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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 예언자 소리 좀 집어치우시오!”
[이충섭 SF 수요 연재소설 - ‘상승’] 제4부. 오바마의 반란
2013년 08월 07일 (수) 13:53:12 이충섭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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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억 명이 공중도시로 이주를 마쳤다. 예언자들이 용했다기보다는, 생태계에서 원래 쫓기기만 하는 가련한 입장이었던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가라앉아 저장된 줄행랑 능력이 다시 표면으로 끓어오른 것, 최근 몇 만 년의 엷은 화장발은 순식간에 지워지고 그 이전 몇 십만 년 생얼이 드러난 것이었다.

1억은 지상 120미터를 벗어나지 못해 죽었고 나머지 9억은 그 위로 제 시간 안에 피하는 것까지는 성공했으나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죽거나 태어나지 못해 '자연' 감소한 숫자였다. 1억명은 주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에 잡혀 먹힌 경우였지만 맹수의 밥이 된 사람들도 많았다. 어디에 숨어 있다 나타났는지 지상은 그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번식한 맹수들로 가득 찼다. 호랑이, 사자, 곰, 표범, 늑대 등 대형 포유류 맹수들은 동물원에서 풀린 개체들과 인간들을 피해 야생에 숨어 있었을 개체들, 그리고 그들의 자연번식율을 아무리 높게 잡아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예언자들이 힐리엄-3에게마저 숨기고 있는 진실이 따로 있을 거였다. 그러한 사정들은, 그 맹수들이 한 동안 거의 인간만을 사냥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기는 맹수의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초식 동물과 소형 동물들이 사람이 사라진 땅과 바다와 공중을 가득 메우게 된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것, 인간들이 모두 공중도시로 이주한 뒤에야 맹수들은 원래의 포식 습관으로 돌아간 것 등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예언자들은 멸종된 맹수들을 유전자 과학을 통해 환생시키고 대량 복제했을 뿐만 아니라, 모종의 전자기파-뇌파 조작술을 통해 그들의 입맛이나 행동특성까지 실시간으로 조종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위원장님, 허가해 주십시오."
 
그의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도시장관 오바마가 대들듯 말했다. 그는 그런 오바마를 등 뒤에 세워둔 채 한동안 말없이 한쪽 벽면 전체에 난 창 쪽으로 돌아앉았다. 저 멀리 지름이 1킬로미터나 되는 거대한 공중도시 두 개가 이글거리는 사막의 열기 속에 작은 공처럼 떠 있었다.
 
"오바마 장관, 거기에 대해서는 내가 충분히 설명한 걸로 아는데."
 
"이런 척박한 사막 위에만 도시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 어떻게 시민들에게 납득시키란 말입니까."

"예언자들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건 장관도 잘 알지 않소."
 
"..."
 
"우리에겐 천신만고 끝에 건설한 1만 개의 공중도시가 있지 않소."
 
"..."
 
"게다가 100억을 위한 공간에 90억 명밖에 살지 않고 말이오. 공간이 부족하다 할 수는 없을 텐데."
 
그는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며 낮은 소리로 차근차근 얘기를 풀어나갔다. 오바마는 결코 승복할 수 없다는 듯 입술을 한 치 앞으로 쑥 내민 채 말없이 듣고 있었다.
 
"예언자들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또 다른 도시를 건설할 장비도 없고 기술도 없다는 것, 잘 알지 않소."
 
"아니오! 힐리엄-3 위원장, 당신이 틀렸소!"
 
불그스레 달아올라 있던 오바마의 낯이 울긋불긋 해지더니, 한 음절 한 음절 끊어 뱉어내며 단숨에 새하얗게 백열하기 시작했다.
 
"도시를 건설한 장비는 우리 손으로 만들었고, 쓰고 남은 장비는 고스란히 깊은 사막에 보관되어 있으며, 그 장비들을 만들고 작동한 기술자들이 아직 우리와 함께 이 빌어먹을 도시 안에 멀쩡하게 살아있는데,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것이오!"
 
"..."
 
"천신만고 끝에 예언자들을 통해 얻은 1만 개의 공중도시? 웃기지 마시오. 이걸 우리가 고마워해야 한단 말이오?"
 
"..."
 
"우리가 지상을 지구 생태계에게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좋소! 인정! 하지만, 이런 황량한 사막 위에만 건설할 수 있고, 그것도 이 거대한 강철-콘크리트 공, 인구 백만의 도시를 높이 3백 미터, 지름은 고작 십 미터짜리 가느다란 외기둥으로 받쳐놓고, 다른 도시들과 얼기설기 엮어놓고, 충분히 튼튼하니까 안심하라고? 이 무슨, 개뿔!!"     
 
"오바마 장관, 거대공학과 구조역학의 전문가인 당신이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소? 궤도 엘리베이터도 끄떡없이 지탱할 수 있는 나노섬유 기둥으로 아래에서 받히고 다른 도시들과는 나노튜브로 만든 기가 파이프로 측면 연결하여 안정적인 육각형, 곧 벌집 모양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지구의 대기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 어떠한 태풍이나 지각과 맨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하한 지진에도 안전하다는 것, 잘 알지 않소."
 
그는 목소리를 여전히 높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당신은 여전히 온갖 산업폐기물, 특히나 핵폐기물을 안고 있는 이 빌어먹을 놈의 공중도시를 우리가 고마워해야 한단 말이오?"  

   

<삽화=이충섭>

마침내 문제의 핵심에 도달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힐리엄-3는 최근 여론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었다. 사하라 사막 상공에 건설된 1만 개의 공중도시는 벌집 모양으로 모두 다 연결되어 있기도 했지만, 예언자들이 허용한 인터넷으로도 연결되어 있었고, 과거 미국정부가 쥐고 있던 그 정보는 이제 그의 손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봐야 그 정보를 예전처럼 파괴적으로 사용할 필요도 공간도 없었고 그 모든 것이 예언자들의 승인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인류조화위원회를 무시하겠다는 거요?"
 
"깊은 사막에 봉인되어 있는 건설장비들을 회수하고, 더 나은 환경에, 이를 테면 남태평양의 산호초 같은 곳에 새로운 공중도시를 건설하겠소."
 
"예언자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오."
 
"예언자? 우하하하하하하핫!"
 
"또 다시 생태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싶소?"
 
"숲속의 정령 같은 이야기를 믿으란 말이오?"
 
"그건 알아서 하시오. 그리고, 핵폐기물은 우리가 만들었으니 우리가 무덤까지, 그게 수십만 년이 되더라도, 우리가 안고 가는 게 사리에도 맞소. 다행히 예언자들의 기술로 방사능도 상당 부분 차폐되어 있기도 하고."
 
"제발! 제발! 그 빌어먹을 놈의 예언자 소리 좀 작작 하시오! 그런 뻔한 거짓말을 우리가 믿을 거 같소? 힐리엄-3 당신 혼자만 만나 계시를 받는다니.. 그건 좀 오래된 유치함 아니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오바마는 끝까지 열기에 사로잡혀 외치고는 그의 방을 나갔다.
 
하지만, 그게 그가 본 오바마 장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오바마를 구심점으로 뭉친 반란 세력은 그들에게 금지되어 있는 성역인 지상 120미터 아래로 내려갔고, 깊은 사막에 도착하기도 전에 모두 짐승의 밥통 속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오바마의 반란에 대한 예언자들의 반응은 신속했다. 각 도시마다 이웃한 두 도시들과의 연결 통로 구실을 했던 모든 기가 파이프를 하루아침에 막아 버렸다. 인류는 이제 서로 고립된 1만 개의 집단으로 완전히 나뉘어 버렸다. <계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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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2)
  예언자들 누굴까? 오달 2013-08-07 14:01:47
무엇일까?
추천0 반대0
(125.XXX.XXX.223)
  예언자는 인터페이스 쓴이 2013-08-07 14:52:11
신과 인간들을 이어주는 거간꾼.. 예언자,
그들의 정체도 그 배후도 드러나게 되어 있겠죠.
다음 회로 끝을 내겠습니다.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작가의 다음 예언은 영화감독 2013-08-07 08:25:38
무엇일까요. 사막에 세워진 공중 도시는 Las Vegas를 연상케합니다. 모든 것이 인공적인 곳, 확실하지요. 예언의 가장 큰 반전은 도시들 사이의 연락을 끊은 것. 중앙 집중적 통제가 인류의 종말을 앞당길 것이라는 염려에 대한 신의 계시인지?
추천0 반대0
(72.XXX.XXX.171)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쓴이 2013-08-07 14:50:14
인간의 존재가 생태계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게 할 요량으로 사막 위로 추방했습니다.
강한 햇볕이 좀 가려지면 사막이 꽃을 피울 수도 있을까 해서요.
그러고 보니, 바벨탑으로 사람들을 흩었다는 어느 경전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 예수쟁이 2013-08-07 06:49:08
21세기 계시록이 드디어...
추천0 반대0
(71.XXX.XXX.211)
  21세기에라도 쓴이 2013-08-07 14:48:15
인류가 정신을 좀 차려주면 좋겠는데 무리겠죠.
역시 신의 채찍 같은 게 있어봐야 정신을..ㅋㅋ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와~ Kong 2013-08-06 22:06:56
오바마의 말투는 이충섭 선배님의 평소 말투와 너무도 닯아서 읽기만 해도 선배님이 말씀하시는 걸 직접 듣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혹시 자신을 오바마에 투사시키기로 작정하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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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XXX.XXX.67)
  말 순화, 말 길들이기 쓴이 2013-08-07 14:47:03
"말에는 어떤 주술성이 있다" 라고 한 기사를 오늘 읽었는데 다시 못 찾겠네요.
부드러운 말, 살리는 말.. 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몽골에선 서너번 시도해서 길들여지지 않는 말은 잡아먹는다는데요.ㅎㄷㄷ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와~ 와~ 영화감독 2013-08-07 08:31:23
두문장만 보아도 누가 쓴 글인지 짐작이 간다는 Sam Kong의 초능력. Sam Kong을 아크로 편집진으로 ~~~
추천0 반대0
(72.XXX.XXX.171)
  재청이요~ 편집장 2013-08-07 09:41:24
독자들이 원하십니다.
점점 빠져나갈 수 없는...^^
추천0 반대0
(76.XXX.XXX.131)
  어마어마한 규모에 김종하 2013-08-06 21:02:21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군요. 작가께서 그리시는 세계의 그림이...
정말 이땅에 본연의 생태계를 오롯이 돌려주려면 그많은 핵폐기물 따위는 모조리 공중부양 시켜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나저나 오바마 이분은 한 성깔 하시네요^^
추천0 반대0
(107.XXX.XXX.123)
  그림으로야 쓴이 2013-08-07 14:42:22
무슨 싸이즈를 소화하지 못하겠습니까?ㅋㅋ
순환되지 않는 쓰레기는 만든 동물이 책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오!바마!..를 부르짖던 연극이 있었는데..ㅋㅋ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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