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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백억을 십억으로 줄이란 말이요?"
이충섭의 SF단편 <상승> 1부. 인류조화위원회
2013년 07월 18일 (목) 01:51:11 이충섭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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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 발상과 어법으로 수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이충섭 동문이 글을 써달라는 주문과 동시에 단편 SF소설을 내놨다. 4회 정도 될 것이라 귀띔한다. 이전에도 기발한 문체와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물리학 박사가 인도하는 SF여행을 즐겨보자-편집자 주)

 

*인류조화위원회가 그 스물 세 쌍의 남녀를 가두어 둔 동굴은 원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해 건설한 곳이었다. 그러니까 그 이상한 한 무리의 사람들은 목숨을 건 투쟁 끝에 자신들이 쟁취한 성과, 곧 "핵발전소 폐쇄"로 쓸모없게 된 거대한 지하 동굴에 핵폐기물 대신 묻히게 된 셈이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예언자들이라고 하기에는 좀 엉뚱한 결론인 걸."  

   

 

암반 속 반구형 방은 밖에서 들여다 보았을 때는 마흔 여섯 사람이 들어가 있기에는 좁아 보였지만, 어떻게 된 노릇인지 일단 안에 들어서니 그 방의 공간도 '예언자'들도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돔 천정이 높아서 그런지 허공에 그린 듯 별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 예언자들 때문인지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곳은 쌩뚱맞게도 무슨 신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딱 일주일 남았습니다. 달리 하실 말씀은 없으신지요?"

그는 문에 가장 가까이에 서 있는 예언자에게 말했다. 어제 얘기했던 바로 그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전혀 손대지 않은 머리카락과 수염에다 특징 없는 긴 통옷을 입은 그들을 겉모습으로 구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해야 할 말은 이미 지난 백여 년 동안, 그리고 지난 일주일 동안 이미 다 했소." 그 예언자는 지극히 평범한 어조로 말하곤 그를 바라보던 눈길 마저 천천히 거두어 버렸다. 인류조화위원회로부터 대답을 들어야 할 사람은 바로 자기들이라는 것이리라. 다른 예언자들도 제각기 생각에 잠긴 듯 별 말이 없었다. 지난 일주일 내내 느꼈던 그 답답함이 명치 끝을 찢고 뛰쳐 나올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고 명치에 걸려 있는 그 뜨거운 것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백억이나 되는 사람들을 십억으로 줄이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그는 드라이 아이스에 담갔다 빼낸 것처럼 열기를 완전히 없앤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난 삼십 년 동안에는 그래도 인구가 더 늘어나지는 않았지 않는가 말이다. 백억 명의 뼈와 살과 피, 그 생체질량이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이들은 알기나 한단 말인가? 그의 목덜미에 힘줄과 핏줄이 두드러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냥 차가운 돌덩어리라 쳐도 구십억 개를 옮겨 쌓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어디 돌덩이처럼 이리 민다고 밀어지고 저기에 둔다고 그냥 두어지는 그런 물건들이냐구요. 백억의 인류? 그건 백억 개의 백억차 편미분 연립 방정식보다 더 복잡했으면 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는 걸 모르십니까?"

예언자는 그의 폭포수 같은 열변에도 표정 하나 눈빛 하나 바꾸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 그렇게 서 있다가 그만 돌아나오고 말았다. 이 또한 일주일 동안 거의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는 일이었다.

그 예언자들, 아니 그들의 고조부모들이 인류조화위원회에 나타난 것은 120년 전이었다. 인구를 10억 명으로 줄이라는 것이었다. 인종도 배경도 성향도 전혀 다른 그들이 한 날 한 시에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마흔 여섯 명 그들이 모두 종교인들이었느냐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종교인은 오히려 소수였다. 각 분야의 저명한 과학자들이 절반이 넘었다. 자연과학, 인문학, 종교를 망라한 그들의 구성은 인류조화위원회로서도 그들의 뜬금없는 주장을 간단히 헛소리 취급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뭘 제대로 해준 것도 없었다.

인류조화위원회라는 그럴 듯한 조직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백억 명의 인류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저열하기 짝이 없는 국가와 정부 시스템으로 갈갈이 찢어진 채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는 터라,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이들 예언자들의 경고와 요구에 대해 그 어떠한 의미있는 대응도 하지 못한 채, 한 세기가 넘는 세월을 허송한 끝에, 지금 인류조화위원회는 예언자들이 부른 외통수에 걸려 있는 셈이었다. 물론, 만 명에 이르는 인류조화위원회 위원들 대부분은 예언자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판이었으니 예언자들이 부른 외통수는 오직 한 사람, 바로 그 자신에게만 외로이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모두들 예언자들을 땅 속 깊숙이 묻어 놓으면 그들의 예언 또한 치명적인 핵폐기물 마냥 홀로 방사능과 열을 내다가 어쨌든 반감기와 함께 결국 스러지겠거니 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인류조화위원회 위원장의 과학담당보좌관, 그는 불안했다. 예언자들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구석이 있었다. ( * )  

이충섭 <전기 82.물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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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21)
  섭도사님의 글이라면... Kong 2013-07-18 23:04:11
아시모프의 영향을 받아 섹~스와 폭력은 등장하지 않을 것 같군요.^^
기대 만빵입니다.
추천1 반대0
(96.XXX.XXX.67)
  Ah! As Him of... 쓴이 2013-07-19 08:03:19
제가 좋아 죽고 못사는 아시모프 할아버지!
샘콩님의 말씀은 어째 그 두 가지를 넣으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저의 자가발전이겠죠? ㅋㅋ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재밌다. 양민 2013-07-18 10:23:51
궁금하다.
추천0 반대0
(108.XXX.XXX.145)
  재미와 궁금 쓴이 2013-07-18 13:55:18
이어가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갑자기 지난번 연작 소설의 운명이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조화위원회는 오달 2013-07-17 23:55:56
부조화를 전제로 하지요.
사차원 섹계의 부조화
어떻게 전개 될지 초궁금.
기대됩니다.
추천0 반대0
(99.XXX.XXX.147)
  의심 쓴이 2013-07-18 08:02:59
오달님의 압력이 아크로를 통해 원격으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ㅋㅋ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뭔가를 쓰라시던 압력..
90억 명을 사차원 너머로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ㅠㅠ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오 마이~ 김종하 2013-07-17 19:32:28
성님, 제가 없는 사이에 이런 대형사고를 치시면... ㅋㅋ
저 돌아왔습니다. 와보니 가뭄에 단비같은 연재소설이 반겨주시네요.
길게 쓰셔도 됩니다. 일주일에 한편 호흡으로 가심이 어떨까요^^
추천0 반대0
(76.XXX.XXX.131)
  두 종류 쓴이 2013-07-18 08:00:28
대형사고에도 두 종류가 있는데, 어느 쪽으로 결론 날진 두고 볼 일입니다.ㅋㅋ
일주일에 한 편이 더 나은가요? 어쨌든 쫑님 안 계실 때 노린 건 아니구요.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독자를 위해서... 애독자 2013-07-17 13:32:38
앞부분 편집자 주 같은 것좀 좀 써 주시면 어떨지요. (아무개는 이러저런 사람인데 그가 여차여차해서 이차저차한 소설을 매주 또는 사흘 걸러 한번씩 어떤 분량으로 어떻게 쓰겠노라 하는 거...) 독자 서비스이기도 하고 앞으로 독자를 끄는 미끼이기도 하고....실제로 궁금하기도 하고요.
추천0 반대0
(66.XXX.XXX.3)
  미끼 쓴이 2013-07-17 14:43:57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것은 매우 짧은 것으로서 (긴 걸 쓸 내공이 아직..ㅠㅠ),
4-5회로 끝납니다.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로 나가기로 지금
결정했습니다.^^ 내용은.. 짧으니 그냥 읽어 주십시오.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이게 무슨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소리인가 했더니, 묘한 매력에 쏘옥 빠지게 되네요. 변변 2013-07-17 11:21:29
도사님 글이라 그런지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재미있는 발상입니까? 인류의 인구를 강제로 줄이다니....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과거 인류의 미래를 점쳤던 소설은 거의가 맞아떨어졌습니다. 소설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추천0 반대0
(71.XXX.XXX.67)
  소설의 미래 쓴이 2013-07-17 14:39:51
변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의 미래가 걱정됩니다.ㅋㅋ
이야기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210 성님의 격려 반 기정사실화 반에 힘 입어 쓴이 2013-07-17 10:10:18
씁니다. 좀 더 완성도가 높으면 좋겠지만,
인생에 무슨 완성이란 있을 수 없는 것,
과감하게 쓰는 거죠 뭘. 읽어주심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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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228)
  오 드디어...... 기다리다 지쳐 포기했었는데.... 곽건용 2013-07-17 09:49:01
충섭 도사의 소설이 뜨다니.... 이제부터 아크로 클릭 수가 대폭 증가하겠네요. ㅎㅎㅎ 즐감합니다.
추천0 반대0
(69.XXX.XXX.246)
  클릭 수 낮으면 클리닉 가는 수가 쓴이 2013-07-17 10:14:12
"여러분이 많이 읽어 주셔야.." 멘트가 생각납니다.
짧게 짧게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클릭 v. 클리닉 변변 2013-07-18 12:35:51
왜 여기서 이러고 계세요? 어서 한국 가서 드라마 각본 쓰시든지 아니면 코미디 프로 쓰셔서 대박 나는 인생 사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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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67)
  변우민 씨 출연 보장된다면 곽건용 2013-07-18 16:44:46
한국 가서 드라마 쓸 용의도 있을껄요. ㅎㅎㅎ
추천0 반대0
(69.XXX.XXX.246)
  이 카드 쓴이 2013-07-18 17:05:03
저도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ㅋㅋ
추천0 반대0
(198.XXX.XXX.20)
  뒤따라 가려 쓴이 2013-07-18 13:51:36
선배님 진출하시면 뒤따라 가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이 박사의 충전 200% 단편 워낭 2013-07-17 08:57:22
엄청 기대됩니다. 오랜만에 맛보는 이 박사의 글맛입니다.
추천0 반대0
(66.XXX.XXX.3)
  미적대고 있던 차에 쓴이 2013-07-17 10:11:51
짧게라도 빨리 그리고 많이 쓰자... 를 실천할
빌미 주신 것, 고맙습니다.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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