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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라임티를 만들며...
설탕을 충분히 넣어야...나름 독특한 향이 일품
2010년 11월 20일 (토) 00:39:17 이경훈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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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집에 라임나무가 있다. 별 생각없이 보다 얼마전 주변에 혹시 라임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용도가 있는지 물었다. 내가 아는 한 라임은 월남국수 먹을 때, 아이스워터에 끼워넣을 때, 맥주 마실 때에만 쓴다. 대부분의 답변이 술과 관련된 것이었다. 레몬이나 라임이나 거기가 거기 같은데…해서 내가 "레몬티도 있는데...라임티를 만들어보자"고 나섰다.

우선 잘 익은 라임을 따다가 물로 깨끗이 씻고, 식초 떨어뜨린 물에 잠시 두었다가 다시 물로 씻고, 상처가 난 부분은 제거하고, 딱딱한 부분도 떼고...그 다음에 김치 사먹고 난 통을 깨끗이 씻은 후 거기에 백설탕과 함께 라임을 잘게 Slice로 썰어 두었다. 그러니까 레몬티 만들 때와 같은 공정.

처음 만드는 분을 위해 힌트를 드리자면, 설탕을 좀 많이 넣어야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절이지는 말고. 그래야 라임의 진한 향이 중화되면서 깔끔한 맛을 내는 것같다.

그리고는 그늘에 2-3일 둔다. 그 다음에 드셔도 되고, 1주일 뒤에 드셔도 되고...한달 뒤에 드셔도 되고. 내 계산으로는 적어도 10일 정도는 지나야 삼투압 현상으로 라임의 진액이 다 빠져나오는 것같다.

   
익어가고 있는 레몬티, 라임티. 왼쪽에 거의 비어있는 것은 선물했거나 마셔버린 것. 사진 찍으려니 아들 녀석이 달려와서 같이 찍었다.

이렇게 해서 라임티를 만들어 먹어봤다. 가슴이 떨렸다. 내가 아는 한, 인류 최초의 시도(?)가 아닌가? 주변에서 들어본 일이 없으니. 긴장하면서 마셔봤더니, 레몬티와 비슷했다. 물론 라임 특유의 향이 있긴 했지만. 해서 라임도 이제 티를 만들어 마신다. 여러번 마시니 그 나름 맛이 느껴진다. 향긋하다.

며칠 전에 초대해준 집에 가져갈 것이 없어서, 작은 김치통에 라임티를 하나 담아 선물했다. 어제는 누구를 만나는데 손이 쓸쓸해서 역시 또 선물. 받은 사람마다 아주 좋아들한다. 무공해, 유기농, 수제 라임티가 아닌가? 여름 내내 그 강렬했던 캘리포니아 햇빛을 빨아들여 만든 그 열매. 그 열매로 만든 티가 아닌가? 작년까지는 왜 그냥 버렸는지 몰라...

II.

집에 과실 나무가 세그루 있다. 라임나무, 레몬나무, 사과나무.

사과나무는 올해 처음 열매가 하나 열렸으니 제외하고, 그럼 우리 집에는 라임나무와 레몬나무가 과일을 생산하는 나무가 된다. 그런데 고작 두그루인 과실 나무에서 생산되는 과실이 장난이 아니다. 

신경을 쓰지 않아 나무 밑에 떨어져 터진 과일들이 여기저기 있었다. 가끔은 아들 녀석 친구 아버님(이 분은 일식집을 한다)이 오셔서 두어 바구니 수확해서 가시는데 그래도 남는다. 이번 가을 꽤 많은 레몬티와 라임티를 만들었는데, 아직도 나무에는 주렁주렁하다.

내 이야기는 이거다. 나무 한두 그루면 한 가족이 충분히 수확의 즐거움을 느끼며 과일을 딸 수 있다는 거다. 마켓에 가면 더 깨끗하게 생산된 과일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성장과정을 죽 기켜본, 내 마당에서 큰, 내 손을 딴 과일과 어찌 비교를 할까.

   
2년 전에 심은 사과나무. 그동안 혹시 죽지나 않을까 걱정할 정도로 비리비리하게 컸는데, 올해 첫 열매를 하나 맺었다. 딱 하나 열린 것이다. 이번 주말에 딸아이 오면 같이 나눠먹기로 했다.

어느 신문에선가 지리산 자락에 사는 분 이야기를 읽었다. 겨우 5평 남짓 텃밭을 만들어 무우와 배추를 재배했는데, 가족이 겨울김장을 충분히 할 양을 생산했다는 것이다. 이걸 어찌 돈으로 계산할까. 그 성장 과정을 지켜본 뿌듯함, 가족끼리 수확하는 그 즐거움. 게다가 100% 유기농 아닌가.

이러한 즐거움. 큰 여유가 있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이 즐거움들이 우리 주변에서는 없어져 버렸다. 한국 서울의 아파트촌을 떠올려보자. 거기에 사는 아이들은 이런 즐거움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비용 절감을 위해 햄버거집은 필요한 패티를 저 먼 곳에서 생산해서, 위생을 위해 냉동한 다음, 다시 멀고 먼 거리를 트럭으로 운전해서 가져온다. 그 패티를 끼운 햄버거를 우리에게 판다. 효울상, 수익상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를 위해 우리가 지불한 것이 너무 크지 않은가? 그 트럭이 왔다갔다하면서 뿜은 매연과 그 트럭을 움직이기 위해 쓴 석유도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집마다 10평 정도의 여유만 있다면 (한국분들이 읽으면 너무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여기에 대추나무나 감나무나 사과나무같은 것이 한두 그루 있어 가을이면 열매를 수확하고, 옆의 노는 땅을 갈아 집에서 필요한 간단한 아채를 생산해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신선도, 신뢰도, 즐거움, 보람, 충만함...

요즘 라임티를 만들면서 떠올린 단상이다. 효율과 수익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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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6)
  ㅋㅋ 인류 최초의 라임티 2010-11-20 18:18:37
기네스북에 등재하세요^^
감나무도 한번 심어보세요. 양민님 뒷마당 감나무에서 따 먹은 단감맛, 잊을수가 없습니다.
추천0 반대0
(75.XXX.XXX.16)
  무언가 자신의 손으로 키워본다는 것 만들어본다는 것 변변 2010-11-19 12:55:42
해본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희열이 그 속에 있습니다. 보기 좋습니다. 계속 건승하세요.
추천0 반대0
(174.XXX.XXX.64)
  항상 모범적이십니다 김성수 2010-11-19 11:34:06
부럽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교육. 잘 배우고 갑니다. 그런데 설탕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면...성인병에는 안좋은거죠?
추천0 반대0
(75.XXX.XXX.87)
  저도 실은 그게 궁금했는데...설탕을 많이 넣었는데도... 이경훈 2010-11-19 12:01:10
달지 않더라구요...왜 일까..건강에 않좋다는 백설탕을 넣는데도...발효과정에서 어떻게 되는 것인지...화학과 나오신 분 설명 좀 해주셨으면.....감사하겠습니다.
추천0 반대0
(69.XXX.XXX.201)
  상큼하네요 엉겅퀴 2010-11-19 10:43:52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감동을 혀끝 맛으로 되살리는 작업을 하셨군요.
생각난 김에 영어언해본을 공공도서관에 찜해놓았습니다.
아들놈에게 읽히고 싶어서.
"효율과 수익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 완전 동감입니다.
그것도 극소수 사람들의 효율과 수익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추천0 반대0
(99.XXX.XXX.225)
  이희재 작가가 그린 만화가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이경훈 2010-11-19 11:59:53
저는 한 20여권 사서 주변에 선물했었지요.
추천0 반대0
(69.XXX.XXX.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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