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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도시 1만개쯤이 필요할거야”
[이충섭 SF 수요 연재소설] ‘상승’ 3부. "방 빼!"
2013년 07월 31일 (수) 13:02:13 이충섭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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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 송곳니도 손톱발톱도 얼굴도 보잘 것 없었던 인류가 그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데 걸렸던 몇십만 년 세월의 완만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인류학자들은, 인류의 내리막길, 아니 그 수직 낙하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인류는 더 이상 만물의 영장이 아니었다. 수많은 생물 종들의 생사를 쥐락펴락했던 인간들은 이제 쫓기는 입장이었다. 천적이 없어 폭주하던 인간들이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인류의 천적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인간들이 수십만 동안 소외시켜왔던 생태계 전체가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아선 느낌이랄까. 초식 동물들도 작정하고 덤비니 인간들은 그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육식 동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초식 동물의 메뉴에 유일한 동물성으로 인간이 추가된 상황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다못해 박테리아나 미생물까지도 인간에 대한 독성을 갑자기 몇배로 높인 것 같았다.

"왜 하필 120미터입니까?"

힐리엄-3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병적인 열기와 비탄함이 스며있었다.

"가장 키 큰 나무가 112미터 정도라네."

늘 그를 상대하는 예언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하는 말이었다. 순간, 그는 관자놀이에 굵은 핏줄 몇 가닥을 돋우며 몸을 날렸다.

"이 악마 새끼! 지금 웃음이 나와? 웃음이 나와?"

그는 예언자의 목을 조르며 절규했다. 하지만 그가 움켜 쥔 것은 자신의 두 손아귀였고 그는 예언자 앞에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그대의 어린 딸이 죽은 건 안타까운 일. 하지만 우리가 미리 경고하지 않았나. 지상에서 벗어나 위로 피하라고."

"그래서 나무 위로 피신한 건데..."

"우리 인간들이야 먼 옛날 나무에서 살다가 내려 왔으니 다시 나무로 올라가는 게 순리겠지만, 우리들은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들에게도 못된 짓을 너무 많이 오래 했지. 그래서 우리의 오랜 보금자리였던 나무들마저 이젠 우리를 거부하는 거야. 나무 꼭대기보다 더 높은 곳, 그곳이 그대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이라네."

"그래도.. 그래도.. 시신조차도 남기지 않는 건.. 그건.. 너무.. 차마..!"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 도지면서 그는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열흘 만에 천만 명이 더 죽었다. 그냥 죽은 게 아니라 흔적도 거의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동식물의 공격을 받은 희생자들은 그 자리에서 동식물의 일부로 흡수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 많은 시체를 처리해야 하는 참상은 피했을지 몰라도 그것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사람들이 자연을 정복하고 지구 생태계를 노예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인간들 스스로를 죽이기 위해 수만 년 동안 만들어 쌓아온 도구나 무기들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 살아있는 것을 죽이려고 인간들이 만든 것들은 무엇이나, 곧 제초제와 살충제와 같은 농약과 살균제는 물론이고 칼이나 총을 비롯한 일체의 무기에 접근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미생물들마저 그런 것들이 위험한 물건들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위험한 것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첫 번째 희생자에 속했다. 어쩌면 인간들을 공격한 동식물들은 갑자기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 살생의 도구로 동식물의 공격에 맞서려는 사람들은 하나도 살아서 성공하지 못하였으니까.  

"앞으로 남은 시간은 10년. 만약 그때까지 지상을 비우지 못한다면 인류는... 어찌 되었든 인류는 지상에서 사라지게 되겠군."

예언자의 말에서는 여전히 엷은 미소가 묻어났다. 그는 두려웠다. 일단 구르기 시작한 운명의 수레바퀴를 아무도 멈출 수 없다는 게 그의 눈에 보였다. 이 예언자들은 이미 인간의 편에 서 있지도 않았다. 그들이 어떤 큰 존재와 인류 사이에서 중재자인 것은 확실해 보였지만,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닌지도 모를 일이었다.

   

<삽화=이충섭>

전 지구적인 국가 체제는 간단히 와해되었다. 어떤 기준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는 몰라도 모든 국가의 지배 계급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그 천만 명에 포함되었다. 딱 열흘 만에 모든 국가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역시 국가는 국토도 아니었고 국민도 아니었다. 땅과 사람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국토와 국민으로 조직하고 지배했던 지배 계급이 바로 국가였다는 게 사실로 드러난 열흘간이었다. 심지어 인류조화위원회에서도 국가주의에 찌든 사람들은 모두 희생되었다.

"헐.. 박테리아와 미생물과 동식물들이 실은 전투적인 무정부주의자들이었단 말인가?" 그는 그 와중에서도 쓴 웃음을 지었다.

인류조화위원회의 권력은 그의 수중에 떨어졌다. 천만 명이 단 열흘 만에 죽어 '없'어지고 인류에게 의심의 여지없이 닥쳐오고 있는 재앙이 도대체 어떤 것일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권력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는 온 세상에서 동물원을 없애는 거라네. 가축이야 사람들이 보살피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니까 괜찮지만 야생 동물은 모두 풀어줘."

"10년 안에 지상을 비워서 생태계에 되돌려 준다.. 그 짧은 기간 안에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요? 무슨 기술로..." 그의 복잡한 머리 속은 동물원 따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다 잘 될 거야. 그 10년 동안에도 1억 명 정도는 더 희생될 수 있지만. 해도 되는 일, 해서는 안 되는 일 등도 자연히 알게 될 걸세."

"허락되지 않은 일을 하게 되면 또 사람들이 죽어나가겠군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 인류의 카르마 측면에서도 필요하고."

그는 예언자의 석실에서 말없이 걸어 나왔다.

"공중에 건설한 공 모양의 도시 1만 개쯤, 아마 그렇게 될 거야."

힐리엄-3의 뒷꼭지에 대고 예언자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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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8)
  일본 만화 영화에서 공중에 인류가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을 보았는데 도사님 소설의 한장면과 유사한 느낌이 드는군요. 변변 2013-07-31 20:09:16
Hayao Miyazaki 의 만화 영화 天空の城ラピュタ (Tenku no Shiro Rapyuta)를 보면 공중에 인류가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있어집니다. 아메바의 정중앙에 태극이 위치한 것, 무언가 신비한 느낌을 주면서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느낌도 줍니다.
추천0 반대0
(75.XXX.XXX.166)
  라퓨타 쓴이 2013-08-01 08:49:10
원제를 스페인어로 읽다보면 엉뚱한 뜻이 되어 Castle in the Sky 라고 했다면서요.
저도 좋아하는 만화영화입니다. 거대한 쇳덩어리 속 비행 말고, 이 영화에서처럼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비행에 매혹당하는 편이죠. 그림은 아메바가 국가들을 다
먹어치운 장면을 형상화해봤습니다. 핵 자리에 태극 배치하고..ㅋㅋ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환경소설의 백미... 이종호 2013-07-31 18:14:49
녹색평론 같은데 연재하면 대박 나겠습니다. 공상소설이 다 그렇듯 조금 황당하긴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재밌도 있어요. 섬뜩하기도 하고요. 그냥 대충 &#54995;어보려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게되는 군요. 다음이 기다려 집니다.
추천0 반대0
(66.XXX.XXX.3)
  녹색평론 가면 쓴이 2013-08-01 08:44:38
좋겠네요! 내용은 황당하고 독자는 당황해도 끝에 가면
그럴듯한 설명 주어지는 게 과학소설이라 봅니다.ㅋㅋ
그에 안 주어지면 환상소설이 되겠네요. 고맙습니다.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공중 도시 오달 2013-07-31 11:40:18
아바타 영화의 한장면 같아요.
떠나는 섬
거기까지 어떻게 가지?
추천0 반대0
(125.XXX.XXX.223)
  공중 정원 쓴이 2013-07-31 16:11:12
바빌론에 있었다는 공중 정원은 공중부양 상태는 아니었답니다.^^
예언자답게, 몸이 안 되면 영혼이라도 올려 보낼 태세네요.ㅋㅋ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과연 10년안에 김종하 2013-07-30 20:10:08
생태계를 되돌려줄 수 있을지... 갑자기 나무들이 무서워지는군요.
근데 CG 생각하면, 영화화 대박 예감입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131)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쓴이 2013-07-31 16:06:20
인걸이야 쉽게 적응하겠죠. 아님, 그냥 사라짐 되고.^^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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