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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 & 樂, 낯섦을 따라간 길에서
LA에서 10시간... 애리조나 명소 탐방 동행기
2012년 10월 15일 (월) 12:47:25 이종호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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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내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새벽 6시 출발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고장으로 버스(개인이 차주이자 운전사인 55인승 대형 관광버스)는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나타났다. 모두가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묵묵히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인내가 아니다. 이런 것이 인내다. 그런 점에서 수요자연산악회는 달리 설명이 필요 없는 동호회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

3박4일 일정은 그렇게 시작됐다. 예정보다 거의 12시간이나 늦은 출발. 그러나 이후는 순조로웠다.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밤을 도와 달렸다. 목적지는 윌콕스(Wilcox). 애리조나 제2의 도시 투산을 지나 80마일 쯤 더 동쪽에 있는 소읍이다.

12시간을 달려온 일행은 새벽 5시30분에야 예약된 숙소에 도착, 여장을 풀었다. 찌뿌드드한 몸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곧 바로 산행에 나섰다. 함께 한 일행은 모두 49명. 체력에 자신 있는 사람은 1진, 왕복 8마일을 걸어야 한다. 2진은 비교적 쉬운 코스. 그래도 2~3시간 하이킹이다.

목표는 치리카후아(Chiricahua) 산. 한글로 된 어떤 여행 안내서에도 나와 있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에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 100곳’으로 일컬어지는 장소란다. (치리카후아는 이 지역 인디언 말로 '야생 칠면조(willd turkey)'라는 뜻. 18세기까지만 해도 이곳에 무수히 살았으나 1900년대 중반이후 모두 사라졌다고 한다.)

버스에서의 토막잠으로 이미 바닥난 체력이지만 그래도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산을 오른다. 금세 탄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한 구비 돌면 비경이요 한 고개 넘어서면 또 다른 선경이다. 바위 위에 또 바위. 아슬아슬 떨어질 듯 날렵하게 걸쳐있는 자태에 숨이 멎는다. 2500만년 전 쌓인 화산재가 수천만년 풍상을 겪으며 만들어낸 조화다. 천하절경 금강산 만폭동이 이럴까. 550마일을 달려온 수고가 한 순간에 날아간다.

아파치 인디언의 한 부족이 의탁했던 곳이라 한다. 그들의 전설 한 자락이라도 찾아보려 바위 속을 헤매며 8시간을 걸었다. 발은 부르트고 몸은 지쳐오지만 왠지 정신은 자꾸 더 맑아만 진다. 오래 오래.

   
치리카후아는 국립기념지(내셔널 모뉴먼트다)로 되어 있다. 경치가 일품이지만 LA선 조금 멀다는 게 단점.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투산을 지나 10번 프리웨이 출구 336번 윌콕스(Willcox)에서 내려 186번을 타고 40마일 정도가면 공원입구에 도착한다. LA에서 차로 약 10시간. 사진은 치리카후아 정상 인스퍼레이션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전경.

   
버섯바위

   
바위위에 또 바위...아슬아슬

   
키싱 락. 키스바위.

   
2011년에 애리조나에 큰 불이 났을 때 이곳도 휩쓸었다고 한다. 불탄 나무 기둥이 조각 작품같다.

#. 이튿날은 투산 남쪽 20마일쯤 떨어진 곳, 지하 핵무기 발사기지를 찾았다. 공식 명칭은 타이탄 미사일 뮤지엄.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600배 위력을 가진 타이탄2 핵미사일이 전시돼 있는 곳이다. 냉전시대 땐 미 전역에 이런 발사기지가 54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폐쇄되고 이곳만 남아 한 시대를 증언해 준다.

모든 시설은 땅 속에 있다. 긴장하며 내려가 본다. 8피트 두께의 콘크리트 벽과 30센티는 족히 돼 보이는 겹겹의 철문들이 핵의 가공할 위력을 웅변한다.

10월 26일로 예정된 한국의 나로호 인공위성 발사가 떠올랐다.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이나 로켓발사 기술이 좌우한다. 일본은 이미 위성 강국이다. 중국도 70년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이래 이미 유인 우주선 시대에 돌입했다. 북한조차 대포동 미사일로 세계를 위협한다. 우리도 경제적 파급효과나 군사안보 측면에서 로켓 기술 개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수십년 전 용도 폐기된 미국의 구형 미사일을 보면서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디디려는 한국 위성의 성공을 염원해 본다.

   
투산에서 19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20분쯤 가다가 69번 출구에서 우측으로 내려 0.5마일만 가면 이 사인판이 나온다.

   
뮤지엄 지상은 핵미사일 발사기지답지 않게 이렇게 덩그마니 가건물 하나가 있을 뿐이다.

   
중앙통제실. 여기서 버턴 하나면 미사일이 날아간다. 1시간에 7000마일. 대륙간 탄도탄이다.

   
여긴 핵 미사일 발사대로 가는 통로. 역시 두꺼운 철문과 8피트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지나야 한다.

   
그 안에 이런 미사일이 있다. 8층 건물 높이는 돼 보였다.

   
투어가 끝나고 안내 해준 할아버지와 기념사진 한 장. 이곳은 모두 노인들이 다 시설 안내도 하고 뮤지엄 운영도 하고 있었다.

#. 이어 들른 곳은 샌 호비어 성당(San Xavier del Bac Mission)이다. 처음엔 ‘샌 재비어’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입을 오무리고 혀를 굴리며 ‘샌 호비어’라고 발음해 주었다.

황량한 애리조나 벌판에 하얀 비둘기처럼 우아하게 솟아 있는 이곳은 200여년동안 이 지역 인디언들과 함께 해 온 유서 깊은 사적지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인디언 후예들, 또 멕시코계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미사를 드리고 있다. 그들 틈에 묻혀 잠시 나도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을 빌어본다.

   
샌 호비어 성당 전경.

   
가까이서 한 장.

   
성당 앞은 이런 장터가 선다. 인디언 음식, 멕시칸 요리 등을 팔고 있다.

#. 가을 해는 뜻밖에도 길지가 않다. 오후 일정을 위해 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다음은 투산의 숨은 보석 인터내셔널 와일드 뮤지엄. 지구상의 거의 모든 동물들을 박제로 만들어 전시해 놓은 곳이다. 나비, 곤충은 물론 유니콘, 용, 반인반마 등 상상 속 동물 모습까지 재현해 놓았다. 동행한 여행전문가 김평식씨는 수많은 박물관을 가봤지만 이곳만큼 다시 와보고 싶은 곳도 없다며 극찬한다.

이곳에서 10여분이면 닿는 소노란 사막(Sonoran Desert)의 사구아로 선인장(Saguaro Cactus) 국립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굵은 삼지창같기도 하고 사람이 두 팔 접어 뻗어 올린 것 같기도 한 거대한 이 선인장은 애리조나의 상징이다. 최근엔 그랜드캐년을 밀어내고 애리조나주 자동차 번호판 배경 그림으로까지 등장한 선인장을 직접 대면하는 기쁨은 결코 작지가 않다.

   
사구아로 선인장. 사람 키 높이의 두배는 돼 보이는 선인장이 지천이다.

   
사구아로선인장의 꽃. 100년만에 핀다고 한다. 이것은 조화를 만들어 놓은 것으로 인터내셔널 와일드 뮤지엄에서 찍었다.

   
사구아로 국립공원에서 바라본 석양. 실제는 숨이 턱 멎을 정도로 장관이었는데 사진은 영 시원찮다.

#. 애리조나는 그랜드캐년, 세도나, 모뉴먼트 밸리 등으로는 이미 한인들에겐 친숙한 땅이다. 하지만 남쪽 10번 길 쪽은 아직도 낯설다. 수요자연산악회와 동행한 이번 여행은 그 낯섦을 따라간 여행이었다.

LA에선 차로 근 8~10시간 거리. 3박4일이어도 오고 가고 하루씩 빼면 이틀밖에 둘러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여행자를 실망시키지 않을 많은 것들이 그곳에 있다. 차 안에서의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보낼 자신만 있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곳이다.

   
10번 길에서 만나는 애리조나는 거의 광야요 사막이었다. 곳곳에 이런 표지판이...

이종호 (동양사 81,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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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2)
  너무나 자상하게 담은 아리조나 투산 탐방여행기 김석두 2012-10-20 17:55:50
를 사진과같이 다시한번 그리며 잘 읽었습니다. 수요산악회 정회원이 아닌 저로서 갈까 말까 망서리다가 우연히 이종호 후배님의 3박4일간 동행할수있었었던 추억을 영원히 잊지못할것입니다.너무 산에 미치다보니 인터넷을 오래만에 열어 보고 아내를 불러 사진과 기행문을 함께 읽고 또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163)
  칠면조와 핵미사일 엉겅퀴 2012-10-19 08:48:54
만폭동 미국판 구경 잘 했습니다.
야생 칠면조 사라진 게 참 가슴아픕니다.
저리 무시무시한 핵미사일 만드는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추천0 반대0
(99.XXX.XXX.225)
  가는길 알려주세요..그리고 김인종 2012-10-17 10:30:29
어떡하면 수요일마다 놀러다닐 수 있을까?
추천0 반대0
(108.XXX.XXX.96)
  10번 프리웨이 타고... 이종호 2012-10-17 15:43:58
-치리카후아 내셔널 모뉴먼트 : 10번 프리웨이 이스트. 투산을 지나 336번 EXIT 윌콕스(Willcox)에서 내려 186번을 타고 40마일 정도가면 공원입구에 도착합니다. LA에서 차로 약 10시간.
-타이탄 미사일 뮤지엄 : 투산에서 19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20분쯤 가다가 69번 출구에서 우측으로 내려 0.5마일만 가면 사인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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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3)
  오케 바리 김인종 2012-10-21 21:13:50
고마와요. 앞으로도 희귀한 여행기.
추천0 반대0
(173.XXX.XXX.143)
  글만 읽을 때와 사진이 곁들여 있을 때 기분이 확연히 다르네요. 양민 2012-10-16 13:43:31
좋은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추천0 반대0
(108.XXX.XXX.145)
  이렇게 해서 이병철 2012-10-16 09:04:23
또 한사람의 여행가가 탄생하는구만. 재밌게 잘 봤습니다.
추천0 반대0
(99.XXX.XXX.225)
  아파치 전사들의 고향 오달 2012-10-16 04:04:47
치라카와 산은 아파치 전사들의 고향입니다.
서부영화에 많이 나오는
제로니모
치라카와 인디안의 장수,
19세기 말 미국과 멕시코를 상대로 싸움을 벌였던,
인디안의 영웅.
아파치는 나바호 족과 사촌지간입니다.
추천0 반대0
(97.XXX.XXX.0)
  마치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생생한 여행기, 감사합니다. 변변 2012-10-15 06:16:18
야생 칠면조는 숫자는 줄었지만 아직도 어딘가 살아있을 것입니다. 저는 가끔 저의 이웃에서도 보고 있고 몇 년 전에 [마운트 러쉬모어] 에서도 야생 칠면조 떼를 본 적이 있습니다. Xavier 는 스페인 말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멕시코도 [메히꼬] 로 H 로 발음하는 것 같습니다. 꼭 가보아야할 100 곳 중의 하나이니, 잘 기억했다가 꼭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추천0 반대0
(71.XXX.XXX.227)
  그랜드 캐년으로만 알았던 김종하 2012-10-14 20:20:55
애리조나의 속살을 본 느낌입니다. 샌 호비어 성당 전경 사진이 환상적... 사진이 더 많았는데 다 못 실어서 아쉽네요. 여행기 나눠주셔서 감사...
추천0 반대0
(107.XXX.XXX.123)
  본인에 의해 삭제 되었습니다. 익명 2012-10-14 21:06:57
본인에 의해 삭제 되었습니다.
추천0 반대0
(71.XXX.XXX.53)
  고쳤습니다 편집자 2012-10-14 22:38:05
졸다가...^^
추천0 반대0
(107.XXX.XX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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