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10 월 18:29
> 뉴스 > 교육
       
한국에 디베이트가 만개하는 그날까지
이경훈 동문의 답장
2011년 12월 09일 (금) 08:06:25 이경훈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이경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클릭!  

며칠 전 12월 2일, 나는 만감어린 하루를 보냈다. 작년 12월 2일 한국에 도착했으니 한국체류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작년 12월 2일, 나는 ‘폭탄을 마음에 품고 현해탄을 건너는 심정’으로 한국에 왔다. 언젠가는 한국에 디베이트가 만개하게 해야할텐데…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아예 한국에 가서 뿌리를 뽑고 오자’고 결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나를 맞아준 것은 인천공항의 싸늘한 아침공기 뿐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관련 네트워크를 만들고, 홍보를 하고, 디베이트 리더들을 양성해야했다. 그렇게 매주먹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겨레 신문이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한겨레 신문을 통해 약 5개월간 매주 거의 전면을 털어 디베이트를 소개할 수 있었다. 한겨레문화센터를 통해 지금 열렬히 활동하고 있는 디베이트 리더들을 양성할 수 있었다.

처음 <디베이트 기초 마스터 캠프>을 열던 때로 기억한다. 처음 디베이트 코치로 투입되는 <신규 코치>들 중에는 불안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참가 학생들도, 코치들도 모두 얼굴이 환해졌다. 학생들이 디베이트를 호기심있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을 재미있어하자 마음이 풀어졌던 것이다. 한국에서의 디베이트 가능성을 확인한 계기였다.

5월 29일 서울교대에서 한국기자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제 1회 전국 초중고 학생 디베이트 대회>도 디베이트 폭발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 참가학생들, 학부모들, 심판들은 모두들 새로운 경험에 즐거워했다.

   
역시 전문가가 해야...성남시청에서의 강연이 끝난 후 어느 사진작가가 찍어준 사진.

빅뱅은 의외로 대구로부터였다. 과묵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도시에서 오히려 디베이트에 대한 간절한 니드가 나타났다. 수능시험을 잘 치른 학생들이 면접에서 입을 닫아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다른 지방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이유’로 말하기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디베이트에 대한 진면목을 알게된 이후, ‘말하기’ 정도가 아니라 ‘공부의 혁명’이라는 호응을 해왔다.

대구는 지금 디베이트 활화산이다. 이미 관내 500개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들에 대한 디베이트 브리핑을 모두 마쳤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 보고된 대구교육청의 문건 제목이 <디베이트 중심도시 대구 육성방안>이었다. 지금 대구는 1000명의 학부모들을 디베이트 코치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내년 1월에는 경북대에서 1600명의 선생님들을 디베이트 코치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 학부모 디베이트 코치 양성과정 1000명 중 1차 200명 이론 강의 장면

대구발 디베이트 회오리는 이미 여러 지역을 거쳤다. 전주교육청, 김제교육청, 부산교육청, 경기교육청 등에서 관련 프로그램 도입을 결정했거나 과정 중에 있다. 아마 내년 초가 되면 한국 교육에 디베이트가 전면화될 전망이다.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정이었다. 하루 8시간씩 3일을 내리 강연을 하고 나니 ‘같이 밥먹자’는 소리도 귀챦아졌다. 강연과 집필 활동을 빼면 어디서든 공간을 찾아 잠을 잤다. 이번 12월에는 크리스마스에도 12월 31일에도 디베이트 연수가 있다.

그동안 돈은 얼마나 많이 벌었냐고 물어보지마라. 내 인생에서 늘 제일 난감한 질문. 나는 그런데 재주없다는 것 이미 알고, 포기하고 있다. 대신 일이나 충실히 하자고 하고 있다.

가슴아픈 일들이 있었다. 내 강좌를 마치자 마자 신문에 디베이트 코치 양성과정을 하겠다고 광고를 낸 사람들이 있었다. 내 강좌를 마치자 마자 (실은 그 이전부터의 계획으로 보이는데) 디베이트 단체를 만들어 장으로 취임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내가 만든 디베이트 센터라고 기자에게 말해 정정보도를 한 일도 있었다.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 사람들을 모아 -7이라고 표현한다. 나는 늘 내가 양성한 디베이트 코치 숫자를 기록해두는 편인데, 그 숫자 뒤에 -7이라고 쓴다. 그러니까 2011년 12월 9일 현재 한국에는 내가 양성한 990-7명의 디베이트 코치가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내게는 개인 시간이 없었다. 지난 1년 동안 체류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허물없다는 고등학교 친구들도 못만났다. 미국에서 그리운 얼굴들이 한국에 왔다간 것을 잘 알지만,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널리 양해바란다. 대신 이번만큼은 한국에 디베이트를 뿌리내리는 것으로 보답하려 한다. 성원을 바란다.

자전거를 타고 산악을 같이 누비던 철벅지가 기억난다. 아들 녀석과 같이 갔던 낚시도 그립다. 철마다 갖은 명목으로 놀러 다니던 83 친구들도 보고 싶다. LA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기라성같은 선후배님들도 보고 싶다. 하지만 잠깐 참는다.

한국에서의 내 활동 슬로건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들이

매주 모여 디베이트하는 그날까지!!"

 

ⓒ 아크로폴리스타임스(http://www.acropolis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쓰기
이름 비밀번호
제목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현재 0 byte/최대 400byte)
전체기사의견(12)
  멋져부러요 강국 2011-12-09 13:26:54
대단합니다. 이렇게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경훈 선배에게 큰 박수 보냅니다.
추천0 반대0
(198.XXX.XXX.13)
  땡규..강국 후배! 이경훈 2011-12-12 04:35:19
(나랑 닮은) ㅋㅋㅋ.
추천0 반대0
(1.XXX.XXX.142)
  제가 형님 친구분들 만났죠^^ 김종윤 2011-12-09 05:55:09
이학주, 장성광 선배님을 만났죠, 형님하고 같은 반들이셨다구...
아마 12월 15일에 또 만날것 같습니다.^^
추천0 반대0
(220.XXX.XXX.147)
  그래...내 대신... 이경훈 2011-12-12 04:35:55
사회 생활 좀 해주라....
추천0 반대0
(1.XXX.XXX.142)
  경훈이랑 남부능선에서 나란히 잔차타는 그 날을 위해... 철벅지 조교 2011-12-08 22:36:27
난 철벅지의 페달을 쉬지 않고 돌리마. ㅋㅋ...
세상은 꿈꾸는 자의 몫이라고 누가 그랬는가? 경훈이의 꿈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교육의 현장이 새롭게 꿈틀대고 있슴을 보니 가슴 뿌듯하고 너와 같은 친구를 둔 것이 자랑스럽고 기뿌다...^^
이 정도면 곧 남부능선서 함께 페달돌리는 날이 금방 오것네...^^ 건강 잘 챙기구...
추천0 반대0
(71.XXX.XXX.33)
  ㅋㅋㅋ 이경훈 2011-12-12 04:36:30
나도 열심히 다리 연습하고 기다리고 있다.....
추천0 반대0
(1.XXX.XXX.142)
  열강을 마친후의 패기찬 모습과 열띠게 수강하는 참석자들의모습에서! 김석두 2011-12-08 21:58:15
두사진을 보며 이경훈 후배님의 답장을 읽고 뜨거운 감동을 받았습니다.한국의 초증고학교교육의 대혁신이 일어날수있으리라 확신합니다.이곳 미주한인 2세들에게도 그바람이 불어올날을 기대해봅니다.축하와박수를 보냅니다
추천0 반대0
(68.XXX.XXX.38)
  감사합니다. 이경훈 2011-12-12 04:37:14
선배님 댓글이 더 감동을 주시네요^^
추천0 반대0
(1.XXX.XXX.142)
  훌륭합니다. 더구나 과묵한 사람들 모인 대구에서 회오리가 먼저 일어나도록 만드시다니. 변변 2011-12-08 19:59:28
가히 5천년 한국사에 혁명적인 사건을 몰고오셨습니다. 제가 처음 미국의 로스쿨에 들어가서 충격을 받았던 것이 학생 하나하나가 논리의 달인이었던 것입니다. 한국 학생들도 많이 알지만 이를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어서 길러야겠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이제 이 동문을 통해서 이런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는군요. 미국의 한인 2세들도 어서 이런 훈련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추천0 반대0
(75.XXX.XXX.166)
  감사합니다. 이경훈 2011-12-12 04:38:09
좋은 글 보내주셔서 많은 분들이 용기를 얻을 수있을 듯합니다.
추천0 반대0
(1.XXX.XXX.142)
  멋져요~ 이종호 2011-12-08 16:47:07
선한 뜻을 세우고 분골쇄신 최선을 다하고...노력한 만큼 성과도 나타나고...얼마나 신나는 일일까요. 뜨거운 성원을 보내며 건투를 빕니다. 대한민국 교육 개혁 그날 까지. 홧팅!
추천0 반대0
(66.XXX.XXX.134)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경훈 2011-12-12 04:38:37
빨리 LA로 돌아가 알현하겠습니다.^^
추천0 반대0
(1.XXX.XXX.142)
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3600 Wilshire Blvd., #1214 LA, CA, 90010, USA|Tel 1-818-744-100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훈
Copyright since 2009 by The Acropolis Tim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itor@acropolis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