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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책은 '비계 덩어리'에 불과한가
[경제 에세이] 애써 살려놨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내팽겨쳐
2010년 12월 13일 (월) 15:06:20 최운화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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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의 점령지가 된 도시에서 탈출하려는 집단이 한 마차에 같이 타게 되었다. 그 중에 창녀가 끼어있었는데 지체높은 다른 사람들은 같은 마차에 그런 여자가 있다는 것을 매우 기분 나빠했다.

긴 여행 중에 배가 고파졌고 유일하게 음식을 가져온 창녀가 음식을 나누어주자 그 동안 기분 나빠했던 일행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창녀에게 다가가 음식을 받아먹고 같은 인간으로 '대접'을 해준다.

그러다 목적지 중간쯤에서 마차는 저지를 당했고 적군의 장교가 창녀와의 하룻밤을 자는 것을 통과조건으로 내세웠는데 창녀는 아무리 비천한 자신이라도 적군에게 몸을 팔 수 없다고 버티면서 일행의 통과여부는 난항에 부딪친다.

통과를 원하는 일행은 온갖 감언이설로 집요하게 창녀를 설득해 그녀는 결국 적군의 장교에게 몸을 허락하고 마차는 통과허가를 받아낸다. 그러나 정작 통과허가를 얻고나자 일행은 창녀를 더러운 여자라고 다시 무시하고 멸시한다.

프랑스의 문호 모파상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비계 덩어리'라는 소설의 줄거리다. 인간의 이중성과 극도의 위선을 날카롭게 지적한 내용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미국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때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고강도의 구제정책을 실시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졌고 내용적으로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소요되었다. 여기에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많은 국민들은 경제파탄과 전쟁의 아수라장을 수습해 다시 건강한 미국을 만들기를 기대했다.

그 때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제는 서브프라임으로 상징되는 거품과 그 붕괴의 원인으로 통제되지 않은 금융계의 탐욕이 지목되었고 새로운 시대는 절제와 근면과 남과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기초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득권으로 경쟁력을 마비시킨 3대 자동차 회사의 노조가 개혁되었고 금융계의 지나친 인센티브도 제한되었다. 1년 반 이상이 걸린 금융개혁의 틀도 마침내 이루어졌다. 금융개혁의 명분은 문제의 원인이었던 대형은행들을 국가경제에 대한 파장을 고려해 구해주면서 나타난 도덕적 해이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어느 정도 경제가 숨을 돌리게되면서 대형은행들은 금융개혁안이 금융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외치고 있다. 나아가 금융개혁을 포함한 여러 경제개혁안들이 대부분 자유시장경제에 역행한다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할 점은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은 지난 2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 부동산 거품의 후유증이고 그 상처는 너무 깊어 단기간에 누가 와도 해결하기 힘들다는 사실이다. 잘사는 사람을 더 잘살게 하면 사회전체가 다 잘산다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어마어마한 거품을 만들어 내고 그 힘에 못이겨 무너지고 말았다.

그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는 이런 고통을 만들지 않도록 제도적 개혁을 하자는 것인데 사회의 파장을 고려해 살려준 대형금융기관과 기득권층은 반기업적 발상이라고 몰아붙였고 대공황과 같은 금융계 파탄을 방지한 금융 구제안은 무책임한 정책으로 폄하된다.

그리고 개혁을 주도한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참패를 했고 지금의 경제문제는 마치 모두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의 실책인 것으로 밀리고 말았다.

창녀라고 비하하면서 필요할 때는 인간대우를 해주다 목적달성 후 다시 무시하는 위선을 보여준 소설 '비계 덩어리'가 도탄에 빠진 경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개혁세력이 이번 중간선거로 무너진 상황과 비슷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중앙일보 칼럼>

최운화<커먼웰스 비즈니스 뱅크 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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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8)
  한국에도 비슷한 일이 있지 않았나요 최강국 2010-12-16 21:51:52
IMF국가 부도 사태를 놀랄만큼 빠르게 극복하고 외환보유고를 두둑히 늘려 놓았더니
잃어버린 10년 취급을 받았죠. 이제 그 10년과 반대로 가고 있기는 합니다.
오바마의 실책은 헬쓰케어에서 너무 진을 빼 버린데 있다고 봅니다.
그 괴물과 싸울 힘을 아껴 경기부양에 집중했으면 했는데요.
백악관에서 기자 불러놓고 클린턴의 지원사격을 받아야 할만큼 몰리는 걸 보니
안쓰럽기까지 하던데. 그래도 잘하길 응원합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245)
  아주 적절한 표현입니다 최응환 2010-12-13 23:32:56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근데 창녀는 누구인가요? 1. 오바마 2. 민주당 3. 국민 4. 희생정신?
추천0 반대0
(211.XXX.XXX.254)
  아무래도 3번 엉겅퀴충섭 2010-12-14 11:46:06
둘 사이의 공통점이라면.. 순박하다, 지체높은 분들을 먹여 살린다, 몸을 판다, 선거 또는 적과의 동침 끝나면 똥치는 막대 취급당한다, 그래도 결국 표 (몸과 맘) 를 또 준다, 늘 슬프다. 참고로, 민주당과 오바마는 '달래는' 역, 공화당은 '달라는' 역.. (말장난이 이리 씁쓸해서야...ㅠㅠ)
추천1 반대0
(99.XXX.XXX.225)
  2011년의 경제 전망 피터 장 2010-12-13 21:46:18
도 특권층의 위선으로 인하여 그리 밝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처럼 2011년에도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습니다.
추천0 반대0
(99.XXX.XXX.188)
  문제는 창녀 엉겅퀴충섭 2010-12-13 09:44:47
지체높은 마을 사람들 (대형은행, 자본가, 기득권층) 에게 비계 아닌 것을 기대한다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만큼, 음식을 나누거나 적군 장교로부터 마차를 구하는 '순박한' 천사의 행위를 한 것은... 그야말로 돼지에게 진주를 준 것이나 마찬가지의 어리석은 행위라고 봅니다. 전쟁과 탐욕으로 경제를 망가뜨려도 중간쯤 가서 또 표를 주는 어리석은 중생들, 누가 구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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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225)
  마차에서 몸을 날려 양민 2010-12-13 13:52:10
사람들을 구하고 나중에 욕먹는 창녀의 모습이
애국충정으로 투표하여 정치인들 뽑아놓고 뒤통수 맞는 가엾은 국민들같다는 말이

말 돼네요...
그런 가엾은 창녀의 모습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러게
착한 것, 순종하는 것, 희생하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라니까요..
추천0 반대0
(99.XXX.XXX.39)
  경제는 모르지만 양민 2010-12-12 23:52:41
최운화님의 비유는 정말 알아 듣기쉬운 적절한 비유로군요...
사람은 정말 부화뇌동 잘하고, 조삼모사에 넘어가고, 진정한 해결책보다는 책임지울 핑계와 말초적인 선동에 쉽게 너머가는 나약한 존재군요.
어떻게 해야 난국을 헤쳐갈 지혜를 얻게 될까요...
추천0 반대0
(75.XXX.XXX.148)
  정말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가요 이원영 2010-12-12 22:33:12
위 글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사정이 조금만 좋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뻔뻔해지고 어려웠던 시절의 초심을 잃어버리는 사람들, 그러고 보니 우리들의 잠재 속에도 그런 모습이 있지 않나 생각되는군요. 그래서 항상 초심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교만해지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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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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