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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ing a sister...
이경훈의 글로벌 에듀 칼럼
2010년 10월 07일 (목) 07:07:34 이경훈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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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이 7학년이 된 올 가을 9월. 아들 녀석이랑 한판 했습니다.

아들 녀석은 또래의 다른 남자아이들에 비해서는 책을 가까이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편식이 문제였습니다. 판타지 소설만을 즐겨 읽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4학년 이상이 되면 이제부터 세상 돌아가는 것에도 관심을 쏟아야한다’고 믿고 있던 제게 여간 걱정거리가 아니었습니다. 해서 하루는, 아들 녀석의  CST 성적에 기초한 독서 레벨에 따라 권장 도서 목록을 뽑아 아들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아들 녀석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슬슬 사춘기에 들어서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들 녀석은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결국엔 아빠 의견을 관철시킬텐데, 이런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내 또래 친구들 보면 그래도 나는 책을 읽는 편이다.”, “내가 좀 하는대로 내버려둬달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중에는 감정이 고조되었는지 눈가에 이슬방울도 비쳤습니다.

그 이슬방울에 제가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해서 상황을 정리하는 카드로 “누나의 조언을 들어보자.”고 했습니다. 아들 녀석도 좋다고 했습니다.

이게 부끄러운 이야기인지, 좋은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아들 녀석에게는 제 말보다 누나의 말이 더 설득력있습니다. 대개 사춘기 남자아이들이 누나를 곯려먹거나 누나 알기를 뭐로 보는데, 우리 집은 반대입니다. 누나 말에 동생이 꼼짝을 못합니다. 실은 저도 딸아이 말에 꼼짝을 못하는 편이니, 우리 집 남자들이 좀 그렇습니다.

하여간 멀리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했습니다. ‘아빠가 바쁜 중에도 신경을 써서 자료를 찾았는데, 쳐다도 안보더라’고 불평을 했습니다. 그런데 딸아이 대답은 달랐습니다. “아빠, 내 주변의 남자아이들, 책들 많이 안 읽더라. 동생은 그래도 책 좀 열어보는 편이야. 우선은 그냥 놔둬. 차차 바뀌겠지.”

이렇게까지 들으니 제가 맥이 풀렸습니다.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아들 녀석과 딸아이의 연합전선에 제가 진 것입니다.

그리고는 이주일인가 지났습니다. 아들 녀석에게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누나가 보낸 것입니다. 누나의 편지에는 ‘내가 해리포터 소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것이다, 그 소설에 보면 이런 어렵고 재미있는 단어들이 등장하더라, 작가들이 이런 단어들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을 보면 너무 신기하지 않니?, 책에는 정말로 다양한 표현과 내용들이 들어있는 것같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책을 좀 다양히 읽어야하지 않겠니?’하는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아들 녀석은 꽤나 진지하게 그 편지를 읽어내려갔습니다.

사실 이러한 누나의 동생에 대한 ‘편지 지도’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들 녀석이 5학년 때 3주짜리 여름 캠프에 갔을 때입니다. 누나로서도 조금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자기도 10학년으로서 여름 캠프에 있었는데, 거기서 동생 여름 캠프로 거의  2-3일에 한번씩 편지를 써서 보냈습니다. 편지의 내용이란 ‘캠프에 가면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데 당황하지 말아라, 새로운 친구들이랑 잘 친해져봐라, 내가 너 나이 때 캠프에 갔을 때는 이러저러한 사연이 있었다, 선생님들이랑도 사이 좋게 지내라…’는 것이었습니다.

편지도 대충 쓴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두 핸드라이팅으로 쓴 것인데, 어떤 편지에는 그림을 그려놓았습니다. 동생이 재미를 느끼도록 만평 비슷한 것도 그려두었습니다. 게다가 한번 쓰면 노트 페이지로 서너페이지씩 써서 보냈습니다.

아들 녀석을 찾으러 그 캠프  사이트에 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아들 녀석의 담당 RA가 아는 척을 하더군요. 거의 2-3일 마다 편지가 도착해서 그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도 화제였나 봅니다. RA는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했습니다. 누나에게서 잔뜩 온 편지 뭉치를 들고 있는 아들 녀석은 얼굴에 '특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사람 얼굴에서 나타나는' 자부심이 가득했습니다.

이때 뿐만이 아닙니다. 딸 아이는 이러저러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아들 녀석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아들 녀석도 받고만 있기는 뭐하니까 몇 통에 한번씩은 자기도 답장을 써서 보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제 마음은, 솔직히 말하면,  너무 기쁘고,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시켜도 못할 일인데, 이렇게 알아서 해주니 더 말할 나위가 없었지요. 앞으로 언젠가 부모가 세상을 뜨면 두 사람만 남을 터인데, 이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살면 떠나는 부모 마음도 안도가 되겠지요. 이렇게 동생과 관계를 맺어나가니, 동생이 아빠 말은 안들어도 누나 말은 들을려고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딸아이는 지금 12학년, 수험생입니다. 며칠전 딸아이가 조기입학 지원서를 내려는 학교의 동문과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1시간 20분을 이야기했다니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서로 다한 것이죠? 그런데 마지막 질문에서 딸아이가 멈칫했다고 합니다. 질문인즉슨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이었습니다. 딸아이는 ‘뭐라고 대답하지?’라고 잠깐 고민하다가 “Being a sister”라고 말문을 열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사춘기 남동생과 토닥거리지 않고, 서로 의지할 수있는 인격적 관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누나로서 자랑스럽다’는 요지였다고 합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그래, 그것도 맞는 이야기다’라고 했습니다.

수험생으로, 게다가 혼자서 대학 준비를 하느라 바쁠텐데, 이번에 또 동생을 걱정해서 동생의 독서 습관과 관련된 편지를 써서 보낸 것을 보니, 딸아이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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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8)
  부럽당... 김삿갓 2010-10-09 07:46:29
단란한 가족 모습에, 그리고 늘 대견한 그집 아들 딸들...부럽습니다~
추천0 반대0
(75.XXX.XXX.61)
  좋은 누나, 좋은 동생, 복받은 아빠 곽건용 2010-10-08 13:01:13
대학이라고 멀지도 않는 데 가 있으면서 제 동생에게 별로 전화하는 거 같지 않은 우리 큰 녀석이 생각나네요. 암만 남자와 여자 차이라곤 해도... 쩝
추천0 반대0
(76.XXX.XXX.76)
  무슨 말씀을 그리...... 양민 2010-10-09 12:18:07
아들 네미는 그게 효잡니다.
추천0 반대0
(99.XXX.XXX.88)
  복 받은 아빠 양민 2010-10-08 10:09:36
가장 큰 농사를 잘 지었으니 축복받은 농군입니다.
추천0 반대0
(99.XXX.XXX.88)
  딸 자랑 부럽당. 워낭 2010-10-07 14:29:45
난 요즘 9학년 된 딸아이가 아빠와 대화를 기피하는 바람에 속이 타고 있는데..애 키우는 거 정말 힘드네요. 케빈님 딸 정말 대단대단.
추천0 반대0
(66.XXX.XXX.123)
  훌륭한 누나를 둔 동생, 훌륭한 딸을 둔 아빠 변변 2010-10-07 13:57:22
참 자랑스러우시겠습니다. 저도 딸이 둘씩이나 있는데 이미 제가 콘트롤할 수 없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습니다. 더구나 속깊은 대화는 이제는 한국말로 할 수가 없으니 더 갑갑합니다. 둘이서 영어로 떠들어대고 있고 앞으로도 영어로 대화가 주종을 이룰 것이 뻔하니 앞으로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래도 언니가 동생을 위하는 사람이 되어준다면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훌륭한 따님을 두셔서 좋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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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XXX.XXX.162)
  가슴이 뭉클하고 강국 2010-10-06 17:13:21
또 눈물이 핑 돕니다.
경훈선배 참 복도 많으시지...
따님이 동생한테 한국말로 편지를 쓰나요, 영어로 쓰나요?
추천0 반대0
(198.XXX.XXX.13)
  딸 아이를 보니 엄마, 아빠도... 김성수 2010-10-06 15:14:11
얼마나 모범적이었을까 짐작이 갑니다. 부럽습니다. 나는 딸이 없으니 어떡하나...내가 아들에게 편지를 써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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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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