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말이 열나게 달린다] 고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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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66)
  사랑의 온도와 속도 엉겅퀴 2013-08-29 08:30:36
변변선배님의 기발한 측정법, 가능하겠습니다.^^
v of love = 1/2 * g(T of love)^2 + Vo
(Vo, initial velocity of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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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228)
  ㅋㅋ 대응불가 워낭 2013-08-30 06:11:44
4차원 천재들의 대화는 우리를 외롭게 만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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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40)
  금요일엔 19금을^^ 엉겅퀴 2013-08-30 08:35:47
예전에 이런 광고 카피가 있었습니다.
"침대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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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228)
  제가 미국에 와서 로스쿨에서 배운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바로 Agree to disagree 입니다. 변변 2013-08-27 20:44:04
상대방의 의견이 나의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상대방의 인신 공격을 하기 시작하면 민주주의는 기초를 상실해버리고 대화는 더이상 진전될 수 없습니다. 부부든 국가든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인정하면서 내 주장을 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현명한 대화의 방식이라고 하겠습니다. 중간에서 만나자,오늘 좋은 거 배웠습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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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ree to disagree 란 표현 워낭 2013-08-30 06:09:54
이 있군요. 좋은 표현을 알려주셔서 감사. 얼마전 한국의 갈등지수가 오이시디 국가 중에서 터키에 이어 2위란 기사를 봤는데...그런 배경도 서로 다름의 공존을 허용하지 않는 국민성과 관련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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