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 금 18:48
> 뉴스 > 전문가 코너
       
풍뎅이와 소나무에서 배우다
[최운화의 경제 읽기] 약육강식과 상생의 원리
2010년 09월 15일 (수) 12:20:13 최운화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최운화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클릭!  

최운화님의 중앙일보 LA 칼럼입니다. <편집자주>

* * * * *

밋밋해 보이는 산들 사이로 문득문득 암석 절벽이 솟아있는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은 해발 약 8500피트 높이에 자리하고 있다. 빙하가 깎아내린 U자형 계곡과 그 속을 채운 호수와 나무들 그리고 수목 한계선 위로 얌전히 깔려있는 풀과 꽃 가끔씩 한가로운 자태를 보여주는 사슴들이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이 그려내는 풍경이다.

또 대부분 폰데로사 파인이라는 침엽수가 가득찬 가운데 마치 화장을 한 듯 하얀색 줄기에 자그맣고 동그스런 이파리를 가진 아스펀 나무가 군데군데 동아리를 지고 있는 것도 이 국립공원의 특색이다.

폰데로사 소나무들이 낙엽처럼 갈색으로 변색된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띤다. 관광객들에겐 이것이 가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낭만적 분위기로 보이기도 하겠지만 정작 이것은 소나무 껍질에 서식하는 풍뎅이의 습격으로 말라 죽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근래에 겨울이 춥지 않다보니 풍뎅이 알이 그대로 살아남아 기승을 부리면서 말라죽는 소나무가 갑자기 많아졌다는 것이다.

죽어가는 소나무가 불쌍했던지 어느 관광객이 공원 관리자에게 질문을 한다. 이렇게 죽어가도록 방치하지 않고 풍뎅이를 관리하는 계획은 없느냐고.

항상 듣는 질문인 듯 관리자는 미소를 머금으며 답한다. 그냥 자연의 순환인데 인간이 끼어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소나무를 풍뎅이에서 구해주는 것은 인간 중심의 차별이라는 말이다.

자연에서는 풍뎅이도 소나무도 다 자기 자리가 있다. 누가 누구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은 누구를 위한 당위성이 아니라 그냥 더 적응을 잘하는 생명이 번식을 잘 한다는 현상을 표현한 것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살아왔다. 더 많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회를 꿈꿔왔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이렇게 돼야 하는데 아니면 이런 사람이 잘돼야 하는 데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 약육강식이다. 서브프라임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를 혼란과 고통에 빠뜨린 월가는 경기부양의 수혜자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자본주의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월가가 자리하고 있어 정치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을 가진 집단은 이런 상황에서도 더 벌 기회를 찾아다니고 있다. 고생하는 것은 없는 사람들이다. 억울해도 현실이다.

푸른 소나무가 풍뎅이에게 점령당해도 그것은 자연의 변화일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풍뎅이가 모든 소나무를 다 점령하고 나면 풍뎅이의 서식처도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그 서식처가 없어지면 풍뎅이도 터전을 잃을 것이다.

경제도 자연의 이치처럼 강자가 가장 큰 수혜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강자가 약자를 다 잠식하고 나면 어느 날 소나무가 다 없어지듯 경제 자체가 파탄에 빠져 강자도 약자도 모두가 다 패배자가 될 수 있다.

인간이 스스로의 운명을 어느 정도 결정하는 지혜로운 존재라면 미래를 보면서 함께 살아가려 하는 배려는 필요하다. 측은지심의 고차원만이 아니라 강자 스스로의 삶의 터전을 지킨다는 실질적 이익을 위해서도 그렇다.

죽어가는 소나무를 보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어려울 때 상생의 원리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가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리일까. 빚더미에 얽혀 버린 현재의 경제 문제를 타개하는 길은 그것 밖에 없어 보이기에 가져보는 바람이다.

ⓒ 아크로폴리스타임스(http://www.acropolis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쓰기
이름 비밀번호
제목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현재 0 byte/최대 400byte)
전체기사의견(4)
  생태계는 탐욕스럽고 영악하며 극히 이기적인 존재 auramon 2010-10-04 13:46:15
즉 우리네 인간을 싫어합니다. 우리의 잘 진화된 대뇌는 지능과 자유의지를 주었고 우리는 그 것들을 사용하여 과연 성공적으로 번성했습니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습니다. 동물들은 과식을 안하지만 인간은 배가 불러도 먹습니다. 생식의 필요 밖의 성적탐닉에 빠지며, 생존의 필요성 밖의 온갖 쾌락을 추구하며, 이 모든 것이 생태파괴적입니다. 자살할줄 아는 유일한 존재인 인간은 머지않아 자멸할 것 같습니다.
추천0 반대0
(131.XXX.XXX.219)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양민 2010-09-17 13:06:45
자연에도 있고, 경제에도 맞는 것 이군요.
추천0 반대0
(99.XXX.XXX.32)
  경제가 인간이고 인간이 자연이다 워낭 2010-09-17 12:09:10
는 말씀으로 읽힙니다. 자연없는 인간 없고, 인간 없는 경제 없듯. 그래서 세상엔 자연의 섭리에 버금가는 과학은 없는 것 같습니다.
추천0 반대0
(66.XXX.XXX.123)
  풍뎅이 vs 인간 엉겅퀴 2010-09-17 08:24:30
자화자찬만 보면 인간이 더 고등동물인 것 같다는 심증은 가지만,
인간이 자연환경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하는 짓 보면 정반대의 물증이 나옵니다. 답은 뭘까요?
ㄱ. 인간이 석유 중독에서 벗어나 재활치료 거쳐 평화적으로 에너지 교체 시기를 넘길 것이다?
ㄴ. 마지막 순간까지 별 대책 없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써버리고 에너지 공황을 폭력적으로 해결(?) 또는 그 과정에서 자멸한다?
최운화님의 심오한 글, 부럽습니다.
추천0 반대0
(99.XXX.XXX.225)
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3600 Wilshire Blvd., #1214 LA, CA, 90010, USA|Tel 1-818-744-100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훈
Copyright since 2009 by The Acropolis Tim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itor@acropolis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