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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들 아픔 보듬고,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양민 신년 칼럼] 전후 60년, 실향민의 자녀로서 맞은 새해는
2013년 01월 01일 (화) 17:52:59 양민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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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픕니다. 남한을 보아도 아프고, 북한을 보아도 아픕니다. 6.25 직전 이북을 떠나오고 이제껏 한 평생을 남한에서 살아온 우리 아버지를 보면 더욱 슬픕니다.

그와 같이 고향을 떠나 남녘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실향민들의 가슴은 기본적으로 슬픔입니다. 고향과 형제 식구들과 대적해서 전쟁을 겪은 이들은 죽을 때까지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에겐, 내 새 이웃들과 친구들을 형제와 친척들이 와서 죽였고, 내 새 이웃들과 친구들은 또 가서 내 형제들과 친척들을 죽였습니다. 그들의 슬픔은 과연 어디서 그리고 언제 비로소 해결될 수 있는 걸까요? 형제와 친척을 적으로 두고, 두고두고 미워해야만 하는 해결되지 않는 운명... 너무너무 밉고, 그리고 사무치게 그리운 이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을 시리도록 가슴속에... 밀어 넣어 놓고 살아야 하는 외로움... 남녘의 새 이웃들과 친구들과 전우로 그리고 동일한 공포를 겪고 아픔을 나누어 묶여있는 그들은, 최소한 죄책감과 아픔과 증오를 가슴속에 묻고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0년이 되는 2013년... 너무도 긴 세월입니다. 내 아버지를 비롯한 이북에서 고향을 버리고 떠나와 대한민국에서 보수의 기틀이 된 모든 노인들의 슬픔을 위로할 이들은 누굴까요? 또 전쟁으로 가족들을 잃고 잿더미 속에서 다시 삶을 일굴 수밖에 없었던 대대로 남녘에 살아오고 있는 전쟁세대들의 슬픔은 또 어떡하나요? 북녘에도 이 분들과 헤어진 슬픈 가족들이 있을 것이고, 또 이념 따라 남녘에 사랑하는 이들을 두고 떠나간 슬픈 사람들이 있겠지요.

전쟁세대들이 미움 속에라도 숨기고 간직했던 아련한 추억과 통일에 대한 염원, 가족상봉의 꿈, 그리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최소한 일제시대라는 아픔 속에서도 언제나 하나였던 나라와 민족이었던 삶의 경험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생각이나, 진보의 발걸음에 모진 욕을 해서라도 막을 수밖에 없는 그 분들은 최소한 나라의 허리가 잘리고 민족이 둘로 나뉘기 전의 한 겨레였던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그들의 삶을 마감하는 때가 가까워 옵니다. 아팠던 삶들을 모두 떠나보낼 때가 가까워 옵니다.

이 들의 슬픔이 위로되지 않고는 슬금슬금 오는 통일도 그리 빨리 오지는 못하리라. 이분들이 이 땅위에서 수명을 다하는 때가 점점 가까워 옵니다. 전후세대가 떠나면 그 때는 어떤 변화가 올까요?

한 나라였던 경험, 통일전쟁을 겪지 않은 신세대 노인들이, 평생을 배워오고 살아 온대로, 이제는 가족도 친척도 친구도 없는, 저쪽편 이상한 동족을 향해, 아련한 추억 속에라도 하나였던 경험을 태생적으로 가져보지 못했던 우리들이 전쟁세대의 자리를 완전히 대체할 때에 우리들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언니 오빠들의 아픔을 대물림할 것인가?

돌이켜보면, 나는 우리 아버지의 이 오랜 아픔을 한 번도 제대로 공감하고 위로하지 못한 채 점차 노인의 반열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한 번도 그 아픔을 위해 울어 본 경험이 없다는 걸 깨닫고 눈물이 소리 없이 흐릅니다. 무슨 놈의 자식이 이렇게도 무심했단 말인가? 그러면서, 내 아버지의 사고를 고루하다고 하고, 보수가 어떻고 진보가 어떻고, 유신이 어떻고, 민주가 어떻고 하면서, 앞으로의 세상을 살 우리의 자식 세대들을 위해 노인들은 깊이 생각하고 표를 던지라고 주문을 했던 것인가?

실향민과 전쟁세대가 동질적으로 그리고 집단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 아픔. 식민지 노예였고, 전쟁고아요, 이념의 희생자들이었던 그 분들을 보듬고, 그 아픔을 어루만질 것은 어쩌면, 전후세대로 첫 노인들이 되는 우리들의 몫일 것입니다. 그저 그 분들의 틀과 발자취를 좇아가는 신세대 꼰대들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아픔을 치유하고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가질 기회를 제공하려면, 그리고 4대 강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 민족에게 민족통일과 책임 있는 아시아의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전쟁세대를 부모로 둔 늙어가는 전후세대들의 책임과 의무가 막중합니다.

진보가 되었던, 보수가 되었던, 부유하건, 고생 중이건, 기독교인이건 불교인이건, 누구의 자손이고, 어디가 고향이던 간에, 우리가 전쟁세대의 틀 속에 갇힐 것인지, 전쟁세대의 집단적 아픔을 치유하고 넘어서서 새 세대를 열 새로운 정신적인 기틀을 만들어 낼 지는, 전쟁세대들의 자식들로서 전후세대 첫 세대들인 우리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앞으로 새 시대를 열겠다는 새 정권은, 현재 대한민국이 한 국경 안에서 전쟁세대와 전후세대로 골 깊게 나뉘어져 있는 우리 국민들이 서로 진정으로 위로하고, 사랑하고, 보듬을 수 있을 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 입니다. 사람을 쓸 때, 이것을 이루어 낼 인물인지, 또다시 옛 틀에 얽매일 인물일지, 깊이 생각하며 골라주기를 당부하는 바입니다. 전쟁세대는 몰라도, 전후세대는 몰라도, 최소한 전쟁세대의 자식으로서 전후세대에 속한 인물들은 더더욱 고심하여 어떤 인물인지를 고심해야 될 것 입니다. 이 들 중에는 전쟁세대와 전후세대의 골을 메울 이들이 있고, 그 골을 더욱 깊게 할 이들이 있을 것 입니다. 책무를 지게 될 이들과, 나라의 곳곳에서 새 정신을 열어갈 국민들이 함께, 새로운 시대정신을 일구어 나갈 수 있게 되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전후 60년이 되는 새해를 맞으며 실향민의 자식으로 55세가 되며, 아버지의 아픔을 느껴보려는 감회를 적어보았습니다.

양민 (공업화학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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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6)
  톡톡톡 이병철 2013-01-09 13:50:33
서로 격려하고 도와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오겠지요.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추천1 반대1
(99.XXX.XXX.225)
  조국 통일의 길로 나아갈 정신을 함양시키는글! 김석두 2013-01-02 21:00:11
입니다. 남한만 잘살면된다. 북한을 도우며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고 하면 종북주의로 날인을 찍고마는 정치세력과 국민들에게크나큰 경각심을촉구하는글입니다.실향민아버지의아픔을 가슴에안고 효성어린 55세의 아드님을두신그 아버님은100세이상장수하실것이며그 아드님도 10계명 가운데 효도계명을 지키면 하느님의약속계명의축복을 받으리라믿습니다.아울러100행의근본인효도의정신으로 통일정신을가정교육으로제시하는글..
추천2 반대1
(76.XXX.XXX.163)
  아픔이 서려 있는 글 곽건용 2013-01-02 15:42:58
아픔을 넘어서서 새로운 희망을 바라는........ 감동적인 글입니다. 좋은 글로 새해를 열어주신 필자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추천2 반대1
(69.XXX.XXX.189)
  정전 60년.... 이원영 2013-01-01 23:20:09
정말 거짓말 같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제가 글에서도 썼지만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 그러나 현실은 현실입니다. 전쟁의 아픔이 있는 세대들에게 통일을 얘기하긴 정말 힘들고 지난한 과제입니다. 통일은, 분단의 치유는 가슴에 증오가 없는 전후 세대들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통일을 이야기 해야 합니다. 새해 벽두 진지한 성찰을 주신 글입니다.
추천2 반대1
(71.XXX.XXX.237)
  전쟁... 엉겅퀴 2013-01-01 11:51:33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전쟁,
그 피를 먹고 사는 흡혈귀들이 이 세상에 있는 거겠죠.
그 어떤 이유로도 그 어떤 형식으로도 전쟁, 반대합니다.
슬픔, 아픔, 한... 절절히 느껴집니다.ㅠㅠ
추천2 반대1
(108.XXX.XXX.64)
  양민님과 조금만 이야기해보면 김종하 2013-01-01 01:13:40
멋진 미소 너머로 담뿍 담긴 진정성을 금방 느끼게 됩니다. 2013년을 맞으며, 새해 첫 글로 그같은 진정성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돼 기쁩니다. 게재 청탁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2 반대1
(107.XXX.XX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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