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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도 울고 갈 칼텍 운동부
[김문엽의 세상보기] 스포츠 세계에서 음수의 존재 증명했다는데...
2012년 07월 23일 (월) 11:26:07 김문엽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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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상 처음으로 숫자가 등장한 것은 아마도 원시인들이 동물이나 사람들의 수를 세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말 한 마리, 사람 두 명과 같이 눈으로 보이는 어떤 것을 세면서 자연히 수의 개념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되었다. 그러나 음수는 이야기가 틀려진다. 왜냐하면 -5마리의 양이라든가 -2명의 사람 같은 음수는 눈으로 보이는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인이 아주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마이너스에 대한 개념, 즉 음수에 대한 개념이 인류 역사에 등장한 것은 의외로 그렇게 길지가 않다.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음양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음수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오늘날 우리가 방정식에 사용하는 그런 현대적 의미의 음수를 처음 정의한 수학자는 16세기의 이탈리아 수학자 카르다노라고 하니 음수의 역사는 겨의 오백년 남짓한 것이다. 아무튼 사람들이 수천년 수만년 동안 자연수의 세계에만 갇혀 살다가 몇백년전에 음수의 개념을 확립하면서 인류문명의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인류 역사에 음수의 개념이 도입된 지가 수백년이 지났지만 스포츠 세계에서는 그동안 음수의 개념이 없었는데 스포츠 세계에서도 드디어 음수의 도입이 시급한 사건이 발생했다. 얼마 전에 우리에게 ‘칼텍’으로 잘 알려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미 대학스포츠 연맹(NCAA)에 자기 학교 운동부가 부정을 저질렀으니 징계를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Caltech Beavers 마스코트
칼텍에 운동부가 있다는 것도 생소하지만 공부만 하는 범생들로만 이루어진 칼텍 운동부가 도대체 어떤 부정을 저질렀다는 이야기인가? 자체 조사에 의해 밝혀진 칼텍 운동부의 부정은 다음과 같다. 미국 대학 스포츠 경기에 나갈 선수들은 항상 full time student 이어야 하는데 몇몇 선수가 full time student 자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부정 선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대학 스포츠에서는 학교나 학생이 부정을 저지르면 NCAA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해당 학교를 징계를 한다. 첫째,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수 있는 체육특기생의 수를 제한한다. 둘째 부정이 있었던 당시의 팀승리를 몰수한다. 셋째, 정규시즌이 끝나고 열리는 포스트 시즌 경기, 즉 챔피언십 경기 등의 출전 자격을 박탈시킨다. 마지막으로 TV 중계권을 박탈하기도 한다.

칼텍에 부정선수가 있었으니 징계를 받아야 하는데 문제는 NCAA에서 징계를 내리고 싶어도 징계를 내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먼저 체육 특기생수를 제한하는 징계는 체육특기생이 존재하지 않는 칼텍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칼텍에 공부하러 오지 운동하러 오는 학생은 없다.

둘째, 부정선수가 뛰었을 당시의 승리를 전부 몰수하는 징계가 있는데 부정선수가 뛰었다는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의 칼텍 야구부 기록이 0승 112패이고 칼텍 수구팀의 기록은 0승 66패이다. 아니 뭐 이긴 경기가 있어야지 몰수를 해서 징계를 하든지 말든지 할텐데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이긴 경기가 없다. 2007년부터 4년까지가 0승 112패이고 그전까지 더 올라가면 현재까지 무려 412연패 기록중이다. 서울대 야구부가 199연패를 해서 국내 스포츠 사상 최장 연패 기록이네 마네하고 화제가 됐지만 이 칼텍 야구부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이 칼텍 야구부가 언제 마지막으로 이겼는지 알려면 고고학자를 불러와야 할 판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서울대의 연패는 연세대나 고려대같이 강팀과도 경기를 하면서 쌓은 기록이지만 칼텍은 대학리그에서 3부리그에 소속되어 있어서 못하는 학교끼리 하고만 경기를 하면서 쌓은 기록이라 서울대의 199연패와 칼텍의 412연패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비교가 안 된다는 것이다. 아무튼 칼텍 운동부는 이긴 경기가 없어서 몰수라는 징계가 해당이 안 된다.

셋째, 포스트 시즌 경기 금지라는 징계는 더 웃기는 이야기이다. 칼텍 운동부가 챔피언십 경기에 나가는 일은 지구의 종말이 오기 전에는, 아니 지구의 종말이 와도 안 일어날 것이다. 칼텍 교수들의 노벨 물리학상 단골 메뉴인 빅뱅현상이 우주에 다시 한 번 일어나 우주의 종말이 오면 모를까 포스트 시즌 경기와 칼텍 운동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니까 그런 징계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TV중계권 박탈 같은 징계가 있지만 칼텍 경기가 TV에 나올 일이 전혀 없는데 박탈하면 뭐하나? TV는커녕 내가 패사디나 지역에 오래 살아서 아는데 지역 신문인 Pasadena Star News를 보면 거기에 동네 고등학교 운동팀 기사는 실려도 칼텍 운동부 기사는 절대 안 실린다. 자기 동네(Pasadena) 신문에 기사 한 줄도 안 나오는 그런 학교 운동부에 TV중계권 이란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되므로 이 징계 방법도 해당 사항이 아니다.

칼텍이 자기 학교 운동부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며 NCAA에 자수하고 징계를 요청했지만 문제는 징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NCAA관계자 입에서 “뭘 어쩌라구?”란 말이 절로 나올만 하다.  칼텍이 NCAA에 자기 학교 운동부를 징계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마치 거지가 경찰서에 와서 자기가 길거리에 침을 뱉었으니 자기를 처벌해 달라며 자기 집을 압류하든지 아니면 자숙하는 의미에서 자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떠드는 거나 마찬가지로 보인다.

   
칼텍 야구부

그럼 칼텍 운동부를 징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했듯이 스포츠에도 음수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음수란 무엇인가? 제로보다 작은 수가 음수이다. 칼텍 운동부는 모든 것이 제로이다. 체육 특기생도 제로, 이긴 경기도 제로, 챔피언십 경기에 나갈 가능성도 제로, TV에 중계될 가능성도 제로. 자연수만 알고 있는 NCAA관계자는 이 칼텍 운동부를 징계할 방법을 못 찾아 전전긍긍하고 있지만 음수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 이야기가 간단해질 텐데 안타까울 뿐이다.

이 칼텍 운동부의 전설 같은 412연패(야구), 310연패(농구)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교인 서울대 야구부가 너무 안일하게 운동을 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평양 건너 이곳 미국에 자기들보다 훨씬 더 강적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모르고 200연패 고지도 못 넘고  199연패에서 주저앉았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 칼텍 운동부가 스포츠에서 음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처럼 서울대 야구부도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스포츠 세계에 허수나 무리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번 칼텍 운동부 징계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 것은 세상일은 참 복잡하다는 것이다. 칼텍이 자기 운동부에 부정이 발견됐다고 스스로 자수하고 징계를 요청한 것은 아주 칭찬받을 일인데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것이 코메디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칼텍은 그런 부정행위를 알고도 징계를 요청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어야 했나? 그러다가 다른 학교나 외부에서 알아냈다면 칼텍은 부정직한 학교로 낙인 찍혔을 것이다. 밝히자니 웃음거리가 될 거고 숨기자니 나쁜 사람이 될 거고. 공부 잘하는 사람들의 딜레마인가? 그래도 칼텍 운동부 덕분에 요즘 같이 별로 웃을 일 없는 답답한 세상에 잠시나마 웃을 일이 생겨서 너무 고마웠다.

김문엽 (조경 83, 재정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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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1)
  동양에서는 음수의 개념이 예전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최응환 2012-08-09 18:36:57
위키피디아에 negative number - history 보세요. 중국과 인도는 기원전서부터 이런 개념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되고 이랍세계여도 이미 7세기 경에 활용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서양인들이 몰랐다고 해서 인류가 몰랐다고 하는건 과장이지요. 일상생활에서도 미래 과거의 개념 전진후진의 개념이 있고 이런 개념이 16세기에 나온것은 아닙니다. 4일전이라던지 뒤로 세걸음가라던지 모두 음수의 개념입니다. 컬럼버스가 미대륙을 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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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XXX.XXX.232)
  정말 웃긴다 박변 2012-07-30 22:53:39
서울대보다 더한 팀이 있었네요. 징계가 통하지 않는...그래도 서울대는 국가대표도 있었는데... 변변 기억과는 달리 서울체고 선수 출신들로 알고 있는데 (물론 내가 틀릴수도 있슴) 배구와 축구에서. 배구 선수들이 기숙사 생황을 했는데 침대가 짧아 고생했다는 군요. 근데 칼텍 정도면 서울대가 이길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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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XXX.XXX.69)
  김문엽님의 글을 너무나 재미나게 읽어 보았습니다, 김석두 2012-07-27 21:57:45
남다르게 지어진 특이한 이릅인 문(文)자로 이름값을 단단히 빛내고 있음을오늘의 이 <세상보기>를 읽고 너무나 놀랍게 감동 하였습니다.반드시 특이한 유명 문학인으로 부상 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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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63)
  재미있군요 이서희 2012-07-27 13:14:32
오래간만에 많이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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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25)
  개그 문엽님 ㅋㅋ 워낭 2012-07-24 00:11:21
마지막 문장 "칼텍 운동부 덕분에 요즘 같이 별로 웃을 일 없는 답답한 세상에 잠시나마 웃을 일이 생겨서 너무 고마웠다"를 "개그 문엽님 덕분에 요즘 같이 별로 웃을 일 없는 답답한 세상에 잠시나마 웃을 일이 생겨서 너무 고마웠다"고 읽게 됩니다. ㅋㅋㅋ 오늘은 하루 종일 왜 이렇게 재밌는 일이 많지? 한시간만에 4백불도 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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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232)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칼텍 하고 서울대 하고 한판 붙으면 되겠네요. 변변 2012-07-23 18:58:03
그러면 누가 진정한 아마추어인지 자웅을 가릴 수 있지 않을까요. 칼텍이 들어가기 어려운가 봅니다. 제 친구 아들이 이번에 스텐포드에 전액 장학금 받고 들어갔는데 칼텍은 못붙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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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66)
  서울대에도 프로급 선수들이 가끔 있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축구부] 의 경우 1980 년에 인천체육고등학교 학생들을 특기자로 입학시켰습니다. 변변 2012-07-23 06:44:41
그때 들어온 선수 중에서는 국가대표까지 간 사람들도 있고 지금도 축구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들 꽤 있습니다. 축구는 연고대하고 붙어도 해볼만 했습니다.[강신우] 같은 선수는 그당시 대단한 인기였습니다. [야구] 는 [불문과] 의 김용남, 김창민 등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충분히 지원이나 지도를 받지 못하고 시합에 나가서 콜드게임 당하고 돌아오기 일쑤였습니다. 그후 몇번 이겼다는 소식도 가끔 들었던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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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104)
  위의 박변 선배님 글을 보고 정정합니다. 변변 2012-08-10 07:46:05
서울체육고등학교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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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135)
  칼텍 야구부나 서울대 야구부가 이상대 2012-07-23 06:15:45
목표를 승리에 전제로 둘 경우 절대 이기지 못할 헛수(고)에 무리수를 두고 있으니, 스포츠 세계에서도 음수를 넘어 허수와 무리수도 존재함을 이미 보여주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ㅎㅎ 참,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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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61)
  칼텍 학부 코스중에 오달 2012-07-22 19:54:38
Dating 101 이 실제로 있다네요.
데이트의 기본을 가르치는 과목

문엽님 이야기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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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XXX.XXX.0)
  칼텍의 전설 김종하 2012-07-22 19:47:29
문엽님 해주시는 이야기는 늘 재밌습니다. 서울대 야구부가 언제 이겼었죠?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유지하고 있는 칼텍 운동부가 전 왠지 자랑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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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XXX.XX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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