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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대물림 고착시키는 대학등록금
[논단] 졸업하자마자 빚더미에 앉을 후세대를 걱정하며
2011년 09월 26일 (월) 15:38:53 임유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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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논쟁으로 한국이 들썩이고 있다는 보도를 접할 때도 솔직히 남의 나라 일처럼 그리 피부에 와 닿지 않았었다. 큰 아이가 대학 가려면 아직도 2년은 족히 남았기 때문에 현실감이 떨어진 탓이 컸지만, 한국과 달리 가정 형편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벌이가 시원치 않은 나 같은 경우는 잘하면(영주권만 받으면) 거저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한 몫 했다.

그런데 돌아 가는 폼새가 생각만큼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니 온통 등록금 인상 타령이다. 마침 학자금 대출에 대한 연체 비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는 기사가 클로즈 업 된다. 목 빠지게 기다리는 영주권마저 갈 길 바쁜 내 뒷덜미를 쉬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어느새, 큰 딸아이는 11학년이 되어 있다. 막연한 걱정이 구체적인 고민거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대학 학비 보조금 관련 웹사이트인 '핀 에이드'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미국 대학 졸업생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려 쓴 학자금 총액이 913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미국 국민들이 신용카드로 결제한 총 금액 보다 많은 액수란다. 지난 1993년의 경우 전체 대학생들 가운데 절반 미만이 학자금을 대출받았으나,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에는 대학 재학생중 3분의2가 학자금을 대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기사에도 눈길이 간다.

미국 중산층의 붕괴 탓에 가족으로부터의 지원액이 줄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학으로의 기부나 후원이 줄어 대학의 장학금 지급 규모가 준 탓일 수도 있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주 정부와 연방정부의 지원이 줄어 등록금을 큰 폭으로 인상한 탓도 있을 게고… 아무튼 일부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규모가 올해 안에 1조 달러를 육박하거나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니, 그 심각성은 점점 도를 더해 가는 양상이다.

중산층의 고통이 제일 심각한 듯 보인다. 어렵기로 따진다면 먹고 입고 자는 일 조차 버거운 팍팍한 서민들의 삶에 비견될 수 있겠는가 만은, 미국은 재정 상황을 기준으로(Need Base) 학비를 지원한다고 하니 소득이 낮은 가정의 학생은 거의 등록금을 내지 않을 테고 따라서 학비 하나만 놓고 본다면 중산층이 가장 힘겨울 것 같다는 듯이다. 사실 중산층을 정의 내리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어떤 통계를 보니 4인 가족 기준으로 연 6만 불에서 14만 불까지 넓게 잡은 경우도 있는 것 같고, 그냥 통념상 10만 불을 경계선으로 삼기도 하는 것 같다. 그 사회 경제학적 함의와 기준 그리고 차이에 대해서까지 세세하게 알 길은 없지만, 학자금 지원이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대략 4인 가족 기준으로 연 8만 불이 ‘중산층의 경계선’인 듯 보인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이 결국은 가난의 대물림 장치가 되는 것은 아닌가.

오죽했으면 대학생(혹은 예비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특히 개인 사업자들이)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한 비밀일 정도이겠는가. 아무튼 10만불 전후의 소득을 올린 중산층은 학자금 지원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성적에 따른 장학금을 받지 않는다면 무상 지원(grants) 규모는 매우 작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본인 부담금 혹은 대출(이자를 더 많이 내야 하는 non subsidized loan)에 더 많이 의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중산층의 몰골이 최근 들어 말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택시장의 붕괴로 그나마 갖고 있던 주택은 깡통주택으로 전락했고(자산의 감소), 급여가 줄거나 동결되는 것이야 일상이지만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 갈수록 버거운데(소득의 감소), 등록금까지 천정부지로 오르니 아이들 학비를 지원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일 것이다. 중산층도 아니고 그리 될 만한 가능성도 없는 무(?)소득자 주제지만, 그래서 남 걱정이 한심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걱정이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라도 알아줘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정부 부채 한도를 2조 1000억 달러 증액하는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미국이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정작 미국 경제는 이로 인해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미국 경제의 침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바로 대학을 갓 졸업한 졸업생들이다. 일자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없어지고 그나마 남은 일자리는 인생의 선배(?)들이 꿰차고 있으니 비비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새로운 일자리라도 자꾸 만들어져야 어떻게 희망이라도 가져볼 텐데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젊다는 것이 죄인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딱할 노릇이다. 미국에서 학생을 제외한 16세에서 24세 사이의 청년 가운데 절반이 넘는 숫자가 실업상태에 있고, 이들 중 어렵게 직장을 잡은 사람들도 봉급은 예전만 못한 실정이어서 지난해에는 대학을 졸업한 졸업생들의 첫 연봉이 평균 2만7000달러로 예년에 비해 약 10% 가량 낮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하거나 수입이 적은 직장을 얻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미국 대학생들이 졸업하자마자 빚더미에 올라 앉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대학 학자금 대출 상환 때문이라고 한다. 뭘 벌어야 갚을 텐데 아예 진입이 봉쇄돼 버렸으니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상황에 빚 상환은 아예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다.

이래 저래 사회 첫 출발부터 빚과 싸워야 하는 젊은이들이 안타깝다. 자칫하다간 내 자식의 미래도 저들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나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싶다. 물려줄 것 하나 없는 한심한 부모지만 그렇다고 빚까지 안겨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1978년 이래 미국 대학 등록금은 900% 이상 인상되었다. 대학 졸업생 중 약 2/3가 학자금 대출 빚(일인당 평균 2만 4천 불)을 안고 졸업한다는 통계도 있다. 미국의 대학생 수는 대략 1800여 만 명 정도로 미국 전역에 있는 5000여 대학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공립대학 평균 등록금이 1년에 1만6000불이고(기숙사비 포함), 사립대학은 평균 3만7000불이라는 통계도 있다지만 –그 돈을 내고 학교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 도무지 신뢰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주립대학은 3만불, 사립대학은 5만 불로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이렇다 보니 비싼 대학 졸업장을 얻기 위해 4년 동안 무려 20만 불 이상의 돈을 들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그마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인 셈이다.

그런데도 미국 대학 전체 졸업생 중 1/3 가량이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직장에서 직장생활을 마친다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그 예로 든 통계가 서글프다. 미국의 주차장 요원의 학력을 조사해 봤더니 2만 명 가량이 대학졸업장을 갖고 있고,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 중 30만 명 가량이 대학졸업장 소유자란다.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학문적(대학에서 배우는) 전문성을 요하는 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노동 자체를 폄하할 생각은 결코 없다- 최소한 4년간 정치학을 공부하거나 경제학 혹은 공학적 지식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만은 확고하다.

상식과 매너 그리고 산수(?)만 잘하면 될 듯싶은 Cashier(계산원) 직에 종사하고 있는 대학 졸업자 수가 4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러한 직종에 종사하기 위해서 작게는 몇 만 불에서 많게는 20만 불을 들여 대학에 다닐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무엇을 배우고, 평생을 살면서 가져야 하는 것은 지식과 기술이 아닌 인문적 소양이라는 점, 따라서 대학 교육을 밥 벌어 먹고 사는 직업과 연결 짓는 것이야말로 천민적 발상이라고 비난한 들, 나의 생각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곱지 않은 시선은 학생과 학부모에 향해 있지 않다.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을 것 같은 곳에서 평생 일하고 싶다면 단연코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보다는, 대학 졸업자에게 필요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위정자의 무능에 분노하는 것이고, 대학 가지 않고서도 좋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급여 수준이 됐든 승진의 기회에 있어서든)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정글적’ 사회 제도에 절망한다는 뜻이다.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가 고등 교육이라 믿고 살았는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불평등이 해소되기는커녕 점점 심화되거나 고착화 되는 것 같아 많이 우울하다. 정녕 가난은 대물림 되는 것인가, 답답하고 아프다.

임유<경영 83,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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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8)
  그랜트 많이 받으려면 장부정리 잘해야 된다는데... 박원득 2011-09-27 15:54:15
미국 대학 학비 참 비싸죠. OECD국가중 1등이라네요. 아무리 가난해도 본인 부담액(융자금 포함)이라는 것이 있고 부자라고 해도 소정의 그랜트가 있으니 그 기준이 참... 알쏭달쏭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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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126)
  효과있는 장학제도와 양민 2011-09-26 16:29:04
대학의 변화등 한국교육에 산적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문제해결을 선도할 의식의 변화가 언제나 올 것인지 암담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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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15)
  대학은 취직을 위한 훈련장 이상희 2011-09-26 12:39:38
대학은 취직을 위한 훈련장, 기술 습득장으로서의 기능이 가장 중요한지 궁금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많은 '과'들은 문을 닫아야합니다. 필요 없는 공부 시키느라고 젊은 학생들의 피 땀 묻은 돈과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비꼬는 거 아닙니다.) 대학은 지적인 시민을 길러내는 곳이라고 저는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아까운 인력을 낭비하는 생각은 아닌지 계속 고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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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XXX.XXX.38)
  공감...그래서 우울함. 김성수 2011-09-26 11:04:32
가끔 자식이 하나밖에 없어 아쉽다는 생각도 하는데...이런 문제를 생각해보면, 하나도 제대로 키우기 힘든 세상이 아닌가 싶어요. 하나여서 그나마 다행이란 씁쓸한 생각이 드네요.
추천1 반대0
(75.XXX.XXX.167)
  총체적인 문제 이충섭 2011-09-26 08:27:59
존재하지도 않는 일자리를 위해 모두 박터지게 대학가고
공부하게 만드는 이상한 교육 시스템, 사회 시스템... 이라더니 사실이네요.
유럽 어느 나라처럼 모두 대학갈 필요가 없는 사회, 가게 된 대학은 무료...
가 되면 좋겠습니다. 지금같은 상황에서야 수지맞는 장사인 대학교육을
그들이 개혁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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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225)
  미국의 현실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글이 아쉽던 차에 반갑게 잘 읽었습니다. 변변 2011-09-26 06:16:03
한국에는 자녀가 대학원 심지어는 시집을 가는 순간까지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가 아직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자녀들이 고등학교만 들어가도 심리적 경제적으로 독립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1990 년에도 제 주위의 미국인 학생들은 90% 이상이 융자금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에 놀랐습니다. 반면 한국서 유학온 친구들은 향토장학금 혹은 장학금이 대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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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XXX.XXX.180)
  구구절절 사태를 적확히 파악하여 말씀 주셨습니다!! 심흥근 2011-09-26 03:14:21
한인들, 이민자들, 미국시민들, 그 누가 되었든지,한국이든 미국이든,고향과 타향의 경계가 허물어진 이시대,,, 미국의 명문대를 나와서도 에어컨도 나오는둥 마는둥 허름하고 비좁은 사무실에 겨우 팟타임으로 일하는 딸들도 있겠고,한국으로 영어교사로 철새처럼 오가는 신혼부부도 있겠고,커뮤니티 컬리지 팟타임 조교모집에 몇백대 일의 경쟁율에 박사들 마다하지 않는 현실, 비상금 단돈 천불이 없는 대다수 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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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82)
  그렇지 않아도 없는 부모로서 걱정이 필자와 비슷했는데 이원영 2011-09-25 22:49:24
이 글을 읽으니 더욱더 피부에 와 닿는군요. 물려줄 건 없어도 빚은 지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하는 필자의 걱정을 읽으면서 많은 중산층의 고민을 읽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출산율 세계 최저라고 걱정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라 판을 다 읽고 애 낳아봤자 장래가 뻔하다, 판단하고 가장 먼저 실천했기 때문 아닌가 싶네요. 필자만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점만으로도 그리 외로워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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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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