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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걷는 길서 발견하는 세상은…
[이경훈의 글로벌 교육 칼럼] ‘그냥 걷기’를 읽고
2010년 07월 30일 (금) 13:35:13 이경훈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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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누군가 쓴 글에 대해 어쭙잖은 감상을 늘어놓는 것은 오히려 원작이 주는 느낌을 반감시킬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게티 박물관에 걸린 <붓꽃>을 보면서 그저 그 강렬한 느낌을 즐기면 될 뿐이지 아마추어 실력으로 감상문을 써봐야 원작에 누를 끼칠 뿐입니다. 그런 걱정이 듭니다.

어느 분의 추천으로 인터넷에 떠있는 <그냥 걷기>를 읽었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에 댓글을 단 어떤 분은 “아들 놈 질풍노도의 시기가 오면 읽어보라고 하고 둘이 함께 ‘그냥걷기’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고, 또 군대 가기 직전인 어떤 젊은이는 “거침없는 솔직함이 정말 가슴에 와닿습니다. 저라는 인간은 껍데기부터 속까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한테 배신만 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남겼습니다.

특히 이 이야기의 맨 마지막 편인 20-2편에는 1,500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 댓글을 읽는 것만 해도 눈물이 핑 돕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어느 곳에 “그동안 나는 독자의 기대를 염두에 두면 글을 써왔다고 말해왔는데, 그게 얼마나 포장한 것인지를 깨달았다”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자, 원작을 100%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궁금해 하시는 분을 위해 조금 설명을 드려야겠군요.
 
주인공 - 저는 이름을 모릅니다. 대구에 사는 23세 청년입니다. 대학생은 아니고, 직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런 청년이 어느 날 집을 나와 무작정 <그냥 걷기>를 합니다. 2009년 7월 31일의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통일전망대를 향해서 걸었습니다. 그러다 내친 김에 서울에도 갔다가 결국 전국일주를 하고 집에 돌아갑니다. 3개월 동안 말입니다.

이 외형만 보면 감동의 여지가 적습니다. 젊은 시절 무전여행 내지는 도보여행 같은 것에 한번 이끌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니 말입니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은 아마 그 주인공의 진정성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주인공은 비상금으로 5만원을 갖고 떠나지만 이를 쓰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밥은 주로 라면 뽀글이(라면 봉지 자체에 뜨거운 물을 넣어 먹는 방법)로 매 끼니를 해결하고, 노숙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주변의 도움에 대해서는 한없이 감사하면서도 외면하는 모습에 대해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도움을 받으면 조금이라도 갚으려고 애를 씁니다.

주인공은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소심하고 겁이 많습니다. 내세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본문에 보면 딱 한 장의 본인 사진이 나오는데 얼굴이 지워져있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심리를 조금도 숨기지 않고 표현합니다. 독자들은 여기게 말려들어갑니다. 그의 뜻하지 않은 행운에 같이 기뻐하고, 쉽지 않은 상황에 빠졌을 때 같이 가슴 아파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이야기에 한없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어쭙잖게 또 여기에 제 의견을 들이댑니다. 저는 이 주인공이 한국 지방도시의 직업 없는 젊은이인 점을 주목했습니다. 어렵게 표현하자면 신자유주의 시대에 가장 피해를 받는 유형입니다. 주인공 자체가 본인이 의식했던 안했건, 이 시대의 한 전형인 듯합니다.

이 상황에서 그는 맨 바닥에서 저항을 합니다. 조직을 결성하고 해방 이론을 만드는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튼튼한 자기 두 발, 누구도 뺏어갈 수 없는 자기 두 발을 이용해서 그저 걷습니다. 자전거도 아닙니다. 자동차 얻어 타기도 아닙니다. 샌들 하나 신고 <그냥 걷기>를 합니다. 이것만큼은 신자유주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자기 두발로 걷겠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주인공은 라면 살 돈이 떨어지면 일거리를 찾습니다. 누가 주변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쫓아가 ‘도와드릴 테니 1,000원만 달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외면하고, 어떤 사람은 불쌍하다는 눈초리로 그냥 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일을 시키고 1,000원을 주고, 어떤 사람은 일을 시키고 밥도 주고 돈도 줍니다. 주인공이 제일 기뻐할 때는 일을 하고 약속한 돈을 받고, 여기에 약간의 호의 - 여분의 돈이나 밥을 받을 때 입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약 2,000원이면 충분히 행복했던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것을 누가, 어떻게 막을 수가 있겠습니까?

이 이야기가 연재되자 대단한 반향이 일어납니다. 안동의 맘모스 제과라는 빵집은 어느 날 웹사이트에 방문자가 폭주하자 이유를 알아보니, 이 주인공이 이곳에서 빵을 원래 보다 싼 값에 샀던 사연을 적어놓자 이를 안동의 네티즌들이 뒤져 이 빵집을 찾아낸 것이었습니다. 짓궂은 네티즌들은 “그때 그 알바생 아가씨를 찾아가 데이트를 해라”고 댓글을 달아두기도 했습니다. 많은 출판사들이 댓글을 달아 "책을 낼 수 있도록 제발 연락을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냥 걷기> 원문에 올라 있는 주인공이 찍은 사진. (편집자 주)

하지만 결론은 비장합니다. 신데렐라 결론이 아닙니다. 3개월 뒤 주인공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갑니다. 이틀 동안 잠만 잡니다.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눈을 떠봐야 3개월 전과 같은 세상입니다. 이 주인공의 소극적인 심리도 여전합니다. 이 점이 더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근본에서 저항했건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세상도, 본인도.

이 글을 읽고 저 스스로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세상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PR이 아니라 진정성이라고…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방법은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작은 일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일… 바로 그 차원에서 세상에 접근하면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고 재미있는 곳… 이란 생각입니다.

저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젊은이지만 감사하고 싶습니다.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당신의 글은 문학가들이 쓴 글에 비해 덜 세련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글을 쓰는 당신의 솔직함에는 당해낼 사람이 없을 것 같습니다. 부디 그 솔직함이 통할 수 있는 좋은 일,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자기 꿈을 잘 키워나가시길 바랍니다. 3개월의 <그냥 걷기>가 당신의 앞날에 평생의 동력이 될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

*혹시 원작을 읽어보고 싶은 분은 http://gall.dcinside.com/list.php?id=hit&no=9405를 방문하세요.
    
글로벌 에듀뉴스 발행인 케빈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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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8)
  무작정 걷는 마음이 안스러운 이유 연진 2010-08-03 11:23:41
3개월뒤 돌아왔는데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는
일자리 없는 20대 젊은이로 넘쳐나는 한국의 현실이 무겁게 와닿습니다.
장기하, 라는 underground 가수가 일자리 없는 20대의 심리는 잘 묘사한
노래가 있었는데..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발바닥에는 끈쩍한 비닐장판이
쩍하고 소리를 내고 들러 붙고...이들의 허망함이 남얘기 같지 않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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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XXX.XXX.52)
  싸구려 커피, 한번 들어보세요 힘쎈나라 2010-08-04 23:13:18
장기하씨 곽선배님 후배입니다.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했다지요.
www.youtube.com/watch?v=vPDD5AHBP-8
왠지 응환님이 잘 소화하실 것 같은데요 (랩도 좀 나오고).
달이 차오른다도 한번 들어 보시죠. 은근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olowT4wr864&feature=related
추천0 반대0
(76.XXX.XXX.189)
  사실 인생은 양민 2010-08-01 10:55:14
"그냥 걷기" 인 것 같아요.
추천0 반대0
(75.XXX.XXX.134)
  한국인의 인심이 살아 있다 피터 장 2010-07-31 17:46:10
는 것을 충분히 확인해 주는 글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추천0 반대0
(99.XXX.XXX.115)
  그냥 2010-07-30 21:44:10
끊임없이 걷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말도 생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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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따라 걸어 가고 있습니다. 그를 통해 깊이 생각하게 되고 살아 있음을 느낌니다. 때로는 친구의 지나친 소심함이 나를 불안하게 하지만.
추천0 반대0
(68.XXX.XXX.29)
  햐..진짜 끌려 들어가는 글이네... 워낭 2010-07-30 10:41:29
물론 케빈님의 글이 그렇다는 것이고, 그가 추천한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글도 막막 끌려 들어가네..단숨에 2편까지 읽고..오늘은 금요일 업무 눈치보며 다 읽어야 겠당. 정말 케빈님이 반할 만한 진정성이 있는 글이네요.
추천0 반대0
(66.XXX.XXX.151)
  생각 많은 케빈님이 생각할 수 있는 워낭 2010-07-30 10:24:12
글을 발굴해주셨군요. 감사 꼭 읽어보겠습니다. 이런 좋은 글 많이 많이 알려주세요.
추천0 반대0
(66.XXX.XXX.151)
  땔감 이충섭 2010-07-30 09:13:39
그냥 걸으면서 빵 한 조각에 "그냥 행복해버리겠다"는 데에야,
정말 신자유주의건 나발 (국가발전?) 이건 간섭을 못 하겠네요.

신자유주의란 불꽃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불 속에 던져넣는
땔감 노릇은 이제 나도 그만 해야 할 텐데...
추천0 반대0
(99.XXX.XXX.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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