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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편집장의 김훈 인터뷰
2009년 05월 09일 (토) 06:00:49 이원영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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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훈
이종호가 멋지게 김훈을 소개했다. 나도 김훈에 반한 사람 중의 한명이다. 재작년에 김훈이 LA왔길래 문학 담당도 아니면서 내가 직접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맥주도 한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 때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문제작을 쏟아내며 한국 문단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김훈(61.올해나이)씨가 중앙일보 중앙방송, 미주문협, 미주시인협회 초청으로 문학 강연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미주 문인들과 문학 지망생, 그리고 팬 등 15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발했다.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한 요즈음 나의 생각’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을 지상중계한다.

글쓰는 사람의 사명은 인간의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움은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세상의 더러운 것과 악한 것 그 속에서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은 더러운 것을 함께 말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생명 시간 자연의 모습 언어 이런 것들이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간이란 참 신비한 것입니다. 시간들은 놀라운 모습으로 생명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언어로 포착할 것인가가 고민이고 관심입니다. 시간이 생명에 작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경이롭고 기가 막힌 일입니다. 음악도 미술도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엔 반성의 힘이 없습니다. 언어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불완전한 수단이지만 자신을 반성하는 사유의 기능이 있습니다.

언어는 불완전한 도구

그러나 언어는 참으로 불완전하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자연의 색깔을 말할 때 우리는 노랗다 파랗다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본질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개념화한 것입니다. 노랗다는 국어사전에 개나리꽃의 빛깔이라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처럼 언어는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하는 공허함이 있습니다. 언어의 가엾은 허점이라고 할까요.

이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노랗다 파랗다라는 개념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허점이 있습니다. 글쓰는 사람의 고민은 바로 아름다움을 불완전한 도구인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해 더 얘기해보겠습니다.

나는 한반도 북쪽끝에서 남쪽 끝까지 신석기 시대에 만들어졌던 빗살무늬토기에 주목합니다. 예외없이 모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75도 각도로 사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수직이나 수평 또는 45도였으면 그렇게 아름답지 못했을 것입니다. 거기엔 자유와 율동과 흔들림과 같은 아름다움이 배어 나옵니다.

나는 일산에 사는데 집 가까이 있는 여자 고등학교에 자주 들러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봅니다. 그들 수십명이 4~5초만에 웃음을 전파시키는 모습을 보며 꽃이 피는 느낌을 받습니다. 졸업식날엔 서로에게 립스틱을 발라주며 장엄한 의식을 행하더군요. 나는 이런 모습에서 거역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봅니다.

인라인 스케이팅을 타는 아이들을 봅니다. 그들은 수억년간 내려오던 인간의 직립보행을 미끄러지는 걸음으로 바꾼 아이들입니다. 그들의 뒷모습은 가볍고 경쾌합니다. 신바람이 보입니다. 그 인라인 바퀴를 바라볼 때 아름다움을 봅니다.

여고생 웃음의 미학

나는 날이 어두워 지면서 빛깔이 변해가는 저녁시간을 좋아합니다. 저녁이 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하루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 탄생과 성장과 소멸과 부활이 다 들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 그리고 새로움이란 것은 아름다움의 바탕입니다.

내가 흐르는 강물을 좋아하는 것도 시간의 흐름과 생명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름다움이 다 공짜로 주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나는 고려시대 몽고 강점기에 황룡사가 불타고 전국이 초토화되는 현실을 목도한 일연이 70세 나이에 산에 들어가 '삼국유사'를 써야 했던 그 처연한 마음을 생각합니다. 그는 황룡사의 불타는 모습을 쓰지 않고 황룡사를 만들 때의 꿈과 희망을 썼습니다. 처참한 학살에도 불구하고 무너질 수 없는 것은 우리 마음의 원형이었음을 웅변으로 말한 것이지요. 그때 악과 폭력에 맞서는 방식이었지요.

그러나 나의 시대에 글쓰기는 다릅니다. 악과 폭력의 실체에 더욱 가까이 가야 합니다. 내 작품은 대부분 악과 폭력이 깔려 있습니다.

영혼의 세계는 내 영역 밖

낭만주의처럼 희망에 기대지 않고 절망 그 자체를 그대로 통과하는 것입니다. 이순신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고 나는 '칼의 노래'를 쓴 것입니다.

앞으로 글쓰기의 주제는 그런 면에서 현대사회가 보여주는 악의 총체 즉 '약육강식'이 될 것입니다.

<김훈 강연회 안팎>

▷ 생리대 광고보고 여성심리 배워 - 사람들이 김씨의 단편 ‘언니의 폐경’에 동원된 여성의 심리 묘사를 궁금해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여자를 싫어한다고 했다. 잘 모른다고도 했다. 여성잡지를 수십권 사서 속옷•생리대•화장품 등의 광고에 밑줄을 치면서 ‘공부’했다. 부인이 옆에서 ‘당신 왜 그래?’하며 고개를 저었단다.
여고생들의 노는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껴 자주 여고에 들어갔다. 수위가 ‘누구냐?’ ‘왜 여학교에 어슬렁거리냐’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더란다. 그런 따가운 눈초리도 불구하고 자주 찾아가 여고생들의 웃음을 감상했다.

▷ ‘칼의 노래’ 쓸 때 이 8개 빠져 - 대학 2학년 때 난중일기를 읽고 언젠가 이순신의 절망과 고독을 쓰고 싶었다. 35년만에 문득, 갑자기 연필이 잡혔고 2달만에 썼다. 그 사이 이빨이 8개나 빠져 나갔다. 입안에서 오물거리면 툭 뱉어버리고 글을 썼다.

▷ 아직도 연필로 쓴다 - 지금 컴퓨터도, 이메일도 없다. 연필로 글을 쓴다. 쓰다가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을 쓰면서 육체적 생동감이 어깨에서 손끝으로 전달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종교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종교를 인정하고 공부했다고 했다. 그러나 영혼의 세계는 자신의 영역 밖이라고 했다. 오직 중생의 언어로 사바세계 중생의 삶을 그릴 것이라 했다. 그의 손톱이 온통 뭉개져 있었다. 자전거를 타다가 다쳐서 그렇단다. 자전거를 타고 혼자 노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정리=이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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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3)
  반했어요. 이상실 2009-05-10 21:49:07
저도 개인적으로 김훈 작가를 좋아합니다. 최근 읽은 '남한산성'에서 군더더기 없는 간략한 언어로 어떻게 그런 파노라마식 묘사를 잘 해대는지.. 단문들이 어찌나 긴 여운을 남기던지..처음으로 읽은 김훈의 소설이었는데 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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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XXX.XXX.175)
  영신씨, 방가방가 제영혜 2009-05-08 18:26:39
그동안 우리 카페 떠나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던차 이름 대하니 반갑습니다. 김훈작가 참 멋있게 느껴지네요. 불행히도 아직 그의 작품 하나도 못 읽었어요. 인터넷에 한번 뒤져봐야겠네요. 뭔가가 있을거 같아요. LA오면 꼭 연락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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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220)
  반할 것 같은 강한 예감! 김영신 2009-05-08 14:43:43
팜데저트엔 있는게 없어서...다음에 LA가면 김훈땜에 한국책방 필히 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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