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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걷는 것인가, 땅이 움직이는 것인가
이상실의 위트니 등정기/"출산 고통 잊는 것처럼 또 오르려나"
2013년 05월 06일 (월) 09:56:30 이상실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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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높은 곳에 와 있다. 마운틴 위트니.  14,505 피트,  4,421 미터, 백두산의 1.8 배 높이. 만 13시간을 걸어서 왔다. 알래스카를 제외한 전미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하늘과 돌, 그리고 눈덮인 톱니 산봉우리들이 나를 반기는 듯 잠시 착각에 빠지기도.  그러나 이내 숙연해진다. 이 광활한 자연 속에 나는 그저 봄바람에 구르는 나뭇잎 하나. 

위트니를 오른 일이 꿈만 같다.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와서도 아직  종아리에 무지근한 통증이 있는걸 보니 분명 꿈은 아니다. 한달 반 전에는 북미에서 가장 낮은 곳 해저 282피트지점인 데스밸리에 있는 배드워터에 다녀왔다. 위트니에서 불과 73마일 떨어진 곳이다.

 

 

 

 

첫날 도착해서는 표정 좋고~~

사실은 5월 말 캘리포니아와 오레곤 접경에 있는 마운틴 샤스타를 오르기위한 훈련의 일환으로 위트니를 등정하기로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래 전부터 한 번 가고 싶었고 더욱이 2년 전 철벅지 멤버 몇 분이서 갔다가 악천후로 정상을 코앞에 두고 돌아서야 했던 산이 아니던가.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무릎. 한 4년전부터 산에 오를 때 멀쩡했던 것이 반쯤 내려오기 시작할 때부터 아파오기 시작한다. 그후 등산은 포기하고 산악자전거만 탔다. 그런데 샤스타 등정의 꿈의 씨앗이 자라면서 무릎을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하는 운동에 무릎 근육 강화 운동을 추가했다. 글루코사민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한달 전 사계절용 텐트를 거금 600불을 주고 구입했다. 근데 back order란다. 출발 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그리고 체중조절을 시작했다. 12,000 피트까지 캠핑기어와 식량을 지고 가야하기 때문에 체중을 줄이지 않으면 내 무릎상태로는 무리다. 점심을 샐러드로 먹기 시작했다. 2주전부터는 술을 멀리했다.

드디어 결전의 주가 다가왔다. 주문한 텐트가 오지 않는다. 몸무게도 변화가 없다. 갈 수 있을까.
출발 이틀 전 텐트가 도착했고 이후 준비는 일사천리. 이틀 밤동안 심사숙고하여 짐을 싸고 식량과 행동식을 준비했다. 먼 여행 떠나기 전 나의 오랜된 습관,  집을 깨끗이 정리했다. 혹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내 뒤를 정리하는 사람에게 누가되지 않도록.

 

 

 

 

 

 

둘째날 베이스 캠프까지의 산행. 좋은 날씨였다.

5월 26일 금요일 오후 1시에 카풀로 백정현/ 서치원/ 이상대 선배, 그리고 필자 네명은 라크레센타를 출발하여 4시간 후 Lone Pine에 있는  visitor center에서 등록을 마쳤다. Train head(8,300피트)에서 첫 날 캠프를 위해 두개의 오렌지호텔(우리끼리 부르는 오렌지색 사계절 텐트)을 셋업하고 다음날의 산행을 계획하며 첫 날밤을 평온히 보냈다.

둘째날 아침 여유있게 일어나 식사 후 텐트와 식량을 나누어 짊어지고 산행을 시작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12,000 피트 지점 트레일캠프까지 가기로 했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등반이므로 속도가 평소 반으로 줄어든다.

11,000피트 쯤 올라오니 우지근한 두통이 시작된다. 고산증이다. 지난 몇달 동안 등산훈련을 게을리한 나에게 찾아온 대가다. 부랴부랴 다이아목스를 한알을 먹는다.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이상대선배는 점심으로 먹은 떡이 체한 것 같다. 이것도 역시 고산증세일까.

 6시간만에 12,000피트 트레일캠프에 도착했다. 이미 상당수의 등반객들이 텐트를 쳐 놓고 있었고 그 중에는 남가주의 몇몇 한인 산악팀들도 있었다. 우리의 베테랑 백선배님은 오늘 위트니 정상 등반을 마친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정보를 수집하신다.

텐트를 치고 간단히 저녁을 먹는다. 날씨는 최상이다. 바람도 없고 기온도 온화하다. 내일도 이만큼만 되면 문제없을 것같다. 근데 두통이 아직 가시지 않는다. 다이아목스와 애드빌을 먹고 내일 대망의 무사 정상오름을 소원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셋째날 새벽 정상 정복.

다음 날 새벽 3시에 기상하여 간단한 행동식과 물만 챙겨 헤드라이트를 켜고 정상을 행해 출발했다. 춥다. 기온은 영하. 어제 졸졸 흐르던 텐트 옆에 눈녹은 물이 얼어있다. 눈도 얼어붙어 단단해져 있다.
출발 30분이 채 못되어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했다. 다시 고산증세다. 갈등이 시작된다. 이 상태로 정상까지 갈수 있을까. 출발한지 얼마 안되었으니 텐트로 돌아갈까. 나때문에 다른 분들의 정상등반에 누가 될 수는 없는데. 이런 와중 백선배님은 챙겨오신 소화제와 다이아목스를 내미신다. 일단 먹고 산행을 계속했다.

중간지점인 Trail crest까지 97개의 스위치백을 지나야한다. 스위치백이란 가파른 산을 갈 지자 형으로 올라가도록 만들어 놓은 길을 말한다.  저 멀리 약 6명의 등산객이 눈으로 덮인 직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다. 97개의 스위치백 중 몇개의 트레일은 눈에 덮여 백선배님이 인도하시는대로 길이 아닌 길을 치고 올라가야 했다. 옆은 천길 낭떨어지.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이생과 하직이다.

 

 

 

 

 

 

태양은 떠오르고...

세시간여 만에 스위치백을 모두 지나고 소혀처럼 검붉은 태양이 등뒤로 떠 오른다. 이젠 정상까지 약 두시간정도 걸으면 된다. 다행히 바람도 없고 해가 뜨면서 기온도 영상으로 올랐다. 이젠 됐다. 벌써 설레이는 마음으로 발을 뗀다. 근데 우리가 괴물이라고 부르는 서선배님에게 고산증이 찾아왔다. 저산소증으로 걷기가 무척 힘겨우시단다. 그래도 괴물답게 백선배님이 내미는 다이아목스를 사양하시고 계속 걸으신다.

드디어 정상이 가까와졌음을 알리는 돌집이 보인다. 내가 드디어 북미 최고봉인 위트니 정상에 발을 디디게 되는구나. 백선배님 외에 우리 세명은 위트니 정상등반이 처음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상지점에서 감격의 크기만큼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각자의 마음에 추억하나 깊게 새기고 하산한다. 

 

 

 

 

 

 

97고비 스위치백을 지나 정상으로 정상으로...드디어 올랐다!!!

정상정복의 기쁨도 잠시. 텐트를 쳐놓은 지점까지 4시간에 걸쳐 내려와 텐트를 걷고 시지프스의 돌처럼 무거운 배낭을 다시 지고 내려간다.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웃고 떠들던 네명의 멤버들은 어느 새인가 말이 없다. 내가 걷는 건지 땅이 움직이는 건지 감각이 없다. 해가 지기 전에 내려갈 수 있을까.

저녁 7시가 조금 넘어 어제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체력이 고갈상태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내 무릎이 총 22마일 22시간의 산행을 견뎌준 것이다. 사실은 세 선배님들이 내 짐을 나누어 지어주셔서 다른 사람 짐무게의 반밖에 되지 않은 것도 크게 일조했다.  이 자리를 빌어 세분께 감사드린다.

산, 오름의 고통을 흠뻑 맛본 후 다시는 오를 마음이 없어진다. 산모는 살을 찢는 출산의 고통을 잊고 다시 애를 낳는다. 내가 위트니 등정의 고통을 잊고 샤스타를 가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상실 (간호 88)

 

 

정상에 선 승자들. 왼쪽부터 백정현, 이상실,서치원, 이상대.

 

 

하염없는 하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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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5)
  글도 멋지고, 사진 속에 있는 분들도 모두 멋지십니다... 이권병 2013-05-25 00:56:00
상실 후배님, 엄청난 일을 이루어내셨군요. 대단하십니다. 그 열정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짝짝짝!!! 서회장님과 이상대선배님도 짱입니다. 아무 사고없이 모두 정상정복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신 백선배님 존경합니다. 꾸벅.
추천0 반대0
(108.XXX.XXX.54)
  본인에 의해 삭제 되었습니다. 익명 2013-05-20 17:46:24
본인에 의해 삭제 되었습니다.
추천0 반대0
(68.XXX.XXX.79)
  비디오도 있네요 pk 2013-05-08 08:27:47
http://www.youtube.com/watch?v=23-Ldq7Fbqk&list=UUtmPGpkuF44h5YGYtQti1Hw&index=1
추천0 반대0
(24.XXX.XXX.237)
  매력있어~ JB 2013-05-07 17:30:05
어디서 매력학과라도 전공하셨나...?
추천0 반대0
(107.XXX.XXX.64)
  캬~ 대단합니다 김종하 2013-05-07 09:58:03
철벅지가 낳은 철각 남녀들. 이런 기세라면 곧 에베레스트도...
상실님 글솜씨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産苦와 山苦가 통함은 새로운 개념^^
추천0 반대0
(76.XXX.XXX.131)
  자랑스런 동지들 이병철 2013-05-06 17:45:24
수고 많이 했고, 진심으로 축하, 축하!!! 잘 했어요. 글도 잘썼고.
추천0 반대0
(27.XXX.XXX.62)
  시지프스처럼 엉겅퀴 2013-05-06 13:23:31
무거운 배낭을 지고.. 그림 같은 글입니다.
그 높은 곳까지 갔다 오신 네 분, 대단하십니다.
사계절용 텐트부터 장만해야겠군요.
추천0 반대0
(216.XXX.XXX.228)
  군더더기없이 간결한 문체 Shin 2013-05-06 11:21:17
상실씨 글 수월히 읽어내렸어요. '한 글' 쓰시는 군요.
가장 높다고 알고 있는 마운트 위트니 등정이 샤스타 등정의 워밍업이면
마운트 샤스타는 얼마나 힘든 곳일까?
5월 말 정확히 언제 가나요?
추천0 반대0
(98.XXX.XXX.91)
  부럽습니다. auramon 2013-05-06 11:20:30
차 타고 8,000 피트 정도의 지점까지 올라가서 라면이나 끓여 먹고 온 사람으로서 경의를 표합니다. 지난 11월이었는데, 그곳은 이미 눈이 쌓이고 개울이 다 얼었더군요. 그 위로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겠더군요.
추천0 반대0
(131.XXX.XXX.219)
  축하드립니다. 변변 2013-05-06 06:30:07
인생의 중반을 넘으면서부터 도전하고픈 욕구가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지금 이루어놓은 것을 까먹지 않고 잘 사느냐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이 글을 읽고 반성을 많이 하게됩니다.[내 뒤를 정리하는 사람에게 누가되지 않도록.] 정말 비장하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0 반대0
(174.XXX.XXX.217)
  회개합니다 강국 2013-05-05 23:09:12
페북에 올라온 사진만 보고
와 멋지다. 까짓것 위트니 언제 한번 맘먹고 올라가봐 했더니
이거 장난이 아니군요.... 저 같은 사람이 아직 감히 넘볼 곳이 아닙니다.
여행 떠나기전 집 청소하는 부분은 짠합니다.
저 힘든 등반을 해내신 선배님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전 등산은 한 삼년후로 잡고 올해는 우선 자전거부터라도 시작해야지.ㅠㅠ
추천0 반대0
(68.XXX.XXX.51)
  가본듯 생생.. 양민 2013-05-05 22:31:37
재작년 실패한 기억도 함께 생생합니다.
백선배님, 서선배님과 이상대씨 이쁜 상실씨랑 등산하셨으니
참 즐거우셨겠어요. 하늘도 반가와서 좋은 날씨를 선사했네요.
좋은 경험한 상실씨 축하해요...
추천0 반대0
(75.XXX.XXX.188)
  멋져요~ Kong 2013-05-05 21:16:13
아주 생생한 등정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낭떠러지 묘사 부분에서 마음을 엄청 졸였어요.
등정을 무사히 마치신 선배님들 축하드립니다.
샤스타 정복도 무난할 듯.^^
추천0 반대0
(71.XXX.XXX.132)
  상실아 니 미쳤나? 박변 2013-05-05 17:47:31
철벅지 중 최강 철벅지 4 사람. 등정 축하. 정말 대단합니다. Mr. Shasta 가 머 별끼가?( 별것 있나?)
추천0 반대0
(24.XXX.XXX.69)
  위트니 멋져요 워낭 2013-05-05 17:17:04
소혀처럼 떠오르는 태양...동명일기 구절까지 인용하시는 상실님의 문학적 감수성이 빼곡하게 배어 있는 절창 르포입니다. 네 분 모두에게 격찬의 박수를 보냅니다.
추천1 반대0
(24.XXX.XXX.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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